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엔 줌인
훼손엔 줌아웃

기자는 중대신문의 사진기자입니다. 취재 현장에서 사진을 촬영한 뒤 편집국으로 돌아와서 포토샵 등의 사진 편집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진을 분류하고 현상하죠. 현상의 과정에서 사진 밝기를 올리거나 낮추고 수평과 수직을 맞추기도 하고 가끔은 너무 선명한 이미지 때문에 사진을 부드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자는 혼자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왜냐하면 보도사진의 역사에서 사진 조작은 절대적으로 금기시하기 때문입니다. ‘포토샵을 사용하는 것은 보도사진으로 인정받을 수 없도록 사진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인가? 포토샵과 조작의 경계는 무엇인가?’와 같은 물음을 매번 던집니다.


  어려운 질문인 것 같지만 답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사진은 전부 이미지 프로세서를 거쳐야만 하고 따라서 입력된 이미지 프로세서 없이는 우리는 눈으로 사진을 볼 수 없습니다. 카메라는 이미지 센서의 각 픽셀에 렌즈를 통해 맺힌 상을 0과 1로만 구성된 디지털 정보로 기록합니다. 이 기록은 인간이 느끼기에 자연스럽고 적당할 수준으로만 정해지는 것이지 현실을 똑바로 복제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포토샵이라는 프로그램 알고리즘에 따라 다양한 디지털 형식으로 재현할 뿐이죠.


  또한 카메라는 각 제조사와 기종마다 색상과 명도가 다릅니다. 따라서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인간의 눈과 동일하게 성능과 색상을 구현하는 카메라는 근본적으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다만 더욱 정교해 보일 뿐이죠.


  모든 사진이 포토샵과 같은 알고리즘을 거쳐야 한다면 포토샵을 마음껏 사용해도 될까요? 아닙니다. 포토샵을 통해서 촬영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대상을 화면 안에 넣을 수도 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명백하게 기록으로서의 사진의 기능을 상실시키고 보도사진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입니다. 만약 무분별한 포토샵 사용이 용인된다면 무고한 제 3자가 사건의 범죄자가 될 수도 있죠. 따라서 기자는 보도사진을 다룰 때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렇다면 사진기자는 어떤 사진을 기록해야 할까요? 이것의 답 또한 간단합니다. 중대신문은 정론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정론이란 정당하고 이치에 합당한 의견이나 주장을 뜻합니다. 정론은 단지 글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진은 글과 마찬가지로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자는 정론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진을 찍어야 합니다.


  기자는 정론을 추구하는 사진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겠습니다. 기자의 카메라에 기록한 사진을 통해 독자가 사건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의 첫 번째 목표입니다. 이를 넘어 기자의 사진이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선명히 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입니다. 허구와 날조, 믿을 수 없는 정보가 우리 도처에 떠다니는 사회에서 기자가 두 가지 목표를 지키기 위해 잘 뛰어다니고 있는지 독자 여러분의 비판과 감시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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