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그 당시 내가 겪고 있던 불안감의 원인을 깨달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 문제에 ‘자존감 문제’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러자 그 문제들은 내가 해결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고 나는 그 문제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멈췄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간단하며 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문제들로 인한 고통이 멈추는 것은 아니었으며 이름을 얻게 된 후 더욱 가혹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대체 자존감이 무엇일까? 사전은 자존감을 문자 그대로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라고 여기는 마음’으로 정의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을까?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에 대한 판단이 어떻게 이뤄지는가를 알아야한다. 보통 그러한 판단은 상대적으로 이뤄진다. 나는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고 느끼고, 스스로의 순위를 낮게 매기는 것이다. 순위 매기기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하지만 순위 매기기가 잘못 이루어질 때, 내면의 ‘못난 나’는 더욱 힘을 얻는다.

  사람들이 순위 매기기에 몰입하는 이유는 과거의 좌절과 실패가 쌓여 정신적 외상, 즉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탓이 크다. 내 경우엔 초등학교 6학년 때의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았다.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그 해 내내 지속되었고,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다른 아이와 나를 끝없이 비교했다. 뿐만 아니라 트라우마는 수치심, 불안 등의 정서를 유발해 다른 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왕따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다른 인간관계에 실패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나는 어차피 못할 거야’라는 자기 충족적 예언이 계속해서 실현되어 더욱 자존감이 낮아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힐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과거 트라우마의 원인을 의식적으로 찾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심리치료에서 자주 쓰이는 기법 중에 하나인 ‘능동적 상상’이 필요하다. 능동적 상상을 통해 과거 트라우마 속에 멈춰 있는 ‘순진무구한 자아’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자신도 기억하지 못했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기법은 어떻게 보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결국 핵심은 자기 자신을 명확히 바라보는 것이다. 스스로가 어떤 트라우마를, 왜 갖게 되었는지를 깨달아야만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자존감을 되찾을 수 있다. 

  결국 악순환의 고리는 스스로가 끊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고통 속에서 자신을 꺼내 줄 구세주를 기다리기만 해서는 영원히 응답 받지 못한다. 왜냐하면 자존감은 결국 ‘스스로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임유현 학생
사회복지학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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