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대학에서 성적우수장학금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성적장학금을 전면 폐지한 고려대에 이어 서강대는 2018년부터 성적우수장학금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죠. 점점 많은 대학에서 성적우수장학금 폐지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성적우수장학금 폐지 논의 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을 가이드라인에서 짚어봤습니다.
 
  학업 장려, 돈으로만 가능한가?
  성적우수장학금은 회사에 비유하자면 일종의 ‘성과급’입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공부하도록 장려하고 우수한 성적을 낸 학생의 노력을 칭찬하는 제도죠. 따라서 성적우수장학금 폐지는 학생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장학금을 받기 위해 노력하던 학생들이 일순간에 목표를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죠.
성적우수장학금을 폐지해도 학생들이 계속 학업을 성실히 수행하도록 장려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서강대는 학업 우수자에게 장학금 대신 상장을 수여하는 제도를 검토 중입니다. 금전적인 지원 대신 학생의 명예를 높일 수 있는 제도를 준비하는 것이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학업 의욕을 높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화여대에는 학생의 자발적인 진로 설계를 장려하는 ‘이화미래설계 장학금’이 있습니다. 가계 곤란, 성적과 관계없이 미래 설계 의지가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죠. 제도 도입 외에도 기존 성적우수장학금 예산을 학생의 학업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시설이나 교육 프로그램 등에 투자해 학생의 의욕을 고취할 수도 있죠.
 
  장학금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도 살펴야
  소득분위 연계 장학금은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누구나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장학 제도입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약화하고 장학금을 지원해 소득이 적은 학생들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죠. 그러나 소득을 기준으로 장학금을 배분하면 사각지대가 생깁니다. 갑자기 형편이 어려워진 학생 중 기존 소득분위가 높아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 학생은 장학금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죠.
 
  성균관대는 갑작스러운 가계곤란으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징검다리 장학금 트랙 A(씨앗장학금)’를 운영합니다. 서울장학재단은 ‘서울희망 SOS 장학금’으로 가정 구성원의 사망이나 실직 등으로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진 학생을 돕습니다. 아산사회복지재단도 ‘나래장학생(SOS)’을 통해 경제적 이유로 학업 중단 위기에 처한 학생을 지원하죠. 성적우수장학금 폐지로 장학금 지원 사각지대에 놓이는 학생들을 위한 제도 마련도 중요합니다.
 
  필요한 사람이 받을 수 있도록…
  단순히 소득연계 장학금을 늘린다고 가계곤란 학생 모두가 마음 놓고 학업에 열중할 수 있게 되진 않습니다. 학생들은 등록금 범위 내에서만 장학금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생활비 등 실질적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은 여전히 학업에 열중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따라서 성적우수장학금 폐지로 확보되는 예산을 소득분위가 낮은 학생에게 등록금 범위 이상의 장학금으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서울대는 소득분위 0~1분위 학생에게 ‘SNU 희망장학금’으로 생활비를 지원합니다. 한양대도 ‘가계곤란 생활비지원 특별 장학금’을 통해 소득 0분위 학생들에게 매달 생활비를 주죠.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학비는 물론 생활비도 지원해 학업을 장려하는 제도 신설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성적우수장학금 폐지는 학생들의 직접적인 복지와 연계돼 있어 다방면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성적우수장학금 폐지 및 축소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지금, 중앙대도 곧 같은 고민을 하게 될 것입니다. 구성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 도출을 위해 깊은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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