9회 말 2아웃 상황.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온 9회지만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타이밍은 놓쳤고 서서히 패색이 짙어 보인다. 시간은 밤 11시를 향하고 있고 선수들 앞에는 몇 시간을 달려야만 도착할 수 있는 원정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매번 야구 경기를 챙겨보면서 이런 상황을 심심치 않게 본다. 그럴 때마다 종종 다음 경기를 먼저 생각하곤 했다. ‘역전도 못 할 텐데 차라리 빨리 지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게 낫지 않을까’, ‘총 144경기 중 한 경기 정도 지면 어떤가, 다음 경기를 잘하면 되지’라는 생각하며 내일의 일정을 확인했다.

  그런데 얼마 전 9회 초 점수를 내주고 돌아온 9회 말 2아웃에서 순식간에 역전한 두산 베어스의 경기를 보며 처음 야구에 빠졌던 때를 회상하게 됐다. 그날 야구장에서 본 경기도 두산 베어스는 지고 있었지만 9회 말 2아웃이 전환점이 됐다. 그리고 그날이 기자가 ‘야구 입덕’을 한 날이었다.

  마지막이 될 수 있는 타석에 선 선수는 어떻게든 공을 쳐서 나가겠다는 의지로 불타고 있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듯, 현재 타석이 마지막이 될지라도 찬스가 온 상황인 것처럼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리고 ‘야구는 9회 말 2아웃’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극적의 역전승을 이뤄냈다. 그런 드라마 속 한 장면 같은 모습에 야구라는 스포츠에 빠지게 됐다.

  기자는 중대신문에서 9회 말 2아웃에서 홈런을 치는 타자가 되고 싶었다. 내가 선택한 것에 후회하고 싶지 않았고 항상 ‘잘’하고 싶었다. 그러나 잘하기엔 나 자신은 끝없이 부족했고 그럴 때마다 항상 핑계를 찾아 숨었다. 부족함을 메우는 시간 동안 나의 아쉬움과 후회는 계속 ‘다음’을 소환했다. 원고 마감이 다가올수록 ‘이번은 어쩔 수 없었어’, ‘다음을 준비하자, 그때는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일종의 습관이 됐다.

  2년 전부터 되뇌었던 다음은 아직까지도 오지 않았다. 역전 홈런만을 생각했던 기자는 지난 타석을 아쉽게 보냈다. 이제서야 야구 경기에서 9회 말 2아웃 역전 홈런은 흔치 않다는 것 그리고 그 짜릿함은 금방 증발한다는 걸 깨달았다. 솔로홈런 하나로는 역전이 되지 않는다. 결국 점수를 만들어내는 건 차곡차곡 쌓인 안타의 힘이다.

  지금까지의 9회 말 2아웃의 타석에서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진루타로 동점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채운 베이스가 역전의 발판이 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고 있는 경기가 아니라 이기고 있는 경기의 안타를 칠 수 있었고 번트도 시도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기자는 앞으로 발행할 1922호, 1923호 신문 단 두개를 남겨두고 있다. 중대신문에서의 9회말 2아웃이 다가온 것이다. 매 경기 승리를 위해 타석에 섰지만 그 경기를 ‘후회 없기’위해 서보지는 못했다. 승리하지 못했더라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쉬운 지난 2년간의 경기를 뒤로하고 지금, 오늘의 안타 하나 날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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