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에는 <CAU세미나>라는 지도교수제를 커리큘럼화 한 독특한 과목이 있습니다. 2016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대상으로 처음 시작됐죠. 대학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신입생들의 인생 목표 설계와 진로 탐색을 돕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그런데 <CAU세미나>, 과연 취지대로 잘 운영되고 있을까요?

약하고 희미한 가이드라인
<CAU세미나>에는 필수과제가 있습니다. 한 학기에 1회 이상 지도교수와 면담을 하는 것이죠. 학생들은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교수님과 면담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점을 <CAU세미나>의 장점으로 꼽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좀 다릅니다. 최소 기준인 1회 이상으로 교수와 꾸준한 상담을 진행하는 경우는 드문 것이죠. 지금의 필수과제는 교수와 학생의 지속적인 상담을 가능하게 해 학생의 진로를 지도하겠다는 취지를 살리기엔 부족해 보입니다. 단 한 번의 상담으로 학업과 진로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기 때문이죠. 박경하 다빈치교양대학장(역사학과 교수) 역시 “현재의 규정은 너무 약하다”며 “의무 상담 횟수를 3회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본 취지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지속적인 면담을 진행하는 수업이 드물다 보니 대부분의 학생에게 <CAU세미나> 시간은  ‘공강’에 가깝습니다. 총 2주 동안 각각 오리엔테이션과 1회의 면담에 참석한 후엔 별도의 커리큘럼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CAU세미나>는 한 학기 내내 시간표에 그대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CAU세미나>와 겹치는 시간에 듣고 싶은 수업은 신청할 수가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심지어 대부분의 <CAU세미나>는 일괄 수강신청 돼 원하는 시간을 선택할 수도 없는 실정이죠.

이수 마치면 도로 지도교수제로…
또 <CAU세미나>와 지도교수제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병행되고 있습니다. <CAU세미나>를 수강하는 신입생들은 1년간 지도교수를 배정받지 않습니다. 그리고 <CAU세미나(1)>과 <CAU세미나(2)>를 모두 이수한 후인 2학년부터는 기존 지도교수제에 편입됩니다. 즉 지도교수제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CAU세미나>를 마치면 결국 실효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지도교수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얘기죠. 박경하 다빈치교양대학장은 이에 대해 “두 제도를 연결해야 한다”며 “<CAU세미나>와 지도교수제의 연계를 강화한다면 학생 상담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CAU세미나>는 교수의 재량에 크게 의존합니다. 교수가 자율적으로 수업을 운영해 각 전공의 사정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입니다. 문제는 교수별로 수업 방식이 천차만별이라 학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죠. 이에 대해 김창일 교무처장(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은 “<CAU세미나> 운영 우수사례를 분석·발굴하고 구성원에게 공유해 학생 지도를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운영 우수사례가 하나의 좋은 대안이 될 순 있습니다. 그러나 한 전공의 우수사례가 모든 전공단위에 들어맞긴 힘듭니다. 다양한 전공단위의 특성을 고려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학생과 교수의 혼란을 방지하는 동시에 진로 설정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4년의 대학 생활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대학에 갓 입학한 학생들이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스스로 이 질문에 답을 내리기란 결코 쉽지 않죠. <CAU세미나>는 교수님이 신입생과 직접 만나 진로와 비전 구축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시행됐습니다. 하지만  2년 차에 접어든 <CAU세미나>에는 몇몇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개선한다면 <CAU세미나>는 대학 생활이 막막한 새내기에게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는 오늘도 그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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