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Too(미투) 운동’으로 한국 사회 저변에 숨어있던 성범죄의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문화계, 사법계, 체육계 등 알량한 권력으로 추잡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분야를 막론하고 존재했으며 대학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학 내 성폭력이 연이어 고발되는 지금, 중앙대 또한 학내 성범죄와 인권의식 그리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

  ‘성추행 징계전력 교수에 대한 수업 보이콧’, ‘여성혐오 등 막말 교수 논란’, ‘성교육 중 총학생회 임원의 부적절한 발언 논란’ 등 중앙대 역시 주체를 막론한 낮은 성의식으로 여러 차례 홍역을 치러야 했다. 결정적으로 지난해 11월에는 같은 동아리 내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으며 연이은 2차 가해 사건도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2014년 대비 지난해 인권센터의 성희롱·성폭력 전체 상담 건수가 약 4배 증가했다는 사실 역시 학내 그릇된 성의식이 만연하고 공론화되지 않은 성 관련 문제들이 산재해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권센터를 중심으로 한 ‘성평등·인권 존중 캠퍼스 조성안’은 반길만하다. 교육의 전당인 대학이 기본적인 인권 및 성의식 함양을 위해 행동을 취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크며 구성원에게도 대학에 대한 신뢰를 심어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제시된 안만으로 목표하는 성평등 캠퍼스가 이뤄지길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사전예방안의 주요 골자는 폭력예방교육의 의무화다. 폭력예방교육 미 이수 시 학생의 경우 성적 조회 불가, 교원은 강의계획서 입력을 제한할 방침이다. 그간 부재했던 교육 이수의 강제성을 부여한 것은 긍정적이나 의미나 실효성에 아쉬움이 남는다. 폭력예방교육은 사회와 대학의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함양해야 할 소양을 가르치는 일이다. 이를 강의평가와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은 인권교육에 대한 대학의 의지를 의심하게 한다. 또한 교원의 강의계획서 미입력은 해당 교원에 대한 불이익뿐 아니라 강의를 선택해야 하는 학생들의 불편으로 직결된다. 목표가 불분명한 정책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또 다른 문제로 남을 뿐이다. 덧붙여 성평등 관련 필수교양 과목 신설, 단대 내 인권감독관 제도 도입 등 실효성 높은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사후 대응안 역시 구체화해야 한다. 현재 사후 대응안은 ‘성범죄 및 인권침해 관련 규정 보완’이나 ‘성범죄 및 인권침해 무관용 원칙 적용’ 등 내용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표현은 두루뭉술하기만 하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원칙이다. 관련 규정에 미흡했던 것과 보안 돼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전체 구성원에게 공개 및 배포돼야 한다. 무관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범죄의 유형, 피해자-가해자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현실적이고 비타협적인 약속으로 선언돼야 한다. 

  성범죄가 특히 악한 이유는 권력관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물리적·사회적·시스템적인 힘의 차이를 이용해 약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는 공존과 안전이라는 사회적 약속을 저버린 반사회적 패륜이다. 피해자들은 용기를 냈고 이제 사회가 회답해야 한다. 교육의 전당인 대학이야말로 성폭력 근절의 첨병으로 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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