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란 한 분야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을 뜻합니다. 만화 캐릭터, 아이돌, 음식, 음악, 별자리, 심지어 지금 공부하고 있는 전공 분야까지…. 주변을 잘 살펴보면 덕후가 아닌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누구나 마음 속에 품은 관심사 하나쯤은 있기 때문이죠. ‘덕질’은 지친 일상 속에서 커다란 낙이 됩니다. 이번주 ‘캠퍼스를 거닐며’에서는 열정으로 가득 찬 ‘덕후’ 중앙인을 만나 봤습니다. 중앙인들의 마음 속엔 어떤 ‘최애’가 자리잡고 있을까요? 

  시로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죠
  변원영 학생(중국어문학전공 4)

  “덕후를 찾으신다고요? 여기 시 덕후가 있어요!”

  -친구분이 원영씨가 시 덕후라고 하네요.
  “아, 제가 시 쓰는 걸 정말 좋아해요. 요즘엔 주변 사람들에게 시로 편지를 써주기도 하죠.”

  -다른 사람에게 시를 선물한다고요?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을 시에 담는 거예요. 사실 얼마 전에 제 시를 담은 편지로 고백을 하기도 했어요. 한동안 답장이 안 왔죠. 그런데 오늘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에 제 글이 인용돼 있는 거예요.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았어요.(웃음)”

  -좋은 소식 있길 바라요! 그런데 시는 언제부터 쓰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또래랑 달리 생각이 많았어요. 초등학생 때도 ‘산다는 건 무엇일까?’ 이런 고민을 했죠. 그때부터 조금씩 제 생각을 글로 옮기다 대학생이 되고 본격적으로 시를 썼어요. 몇 년 전엔 고민 상담을 해주는 인터넷 방송에서 만난 분들께도 시를 써 드렸죠. 제 글을 좋아해 주셔서 기뻤어요.”

  -시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멋집니다.
  “다른 사람의 시를 읽으며 공감하고, 시를 쓰면서 제 감정을 표현하죠. 저는 원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사람이었는데 시를 통해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제게 시는 눈물이에요. 응어리진 감정을 풀어낼 수 있게 해주거든요.”

  아버지의 조기교육으로 ‘입덕’ 했어요
  김연진 학생(컴퓨터공학부 2)

  -안녕하세요, 혹시 ‘덕질’ 하는 게 있나요?
  “애니메이션이요. 특히 개그물을 좋아해요. 예를 들어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 같은 작품이 제 취향이죠. 에피소드 형식으로 이뤄져 있는데 말도 안 되는 개그들이 나와요.”

  -애니메이션에 어떻게 ‘입덕’했나요?
  “아버지가 주말마다 애니메이션을 보셨거든요. 그렇게 아버지와 같이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다 자연스럽게 빠졌어요. 조기 교육인 셈이죠.(웃음)”

  -‘덕질’하기에 완벽한 환경이네요!
  “그렇지만 고등학교 때는 부모님도 제 취미생활을 말리셨어요. 공부해야 할 시기였으니까요. 그래서 부모님 몰래 산 ‘굿즈’를 친구네 집에 맡겨 두려고 했죠. 그런데 제 방에서 가지고 나가다 딱 걸리고 말았어요. 순간 정적이 흘렀죠.(웃음)”

  -이제는 자유롭게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겠어요.
  “네. 통학하는 시간 동안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어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홀로그램이나 VR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혹시 연진씨에게 ‘탈덕 가능성’이 있을까요?
  “대학생이 되고 점점 바빠지면서 애니메이션을 잘 안 보게 된 시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탈덕을 했나 싶었는데 아니었어요. 잠깐 쉬었던 거죠.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 이 말은 진리예요.”

  젖은 낙엽 향에 즐겁게 취할 수 있어요
  장태종 학생(물리학과 2)

  “와인 맛보고 가세요! 와인동아리 ‘Journey’입니다.”  

  -우와, 감사합니다. 와인 동아리라니, 와인을 많이 좋아하시나 봐요.
  “맞아요. 제가 바로 와인 덕후예요. 집에서도 한 병씩 놓고 거의 물처럼 마시죠. 다 마신 와인 병이나 코르크 마개를 수집하는데 그것들로 장롱이 꽉 찼을 정도예요.”

  -특별히 와인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이죠?
  “포도로 만들었지만 다른 과일 향이나 젖은 낙엽 향이 나는 게 신기해요.”

  -젖은 낙엽 향이요?
  “잘 숙성된 와인에서 나는 향이에요. 포도를 생산한 연도인 빈티지에 따라 와인 맛이 달라지거든요.”

  -와인마다 각기 다른 향이 있나 보네요.
  “그럼요. 와인을 많이 마시다 보면 향을 구분할 수 있죠. 최근 와인 동아리에서 향과 맛, 색으로 와인 이름을 맞추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는데요. 저도 제가 좋아하는 와인은 거의 다 맞췄어요.”

  -그렇다면 태종씨는 어떤 종류의 와인을 즐겨 마시나요?
  “향과 맛이 강한 칠레 쪽 와인을 좋아해요. 가격이 저렴하기도 하고요.(웃음)”

  -태종씨에게 와인 덕질이 주는 행복은 무엇인가요?
  “일이 안 풀릴 때 와인을 마시면 즐겁게 취할 수 있어 좋아요. 쓴 소주랑 달리 부담 없고 편하죠.”

  바람에 날리는 옷자락, 아름답지 않나요?
  오청해 학생(일본어문학전공 4)

  -한복 색이 참 곱네요! 한복을 입고 있으신 이유가 있나요?
  “남들이 안 입는 한복을 입어서 자부심이 들어요. 특별하고 개성 있잖아요. ‘철릭’이라는 한복이 있는데 옷 자락이 날리는 게 너무 멋있어 ‘입덕’하게 됐죠. 한복이 지닌 곡선 덕에 마른 체형이 보정되는 것도 좋고요.”

  -평소에도 한복을 입고 등교하시나 봐요.
  “네. 정말 자주 입어요. 채용 면접 빼곤 아무 때나 다 입어본 것 같아요.(웃음) 한복 입고 놀이동산이랑 영화관도 가봤어요.”

  -다른 사람들이 청해씨를 신기하게 쳐다보지는 않나요?
  “그렇죠. 공연이 있냐고 물어보는 분이 많아요. 아직까진 한복을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만 입는다는 인식이 있어 안타까워요. 하도 주변 시선이 느껴져서 한복을 입고 나가면 평소보다 체력이 두세 배는 빨리 닳는 것 같아요.(웃음)”

  -한복을 입으면서 힘든 점은 없나요?
  “한복은 품이 넓어요. 그래서 지하철을 탈 때 옆 좌석에 앉은 분께 괜히 피해를 줄까 걱정이 되기도 하죠. 또 가격도 굉장히 비싸요. 한복 한 벌을 살 돈이면 여행을 가거나 다른 옷 여러 벌을 살 수 있어요. 비싼 만큼 본전을 뽑겠다는 생각으로 자주 입는 것 같기도 하네요.(웃음)”

  -앞으로도 계속 한복을 입으실 건가요?
  “네! 아마 죽을 때까지 입고 다닐 것 같아요. 한복이 저에게 가장 잘 맞고 어울리는 옷이니까요. 나중에 여유가 되면 한복 만드는 법을 배워서 제가 직접 만든 한복도 입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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