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안티페미니즘 
 
“여성이라서 살해당했다.” 지난해 5월 17일 강남역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보이지 않던 ‘여성혐오’가 가시화됐습니다.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사회 속에서 여성들은 쌓아뒀던 상처들을 토해냈습니다. 여성을 대상으로 공공연하게 이뤄져 왔던 수많은 차별과 폭력에 대한 분노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죠.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1년하고도 4개월이 지났습니다. 이제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은 가장 큰 화두 중 하나가 됐죠. 여성의 권리를 외치는 사회단체들이 하나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페미니즘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건 대선 후보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바야흐로 ‘페미니즘 리부트(Reboot)’ 시대입니다.
 
  이는 작은 사회인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전에는 침묵했던 학내 성폭력 사건들이 공론화되고 강의실에서 당당하게 표출됐던 여성혐오에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부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페미니즘의 이름을 걸고 소모임을 결성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페미니즘을 향한 관심은 모든 사람이 페미니즘을 ‘추구’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중앙대에선 여성주의 독립언론 ‘녹지’가 쓰레기통에 대량으로 버려졌고 정치국제학과 여성주의 소모임 ‘참을 수 없는 페미니즘의 즐거움’의 벽보가 찢겨 나뒹굴었죠. 하지만 이는 비단 중앙대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경희대, 서울대, 성균관대 등 수많은 대학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안티페미니즘’이 표출됐습니다.
 
  개개인의 페미니스트 역시 안티페미니즘의 혐오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자신이 페미니스트라는 사실을 드러내고 말을 꺼내는 순간, 그의 신상은 온 세상에 공개되고 조롱거리로 소비됩니다. 그들은 혹여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보지는 않을지, 직접적인 폭력에 노출되지는 않을지, 두려움 속에서 가슴을 졸이며 살고 있죠. 자유와 평등을 논하는 대학의 일각에 혐오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입니다.
 
  중대신문 제1903호에서는 대학에 만연한 ‘안티페미니즘’을 논해보려 합니다. 페미니즘 조직과 페미니스트 개인이 대학에서 겪는 다양한 혐오를 수집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대학생들에게 페미니즘이란 무엇인지를 조사했습니다. 대학가가 직면한 안티페미니즘의 원인과 그 해결책도 고민해봤습니다.
 
  안티페미니즘과 페미니즘이 혼재한 대학에서, 우리는 ‘페미니스트’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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