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먹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어떤 음식의 맛과 향에는 추억이 담기기도 하죠. 이번주 ‘캠퍼스를 거닐며’에서는 ‘나에게 소중한 음식’을 주제로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요. 음식의 감칠맛보다 더 진한 추억의 맛을 안겨준 다양한 음식 이야기.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지금 바로 들어보겠습니다!
"고향이 생각날 때마다
친절한 떡볶이가 심리치료를 해줘요"
-추억이 떠오르는 특별한 음식이 있으신가요?
“하나 뽑자면 떡볶이요. 처음으로 먹은 한국 음식이 떡볶이였거든요. 유학을 결심하는데 떡볶이가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죠.”
“하나 뽑자면 떡볶이요. 처음으로 먹은 한국 음식이 떡볶이였거든요. 유학을 결심하는데 떡볶이가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죠.”
-떡볶이가요?
“2년 전 중국 광저우에 있는 한국 식당에서 떡볶이를 처음 먹었어요. 이렇게 매콤하고 맛있는 건 처음이었죠. 광저우 음식은 대부분 달거든요. 예전부터 한국문학에 관심 있던 차에 떡볶이를 먹고 한국에 가겠다고 결심했죠.”
-한국에 매운 음식이 많긴 하죠.
“맞아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찌개를 먹으면 ‘헉!’ 하고 눈물이 나오곤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매운 떡볶이로 단련돼서 매운 음식도 잘 먹을 수 있게 입맛이 바뀌었죠.”
-떡볶이를 자주 드시나 봐요.
“한국은 분식집이 엄청 많잖아요. 가게마다 맛이 달라서 좋아요. 광저우에서 처음 떡볶이를 먹어 봐서 그런지 한국 음식인데도 떡볶이를 먹으면 광저우에서의 추억이 떠오르죠. 고향 생각이 날 때면 항상 떡볶이가 먹고 싶어져요.”
-떡볶이를 정말 좋아하시는 게 느껴져요.
“떡볶이는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 친절하고 편한 매력이 있어요. 먹고 싶을 때마다 어렵지 않게 사 먹을 수 있고요. 우울하거나 고향 생각에 외로울 때 떡볶이가 심리치료를 해주죠.”
"김치볶음밥에서 부정(不定)할 수 없는
부정(父情)을 느꼈죠"
-‘소중한 음식’하면 어떤 음식이 떠오르시나요?
“중학생 때부터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어요. 어머니가 미국에 가셔서요. 그때 아버지께 해드렸던 김치볶음밥이 떠오르네요.”
“중학생 때부터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어요. 어머니가 미국에 가셔서요. 그때 아버지께 해드렸던 김치볶음밥이 떠오르네요.”
-중학생인데 요리를 하셨다고요? 어릴 적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나봐요.
“아버지께서 직장에 다니느라 바쁘셔서 냉동식품이나 인스턴트 음식을 자주 먹었어요. 그러다가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대로 김치볶음밥을 한번 만들어 봤죠. 요리에 재능이 있는지 시험해볼 겸 해서요.”
-시험해보니 재능이 있던가요?
“누가 봐도 맛없어 보이는 김치볶음밥이 탄생했어요. 밥이 완전 떡이 돼 있더라고요. 그날 이후 요리에 재능이 없는 걸 깨닫고 더 이상 음식을 만들어 먹지 않았죠. 이제는 라면밖에 못 끓여요.(웃음)”
-그런데도 소중한 음식이 된 이유가 궁금하네요.
“퇴근하고 오신 아버지가 제가 만든 김치볶음밥을 맛있게 드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았거든요. 제가 먹어도 엄청 맛없었는데 내색 없이 고맙다는 말씀만 하시고 맛있게 드셨죠.”
-요리를 망친 덕분에 아버지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네요.
“맞아요. 부정(不定)할 수 없는 부정(父情)을 느꼈죠. 누구라도 먹기 힘들 그 김치볶음밥을 저를 위해 다 드셨다니…. 맛없는 김치볶음밥이 결국 아버지의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음식이 됐네요.”
"된장찌개는
어른이 됐다는 선언이에요"
-추억이 떠오르는 특별한 음식이 있으신가요?
“하나 뽑자면 된장찌개가 생각나네요. 제가 요즘 요리에 관심이 많거든요. 처음으로 부모님께 해드렸던 음식이 된장찌개였죠.”
“하나 뽑자면 된장찌개가 생각나네요. 제가 요즘 요리에 관심이 많거든요. 처음으로 부모님께 해드렸던 음식이 된장찌개였죠.”
-언제 처음으로 해주신건가요?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병원에 입원하신 적이 있었어요. 항상 어머니가 밥을 해주셨는데 입원을 하셔서 어쩔 수 없이 제가 집에서 밥을 하게 됐죠.”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어머니께서 지금은 퇴원하셨나요?
“네. 지금은 퇴원하셨어요. 사실 처음에는 아버지께 먼저 된장찌개를 해드렸어요. 드시고 맛있다고 하셔서 어머니가 퇴원하고 오셨을 때 한 번 더 된장찌개를 만들었어요.”
-어머니도 맛있게 드셨나요?
“안 그래도 어머니께서 ‘우리 아들이 다 컸구나!’ 하고 엄청 좋아 하셨어요. 그래서 요리가 더 재밌게 느껴지고 뿌듯했죠.”
-부모님께서 아주 대견하셨나 봐요.
“제가 이번학기부터 자취를 시작했어요. 그래서 된장찌개를 맛있게 만들어서 자립심을 보여주고 싶었죠. 걱정 안 해도 혼자 잘 지낼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서요. 된장찌개는 아들이 이제 어른이 됐다는 선언이에요.”
"비 오는 날이면 순댓국에 담긴
추억이 한 장의 사진처럼 떠올라요"
-소중한 추억이 담긴 음식이 있나요?
“순댓국이요. 2년 전 비 오는 날이었어요. 그날 친구와 순댓국을 먹으러 갔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순댓국이요. 2년 전 비 오는 날이었어요. 그날 친구와 순댓국을 먹으러 갔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어떤 점이 기억에 남던가요?
“순댓국은 보통 뚝배기에 끓이잖아요. 순댓국이 뚝배기에서 끓는 소리를 듣고 친구가 빗소리 같다고 했죠. 그 후로 비 오는 날이면 순댓국을 찾게 되더라고요.”
-상상력이 풍부한 친구네요.
“고등학교 때부터 사귄 친구인데 약간 4차원 기질이 있는 친구예요. 그래서 왜 뚝배기 끓는 소리가 빗소리처럼 느껴졌는지 물어보지 못했죠.(웃음)”
-비 오는 날이 아니어도 순댓국을 먹나요?
“평소에도 가끔 먹긴 하는데 아무래도 비 오는 날에 많이 찾게 되더라고요. 한 달 전 장마가 시작됐을 때 정말 많이 먹었어요. 비 오는 날이다 보니까 막걸리도 한 잔 곁들이죠.”
-순댓국에 담긴 추억이 많으신가 봐요.
“순댓국은 제게 한 장의 필름 같아요. 비 오는 날 순댓국을 보면 학창시절 친구랑 순댓국을 먹었던 추억이 떠오르거든요. 마치 사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