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백남기 동문의 장녀 백도라지씨가 졸업증서를 대신 수여받고 있다. 사진 지현구 기자
故 백남기 동문의 장녀 백도라지씨가 졸업증서를 대신 수여받고 있다. 사진 지현구 기자

 

제적 이후 37년 만에 명예졸업

각계 인사 참석해 고인의 뜻 기려

백남기 기념탑 건립 제안도 나와

 

故 백남기 동문(행정학과 68학번)이 37년 만에 중앙대를 졸업했다. 오늘(16일) 오후 4시 30분 302관(대학원) 5층 대학원회의실에서 ‘생명과 평화의 일꾼 故 백남기 동문 명예학사학위 수여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비롯해 김창수 총장 등 대학본부 인사, 노웅래 국회의원(철학과 78학번), 김영진 국회의원(경영학과 86학번) 등 동문이 함께했다.

  백남기 동문은 지난 1968년 행정학과에 입학한 뒤 위수령과 유신헌법에 항거하다 지난 1971년, 1975년 두 차례 제적당했다. 이후 1980년 민주화운동 중 계엄군에 체포돼 징역형을 받아 퇴학 처분을 받았다. 그는 지난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 살수차의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었고 지난해 9월 결국 사망했다.

  민주동문회는 백남기 동문의 민주화운동 공로를 인정하고 공권력 남용으로 인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명예졸업장 수여를 추진했다. 지난 6월 민주동문회는 학교에 명예졸업장 수여 요청을 담은 협조공문을 대학본부에 전달했다. 두 달 뒤 졸업심사위원회는 백남기 동문이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점과 농민 보호에 크게 공여한 점을 인정하며 명예졸업장 수여를 결정했다.

  수여식은 ▲식사 ▲축사 ▲명예졸업장 수여 및 공로패 전달 ▲가족인사 순으로 진행됐다. 진행은 사과대 임시묵 교학지원팀장이 맡았다. 식사에서 김창수 총장은 “백남기 동문은 학교 교훈인 ‘의와 참’을 몸소 실현하며 중앙대의 역사를 썼다”며 “그의 용기, 겸손, 성실함, 너그러움, 소통의 정신을 이어받아 중앙대를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축사를 맡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불의에 맞서 싸운 백남기 동문을 농부열사라고 부르고 싶다”며 “명예학사학위 수여식을 통해 민주주의와 정의를 바란 백남기 동문의 숭고한 의지가 이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도 백남기 동문의 의지를 이어 부당하고 억울한 사람이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명예졸업증서와 공로패는 백남기 동문의 장녀 백도라지씨(36)가 대신 받았다. 백도라지씨는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는 중앙대라는 울타리에서 뜻을 같이하는 친구, 선후배와 같이 지내셨다”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졸업장을 받게 돼 기뻐하실 것이며 명예졸업을 준비해준 학교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백남기 동문 기념탑을 건립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백남기 동문과 민주화운동을 함께한 이명준 동문(신문방송학과 69학번)은 약력소개 순서에서 “재학 시절 의혈탑을 보고 중앙대 교훈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며 “촛불혁명의 시작이 된 백남기 동문의 기념탑을 세워 역사에 두고두고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수여식 참석자는 그의 제안을 박수로 환영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