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공중에 높이 날아서 넓은 시야로 지평선까지 바라볼 수 있습니다. 개구리는 진흙에 살면서 근처에 있는 꽃을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새나 개구리 중 무엇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을까요?

  영국 출신의 저명한 이론 물리학자인 프리먼 다이슨은 『새와 개구리(Birds and Frogs)』라는 책에 과학, 문명, 종교 등에 관한 통찰력 있는 강의를 수록했습니다. 특히 그는 책의 제목과 같은 글에서 과학의 진보 과정에서 새와 개구리의 역할을 예시했습니다. 

  파인만, 슈윙거, 그리고 도모나가 세 명의 물리학자는 양자전기역학 이론의 정립에 대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고, 다이슨은 이들의 일을 통합하고 확장하는 데 큰 공헌을 했지만 노벨상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이슨 본인은 자신을 개구리에 가깝다고 칭했는데, 그의 글이 갖는 통찰력에 놀라게 됩니다.

  『새와 개구리』라는 글은 각각 영국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철학자인 베이컨과 데카르트에서 시작합니다. 베이컨은 자연을 직접 관찰해 정보를 충분히 수집한 후에 자연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경험주의(Empiricism)’라고 합니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말했듯이 집에 머물러서 순수한 사고만으로 자연의 법칙을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독단주의(Dogmati-sm)’라고 합니다. 영국의 페러데이, 다윈, 러더포드가 경험주의에 속하고, 프랑스의 파스칼, 라플라스, 푸앙카레가 독단주의에 속합니다. 두 사고방식은 모두 자연의 비밀을 캐는데 크게 기여했고, 영국과 프랑스의 서로 다른 문화는 과학의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됐습니다.

  다이슨은 현대 물리학의 발전에 기여한 ‘새’와 같은 물리학자 중에 아인슈타인을 비롯해 스뢰딩거, 바일, 양전닝 등을 열거했는데 이들이 도입한 양자역학의 파동방정식, 전자기학의 게이지장, 비가환 게이지장 등은 입자 물리의 표준 모형을 완성하는데 표석이 됐습니다. 

  반면 다이슨은, ‘개구리’인 폰 노이만이 수학과 컴퓨터에 천재성을 보였으나 커뮤니티에 넓은 안목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새’인 위튼과 말다세나와 같은 물리학자들은 초끈 이론에 큰 성공을 거뒀지만, 초끈 이론의 개구리들이 다른 인접 분야에도 진출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 인류는 자연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을 쌓아 왔고 과학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빅 데이터의 홍수,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새와 같은 사고방식은 현대 과학의 패러다임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지만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새와 개구리의 협력이 더욱 필요합니다. 대학 생활에서 각 학문 분야에서 개구리처럼 열심히 학문에 정진하는 반면, 인접 학문의 관심을 통해서 새처럼 넓은 안목을 갖추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현민 교수 물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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