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 집단을 자못 싫어하셨습니다. 객관이라는 허상을 쫓고 입으로만 백날 떠들며 고고한 척 또 지식인인 척 위선 떠는 ‘관보’라고. 또는 ‘해교’ 행위를 일삼는 ‘기레기’들이고 ‘학생놈들’ 주제에 기자놀이에 빠져 별 것 아닌 일을 크게 키우고 이리저리 들쑤셔서 분란만 조장하는 문제 덩어리 기타 등등 정도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기도 합니다. 덕분에 제 신문사 생활은 이 극단의 평가 사이에서 겨우 넘어지지 않는 게 최선이었던 어름산이의 부채질 같은 4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중에 학생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어디 있습니까. 햇수로 5년의 줄타기 동안 모두는 제 귀에 많은 말을 뱉고 쉼 없이 분노하고 각자의 변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있었지만 ‘학생들’ 이야기를 대변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습니다. 네, 세상이 개인의 욕망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행동, 갈등, 화해 등으로 이뤄지고 진보한다는 것은 저도 압니다. 하물며 대학에서도 각자의 이익이나 명예나 지위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을 누가 욕할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문제는 결국 저와 당신이 서 있는 이곳이 대학이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각자의 이익과 명예와 지위를 위한 행동이 ‘학생사회’에 반하는 일은 아닌지,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생각과 내뱉는 말이 학생대표로서, 교육자로서, 교육공간의 일원 혹은 수장으로서 적합한 일인지 생각해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지표를 조작하고, 교권이라는 이름으로 막말을 일삼고, 학생을 성추행하고. 또 이 일들을 무마하고 덮으려 또 다른 막말과 비상식을 저지르셨지요. ‘폭행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성폭행 피해자’로 ‘뇌내환원’시키신 사건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겁니다. “학교의 주인이 진짜 학생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던 당신의 표정 역시 2등이라기엔 정말 가관이었고요.


  학생이 자유롭지 않은 학교에선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고 누구도 자유로워선 안 됩니다. 학교의 성역 역시 오직 학생뿐입니다. 돈이 학생들 주머니에서 나와서가 아닙니다. 학생이 본디 대학의 존재 이유고 목적이고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더 좋은 교육과 이를 배울 수 있는 학생들의 권리만이 오롯이 남아야 합니다. 이를 방해하는 이라면 누구도 대학이라는 공간에 남아있지 마십시오. 


  너나 할 것 없이 퍽 하면 신문사를 흔들어대는 통에 이제 이 취동이 어설픈 클리셰 따위가 됐다는 건 웃지도 울지도 못할 우리만의 자조입니다. 누구는 이 글을 해선 안 될 짓이라 꾸짖을 것을 압니다. 그러나 제가 믿는 것은 ‘반박해서 안 되는 건 없다’는 말과 그래도 이곳이 ‘대학’이라는 사실입니다. 또 밟아버린 신문사 문턱 끝에 결국 손에 남은 것은 언젠가 글을 쓰겠다는 막연한 꿈 덩어리와 근본 없는 호승심에 상처 입은 기자들의 눈들이지만, 제가 본 4년과 그 눈들이 방황하던 시간이 모두에게 해 뜨기 전 박명같은 시간이었길 바라며 줄입니다.

 

노채은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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