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독 경제뉴스에 오르락내리락하는 ‘비트코인’을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거예요. 주변에서는 ‘사놓을걸…’하는 후회의 목소리도 들려오죠. 가상화폐라는 걸 알지만 실체 없는 존재를 믿을 수 없어 사기는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품지는 않으셨나요. 언제나 혁신적인 기술은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그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하곤 하죠. 비트코인과 블록체인도 혁신적인 화폐로 우리 곁에 등장하고 있어요. 이번주에는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이 거래되는 방식을 알아봤어요. 어디서든 가상화폐로 거래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죠? 자 그럼, 함께 끄덕일 준비 되셨나요? 

 

 

지난 17일 비트코인의 시세가 8000달러를 넘어섰다. 관련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비트코인은 고도의 성장을 기반으로 1만 달러 시세를 향해 순항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에 대중과 학계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관심에 부응해 지난 16일 John Pang 대표(現 코인프로 CEO)가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의 이해’를 주제로 강연했다.

 

  화폐의 새로운 모델, 비트코인

  John Pang 대표는 강연에 앞서 비트코인이 필요한 이유를 역설했다. “비트코인은 현재 통용되는 화폐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적 화폐 개념입니다.” 화폐는 화표 사용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존재한다. 한낱 종이에 불과한 화폐가 교환가치를 가진다는 사실이 합의돼야 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이 신뢰는 화폐를 규제·관리하는 정부와 은행이라는 단일주체에게 향해있다. 하나의 굳은 믿음은 일종의 권력으로 작동해 중앙집권적 구조를 형성했다.

  그는 중앙집권의 결과로 반복되는 금융위기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각국에서 일어난 금융위기의 공통점이 ‘신뢰의 남용’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것이다. “소수만이 소수만을 위해 돈의 흐름을 결정하고 있어요.” 실제로 금융위기 이후 빈부격차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문제가 존재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었기에 기존의 화폐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금융위기가 가장 극심했던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는 디지털 통화 ‘비트코인’을 개발한다. 비트코인은 암호화된 코드 형태로 존재하며 실물로서의 가치가 없는 전형적인 명목 화폐이다. 화폐인 동시에 암호학, 물리학, 게임이론, 컴퓨터 공학과 고도의 수학을 기반으로 한 복잡한 프로토콜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공개키 암호방식 시스템 덕분에 중앙 기관 없이도 개인과 개인 간(P2P)의 거래가 제삼자의 검증으로 이뤄질 수 있다. “비트코인은 화폐의 새로운 모델로서 중앙집권적인 경제에서 벗어나 분산된 신뢰를 구축할 수 있어요.” 

  비트코인 화폐가 새로운 모델로 제시되는 이유는 비트코인만의 특징 때문이다. 먼저 비트코인은 완벽한 익명성이 보장된다. 누구나 인터넷만 있다면 비트코인을 이용할 수 있지만 어떠한 독립체도 개인의 거래와 자산을 확인할 수 없다. 탈중앙화의 이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온전한 익명성이 마약, 무기 등의 거래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또한 무결성이 보장된다. 한번 거래가 성사되고 기록되면 누구도 거래 데이터를 위조하거나 변조할 수 없다. 블록체인 시스템은 한번 기록된 거래를 수없이 많은 곳에 저장해 누

 

구도 분산된 데이터 전부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속의 비트코인

  비트코인 거래 과정은 ‘거래 발생-전송-기록-저장’으로 구분된다. John Pang 대표는 역할극으로 비트코인의 전체적인 작동 원리를 설명했다. 역할극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면을 쓴 두 사람이 작은 공을 주고받는다. 가면을 쓴 제삼자가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사진을 찍는다. 이 사람은 앞서 두 사람이 주고받은 공과 이들을 찍은 사진을 파일 안에 보관한다.  

 

  역할극에서는 이 4가지 과정이 비유를 통해 드러난다. 현실의 비트코인 거래 상황에서 가면은 거래 참여자의 익명성을, 작은 공은 비트코인을, 이를 주고받은 이들은 수신자와 발신자를, 사진을 찍은 사람은 ‘채굴자’를, 파일은 블록체인과 대응된다. 

  먼저 거래는 어떻게 일어나는 걸까. 거래에 참여하는 개인에게는 비트코인이 담긴 지갑과 두 개의 키가 부여된다. 256bit의 수로 구성된 키는 ‘공개 키’와 ‘개인 키’로 나뉜다. 공개 키는 계좌번호처럼 공유 가능한 일종의 개인 주소다. 개인 키는 공인인증서와 유사하게 지갑을 사용할 수 있는 비밀번호처럼 작동한다. 

  개인이 비트코인을 송금할 때는 비트코인 액수와 개인키 정보가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정보는 송금의 과정에서 암호의 형식인 ‘해시값’으로 변환된다. 해시값이란 임의의 길이를 갖는 메시지를 입력하여 고정된 길이로 출력하는 해시함수의 출력값이다. 실제로 해시함수에 ‘안녕’을 입력하자 ‘E8F817F346D1D411CC59D 5BDDA64FAB3763890E1F0F8F4C15805CF78874D68BF’라는 해시값이 출력됐다. 좀 더 길게 ‘안녕하세요’라는 값을 입력해도 동일한 길이의 출력값을 얻을 수 있다. 일정한 길이 내에서 무작위 수를 조합한 암호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특이하게도 송금과정에서는 하나의 입력값에 두 개의 해시값이 출력된다. 일종의 거스름돈처럼 지갑에서 나간 돈과 남은 돈을 계산하기 위함이다. 비트코인 잔액으로 남은 정보가 출력된 것을 ‘소비되지 않은 거래 출력(UTO)’라고 부른다.

  이제 전송이 이뤄진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수많은 노드(Node)들이 연결된 형태로 구성된다. 노드란 비트코인 시스템의 기능과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는 모든 클라이언트(컴퓨터 혹은 사용자)를 말한다. 발생한 거래는 모든 노드에 공개·인지되고 각 노드는 이 송금의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거래 내용이 인증되면 ‘멤풀(mempool)’이라는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될 수 있다.

 

  이 거래는 전송됐지만 성사되지는 않았다. 기록에는 채굴자의 채굴 과정이 전제된다. 앞서 해시값으로 전송된 개별거래 정보는 수많은 다른 개별거래 정보와 함께 ‘머클트리 해시’로 집약된다. 수많은 데이터를 하나의 해시값에 요약한 정보다. 또한 체인으로 서로 연결하기 위해 바로 전 블록의 블록헤더해시값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블록에 기록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는 머클트리해시, 이전 블록의 블록헤더해시, ‘랜덤값(Nounce)’의 해시값인 ‘블록헤더해시’ 값이다. 

  이 값을 도출하는 것이 채굴자의 역할이다. 채굴이란 블록헤더 안에 있는 난이도 목표값보다 낮은 블록헤더해시를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랜덤값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채굴자는 고정값인 이전 블록의 블록헤더해시와 머클트리해시에 랜덤값을 결합시킨다. 랜덤값에 계속 변화를 주면서 무한히 해시값을 출력해 보면서 특정 목표보다 낮아지게 하는 변수를 찾아낸다. 이 과정을 ‘작업증명(Proof of Work)’이 라고 부른다. 약 10분 내에 이뤄질 수 있도록 목표값이 자동 조정되는 이 과정은 일종의 ‘스도쿠 퀴즈’와 유사하다. 전송된 거래정보를 가장 빨리 채굴해낸 채굴자가 거래 수수료로 보상받는다. 

  채굴자는 조건에 부합하는 블록헤더해시를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노드에 전달한다. 다른 노드들은 전달받은 해시값이 정말 조건을 충족하는지를 검증한 후 각자 독립적으로 해당 블록을 거래장부에 추가한다. 블록으로 저장된 이상 데이터는 접근·변조 등이 불가능해진다. 거래 기록이 담긴 디지털 장부인 블록이 연결고리(chain)을 통해 모든 참여자들의 기록과 얽혀있기 때문이다. “거래 내용을 중앙은행 또는 정부라는 하나의 주체에 기록하는 기존의 화폐 체계와 달리 비트코인은 다수의 주체가 거래 내용을 기록함으로써 탈중앙화가 가능해요.”

  복잡한 듯 보이는 비트코인의 작동원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화폐를 데이터 구조로 변환시켜서 모든 거래를 수많은 독립된 노드에 의해 검증받고 공유함으로써 사회적 합의를 얻는 것이다. 

  John Pang 대표는 비트코인이 거래되는 블록체인이 기존 시스템의 근간을 변화시킬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 거래 시스템은 개개인을 하나의 은행으로서 기능하게 하는 동시에 가장 솔직하게 만들어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는 오늘날, 가상화폐는 더 이상 투자의 대상이 아닌 모두를 위한 새로운 금융 시스템으로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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