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잘앙잘’은 작은 소리로 원망스럽게 종알종알 군소리를 자꾸 내는 모양을 뜻합니다. 이번학기 앙잘앙잘에서는 갖가지 주제를 말하는 대학생의 작은 소리를 모아 보려 합니다. 이번 주제는 ‘지역 간 편견’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지역 문제는 고질적인 문제로 손꼽힙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의 편견을 비롯해 지방 권역별로도 굳어진 이미지가 있는데요. 대학생도 지역 간 편견을 겪어봤을까요? 그리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땅을 넘어 사람 사이에 들어선 경계


특별함은 남기고 차별은 거두자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는 서울,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등 여러 지역 출신 인물이 등장합니다. 구수한 사투리와 지역별로 차이를 보이는 인물은 시청자의 이목을 끌었죠. 극 중 ‘성나정’과 ‘조윤진’은 남자 인물들에게 ‘여자친구가 페인트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페인트 냄새 때문에 창문을 열면 매연이 심하다고 할 때, 남자친구의 올바른 대답은 무엇일까’를 묻습니다. 지방 출신 인물은 창문을 ‘열지’, ‘닫을지’에 몰두하는 한편 서울 출신 ‘칠봉이’는 ‘근데 너 괜찮냐’고 반문하죠. 이에 조윤진은 ‘역시 서울 남자는 다르다’며 감탄합니다. 서울 남자를 세심한 인물로 설정해서 지방 남자와 상반된 이미지를 연출한 장면인데요.지역에 따른 편견은 드라마 속만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다른 지역에 어떤 편견을 갖고,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오해를 받고 있을까요? 김수빈 학생(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1), 박세원 학생(고려대 사회학과), 이승주 학생(공공인재학부 3), 김정우 학생(가명, 사회복지학부 2)에게 그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회자: 오늘은 여러 지역에서 오신 분들과 함께하네요. 다들 출신 지역이 어떻게 되시나요?


수빈: 전라남도 강진에서 왔어요.


세원: 전 서울 토박이예요.


승주: 경상남도 창원에서 왔어요.


정우: 현재는 창원시 진해구가 됐는데요. 경상남도 진해에서 왔어요.


사회자: 여러분은 출신 지역을 향한 편견을 경험한 적이 있나요?


정우: ‘경상도 남자는 무뚝뚝할 것이다’는 말이 있어요. 반대로 제겐 ‘서울 남자는 따뜻하고 섬세할 것이다’는 편견이 있었고요. 전 경상도 출신이지만 무뚝뚝하지 않고 표현을 잘해요.


승주: 저는 경상도 사람이기 때문에 전라도 사람을 싫어할 거라는 오해를 받았어요. 조별 활동 중 어떤 분이 제게 호감을 표시했는데 관심이 없어서 거절한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다른 조원이 전라도 출신이라서 거절했냐고 묻더라고요. 저는 그분의 고향도 몰랐는데 말이죠.


수빈: 영화에서 조폭 캐릭터를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인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아요. 전라도 출신을 ‘욕 잘하고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 만드는 게 안타깝죠. 제가 생각하는 전라도 이미지와는 다르거든요. ‘표준어를 쓰는 조폭은 왜 안 나오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정우: 표준어를 쓰지 않으면 멋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것 또한 편견이죠. 부산은 성격이 급하고 신호를 안 지키는 등 운전하기 힘든 동네라는 선입견이 있어요. 저도 운전을 해봤지만 그렇지 않은데 말이에요.


승주: 정치성향에 편견을 갖는 경우도 있어요. 경상도 지방은 보수 성향이 강하잖아요. ‘정치 이야기하기 어렵지 않냐’, ‘고향에서 보수당 욕하기 모호하지 않냐’는 질문을 받아요. 하지만 일상생활에선 정치성향이 크게 눈에 띄지 않죠.


수빈: 맞아요. 저도 친구에게 ‘넌 전라도 출신이니까 당연히 A 후보를 뽑을 거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난 공약보고 뽑을 건데’라고 대답하니 ‘공약보고 뽑는다고 해놓고 그 후보 뽑을 거잖아’라는 말을 들었죠.


사회자: 지역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듣는 얼토당토않은 농담도 있지 않나요?


정우: 진해가 농사만 짓는 줄 아는 친구도 있었어요. 장난이겠지만 ‘거긴 소가 다니냐’고 묻기도 하고요. 와본 적이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승주: 맞아요. 편견을 내뱉는 사람들에겐 그게 일종의 농담이자 놀잇거리더라고요.


세원: 저도 서울이 아닌 곳은 단편적인 부분만 알고 있었어요. 편의시설에 들르기 위해 항상 버스를 타고 30분을 나가야 한다든지, 부산 사람은 무조건 바다 앞에 산다든지… 그래도 대학에서 다른 지역 출신 친구를 만나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죠.


사회자: 수도권 사람에게 갖는 편견엔 뭐가 있을까요?


세원: 지방 사람보다 정이 없거나 부유하다는 편견이 있어요. 연예인을 자주 볼 것 같다는 오해도 있고요.


정우: 전 서울 사람은 다 부자일 줄 알았어요. 서울 땅값이 비싸니까요. 하지만 생각보다 양극화가 심하더라고요.


수빈: 맞아요. 저도 서울 사람은 다 부유하다는 편견이 있었어요. 놀러 다닐 때도 서울 모든 곳을 돌아다니진 않으니까 그런 환상이 있었죠. 하지만 사진 동아리에서 쪽방촌이나 골목길로 출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정우: 대부분 서울엔 63빌딩같이 높은 건물만 있는 줄 아니까요.


승주: 전 교육열이 심한 모습을 보고 서울 학생은 다 공부를 잘할 줄 알았어요. 서울 학생이라 해도 모두 공부를 잘 하진 않는데 말이에요.

 

  이 많은 편견은 어디서 왔을까
사회자: 사소한 일상부터 정치성향까지 지역 간 다양한 편견이 존재하네요. 그렇다면 이런 편견이 왜 만들어지고, 굳어지게 된 걸까요?


정우: 차이를 비교하길 좋아하는 심리 때문이 아닐까요. 차이점이 서로의 편견이 된 거죠. 사람은 남과 비교해서 나은 점과 부족한 점을 찾아내는 본능이 있다고 생각해요.


수빈: 균형 있는 발전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집중적으로 개발을 이룬 지역이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지역이 있잖아요. 지역감정을 이용하는 정치세력 때문에 지역감정과 지역 차별이 심해지기도 해요. 미디어도 지역 간 편견을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죠.


승주: 저도 공감해요. 지역 간 편견은 정치권에서 만들어낸 이데올로기라고 생각해요. 이를 미디어가 재생산하고요. 몇 년 전에 경상도 여성과 전라도 남성의 결혼이 집안 반대에 부딪히는 모습을 그린 영화가 개봉했어요. 그런 영화가 만들어지고 팔리는 건 지역 간 편견이 그만큼 통했기 때문이겠죠.


사회자: 미디어가 지역 간 편견을 양산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네요. 반대로 미디어를 통해 다른 지역을 새롭게 접하고 가까워진다고 느낀 적도 있나요?


세원: SNS상의 콘텐츠를 접하면서 지방을 바라보는 인식이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지역 맛집이나 명소를 소개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거든요. 다른 지역을 방문해보지 않은 사람도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발달했구나’ 하는 인식을 가질 수 있죠.


수빈: 서울사람 세 명과 다른 지역 출신 세 명이 그 지방의 사투리를 알아보고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는 영상이 있어요. 지역 간 차이를 적대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여주죠. 지역의 또 다른 모습을 배울 수도 있고요. 이런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점이 긍정적인 것 같아요.

 

  좋은 건 더하고 나쁜 건 빼자
사회자: 지역만의 이미지가 때로는 장점이 될 때도 있어요. 차별점이 되잖아요.


수빈: 맞아요. 전 사투리를 감춰보려 하는데 여전히 티가 나요. 하지만 주위에서 ‘괜찮다’, ‘귀엽다’고 해주더라고요.(웃음)


정우: 저도 사투리가 비웃음거리라기보다 남들과는 차별화된 장점 같아요. 지역 상징이나 특산물도 그래요. 제 고향인 진해는 해군과 벚꽃으로 유명해요. 진해를 잘 모르는 사람도 벚꽃이 피는 시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진해를 알게 되죠.


세원: 맞아요. 지역 간 차이와 상징은 중요하죠. 지역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가 될 수 있으니까요. 상징이 부정적인 편견으로 굳어지면 안 되지만요.


사회자: 지역 특성이 외부인에겐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하네요. 하지만 지역에 대한 잘못된 오해나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편견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에요. 이런 부정적 인식을 없애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세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직접 가보는 게 아닐까요. 관광이나 교류가 활성화되면 지역 간 오해도 사라질 수 있어요.


정우: 맞아요.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믿기 때문에 그 지역에 직접 가보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예전엔 이동이 비교적 자유롭지 못해서 소문으로 접할 수밖에 없었죠.


승주: 지역 편견을 없애려면 지역마다 존재하는 다양성을 미디어가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가진 편견과는 다른 모습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다행히 요즘은 편견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세대는 윗세대보다 고정관념이 많이 줄었잖아요. 옛날에는 다른 지역 출신과의 결혼도 반대했다고 하던데 지금은 딱히 그런 점을 못 느끼겠거든요. 지역감정을 말하는 게 일종의 허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수빈: 물론 현세대는 예전보다 지역 차별이나 상대 지역을 향한 부정적인 감정이 심하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지역 간 발전 격차가 존재하는 한 지역 편견은 완전히 사라지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오해를 줄이려면 사람을 지역 별로 유형화하지 않고 개인 그 자체로 보려는 노력도 필요하죠. 모든 측면에 개인차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사회자: ‘어디에서 왔는지’가 사람의 전부를 설명해주는 건 아니군요. 지역에만 매몰돼 사람을 바라보면 쉽게 오해가 쌓이죠. 다른 지역 사람을 타자화해버릴 위험도 있고요. 지역 간 경계를 허물 방법을 생각해보면서 이만 좌담회를 마치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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