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학기 기자는 좌담회 코너인 ‘앙잘앙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앙잘앙잘’은 작은 소리로 원망스럽게 종알종알 군소리를 자꾸 내는 모양을 뜻하죠. 앙잘앙잘이란 뜻처럼 매주 패널 3명과 다양한 주제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기자는 사회자로서 좌담회를 진행합니다. 그동안 ‘노멀크러시’부터 ‘힙합’까지 다양한 주제로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매주 기자는 패널 간 성향이 상반돼 좌담회 도중 마찰이 생기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할 때가 많았습니다. 일례로 같은 흑인음악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패널끼리 조금씩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힙합 속 혐오표현’에 대해 가사에서 욕설과 자극적인 표현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던 반면 그런 요소를 다 없앤다면 오히려 재미가 없고 자유로움을 해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대립하기도 했죠.  

  좌담회에서 대립은 있었지만, 마찰은 없었습니다. 걱정은 기자의 기우에 불과했죠. 지금까지 좌담회에 참여한 총 19명의 패널 모두 상대방과 자신의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성숙한 토론 자세를 보였습니다. 이를 통해 기자는 ‘다양한 생각의 가치’를 깨달았죠. 패널 간 원활한 토론으로 문제 해결 방법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쉽게 찾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생각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은 생산적인 대화를 가능케 할 뿐 아니라 갈등을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앙잘앙잘 좌담회에서와 달리 원활한 대화와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특히 다른 어느 곳보다 국민을 위해 치열하게 대화와 토론을 펼쳐야 할 국회는 다른 생각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죠. 그들은 국민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화와 소통을 뒤로한 채 자기 생각만 옳다는 아집에 빠진 사람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죠. 심지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진실을 외면하거나 막말을 일삼기도 합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두고 단식투쟁을 벌였던 요즘 국회의 모습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물론 댓글 조작 사건의 진실은 철저히 밝혀져야 합니다. 또 단식을 통해 그가 주장하고자 했던 정치적 메시지와 강력한 의지 표명은 존중합니다.

  그러나 단식보다는 대화가 우선입니다. 판문점 선언의 비준과 개헌, 민생과 경제 등 산적한 국정 현안을 두고 9일간 단식투쟁을 벌였던 제1야당 대표의 행동은 적절하지 못합니다. 그동안 단식투쟁으로 많은 국민을 지치게 만들었으니 앞으로 대화와 토론으로 갈등 해결을 위해 노력하길 기대해 봅니다.

  인정하고 앙잘앙잘 합시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다른 생각의 가치를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대학생의 좌담회에서도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그렇다면 가슴에 금배지를 단 유식한 어른도 앙잘앙잘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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