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잘앙잘은 작은 소리로 종알종알 군소리를 자꾸 내는 모양을 뜻합니다. 이번 학기 앙잘앙잘에서는 청춘이 말하고 싶어 하는 작은 소리를 모아 보려 합니다. 첫 번째 주제는 대학축제입니다. 흔히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라고 하죠. 다음달 열릴 중앙대 가을축제를 위해 막바지 준비가 한창일 시기이기도 한데요. 우리는 대학축제를 제대로 즐기고 있는 걸까요? 오늘날의 대학축제는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고 있을까요? 5명의 학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일러스트 윤국화님 
돈만 남은 주점과
학생 없는 무대

폭죽은 터뜨리는 것도
간직하는 것도 즐겁다
 
한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총 1016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약 35.1%가 대학축제 참여에 부정적인 의사를 밝혔습니다. ‘식상한 축제 프로그램’이 ‘취업준비’ 다음으로 가장 많은 불참 이유로 꼽혔는데요. 앙잘앙잘에서는 대학축제의 문제점과 발전 방향 그리고 축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에 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이번 좌담회는 문화위원회 정승현 문화위원장(기계공학부 3), 이슬이 학생(홍익대 디지털미디어디자인과), 양호정 학생(가톨릭대 특수교육과), 이하승 학생(경인교대 생활과학교육과), 중대신문 여론부 유다해 기자가 함께했습니다.
 
사회자: 모두 반갑습니다. 이제 곧 가을축제가 다가와요. 다들 대학축제하면 뭐가 먼저 떠오르나요?
호정: 연예인들의 공연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같아요. 다른 대학축제에 가는 이유도 주로 관심 있는 연예인을 보기 위해서거든요.
하승: 주점이요.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잖아요.
승현: 저는 축제 기획과 관련된 일이 먼저 떠올라요.
슬이: 슬프게도 과제가 떠오르네요. 축제 기간에 과제가 많거든요.
사회자: 그렇다면 축제 기간에 주로 무얼 하고 계세요?
하승: 저는 우리 대학축제는 안 가요. 재미가 없거든요. 그래서 더 재밌는 대학축제를 찾아다녀요.
승현: 저는 다른 대학축제에는 가본 적이 없어요. 축제 시즌에는 축제기획단 일밖에 안 하는 거 같아요.
사회자: 즐기지 못해서 아쉽겠어요.
승현: 아니에요. 축제기획단 활동도 축제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거든요. 대학마다 축제기획단이 있는 곳도 있지만 없는 곳도 많죠. 그중에서도 중앙대 축제기획단은 인원이 100명이 넘어요. 축제기획단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죠.

  나는 그런 축제가 좋더라
사회자: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축제를 즐기고 계시군요. 그럼 본인이 즐겼던 대학축제에 점수를 매기자면 10점 만점에 몇 점일까요?
승현: 저는 9점을 주고 싶어요. 다만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한 점은 아쉬워요. 축제기획단으로 직접 활동해보니 학생 참여가 적어서 진행하지 못하는 사업이 너무 많더라고요.
하승: 정말 재밌을 때는 10점이지만 재미없을 때는 0점이에요. 공연장과 주점 장소가 서로 가까울수록 편하고 재밌거든요. 지난해 서강대 축제는 주점에서 공연장이 보였던 반면 올해 홍익대 축제는 공연무대 뒤쪽에 주점이 있어서 아쉬웠죠.
호정: 저는 7점이요. 환경이 깔끔하고 분위기가 너무 과열되지 않았던 축제에 점수를 높게 주고 싶네요.
슬이: 저는 축제 자체의 재미보다는 친구들과 노는 게 재밌어서 7점을 주고 싶어요.
사회자: 축제의 재미를 높이기 위해선 어떤 요소가 필요할까요?
승현: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캠퍼스가 넓으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중앙대 안성캠은 캠퍼스가 넓어서 다양한 공간 활용이 가능하잖아요. 반면 서울캠은 언덕에 위치하고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한계가 있죠.
슬이: 공간이 넓으면 지역사회와 연계해서 축제를 진행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에요.
승현: 맞아요. 공간이 좁으면 큰 행사 차량이 다니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어요. 그리고 건물이 밀집돼있다 보니 너무 큰 소리는 소음이 돼요. 시험이나 졸업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그래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짜기가 어려워요.
호정: 그래도 캠퍼스가 작은 학교의 축제는 작은 학교만의 분위기가 있지 않나요? 저희 학교는 축제로 유명하지 않아서 주로 재학생만 오거든요. 그러다 보니 줄 서는 시간이 길지 않아서 지치지 않고 축제를 즐길 수 있어요. 연예인이 오면 눈앞에서 악수할 수도 있고요.(웃음)
하승: 맞아요. 학교가 작으면 아무래도 재학생을 중심으로 축제가 진행되죠. 그런 면에서 학생증을 보여줘야 공연장에 입장할 수 있는 방식은 좋은 것 같아요. 다른 학교 학생이 많이 와서 정작 그 학교 학생이 공연을 못 즐기면 안 되잖아요.
 
  축제는 무대와 주점뿐?
사회자: 대학축제 하면 가장 먼저 주점 행사가 떠올라요. 여러분은 주점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승: 저는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주점에서 일했는데 오히려 재밌었던 경험이 있어요. 손님이 음악에 맞춰 춤추면 안주를 더 드리기도 했죠. 물론 경제적으로 남는 건 없었지만 재미있게 즐겨서 힘들지 않았어요. 스스로 어떤 태도로 축제에 임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고 봐요.
다해: 주점이 사람을 끌어모으기에는 가장 좋지 않나요?
슬이: 맞아요. 주점도 주점 나름대로 취지를 살리면 좋은 행사가 될 거예요. 홍익대 같은 경우는 전공별로 주점을 다양하게 진행하거든요.
승현: 저도 가봤어요. 전공마다 특색이 있어서 전공을 알리고 소개할 기회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하승: 주점만이 대학축제의 전부는 아닐 거예요. 중앙대만 해도 지난학기 축제 때 교수님과 학생이 함께 사회문제를 이야기하는 ‘말하는 대로’란 프로그램을 통해 소통을 이끌어 내보려 했거든요. 하지만 흥행하지 못했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살려보고 싶었는데 결국엔 아이돌 공연과 주점을 중심으로 돌아가더라고요.
다해: 저는 주점에서 일하는 게 의미 없다고 느낀 적이 많아요. 새벽까지 힘들게 일하잖아요. 그런데 무보수로 일한단 말이에요. 일당을 회식으로 퉁치기도 하고요.
승현: 주점의 목표를 돈을 위한 것만으로 보는 인식도 문제에요. 주점은 동기, 선배, 졸업생 그리고 교수님이 함께 모이는데 의의가 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주점을 학생회비 충당을 위한 사업으로만 여겨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요. 학생회 친구들에게 주점을 왜 하냐고 물어보면 ‘선배들이 하래서요’, ‘매년 하는 거니까요’라는 식이죠. 주점의 본래 의미가 퇴색해서 아쉬워요.
호정: 축제 분위기가 과열돼서 생기는 문제도 있다고 생각해요. 밤이 깊어지면 치한이나 괴성을 지르는 사람 때문에 위험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거든요.
승현: 맞아요. 가끔 손님이 주점에서 일하는 학생에게 술을 강권하거나 욕설을 날리기도 해요. 또 오랜만에 보는 선배가 오면 학교에서 정한 마감 시간을 넘기고 주점을 진행하기도 하죠. 사실 주점을 하면 남는 건 힘들었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사회자: 주점과 함께 대중가수 공연이 대학축제의 메인 프로그램으로 여겨지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호정: 큰 볼거리가 되지만 유명 가수의 공연이 메인이 돼선 안 되겠죠. 꼭 공연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다른 프로그램으로 축제를 알차게 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승: 맞아요. 동아리가 중심이 되는 공연을 활성화하면 좋겠어요. 춤 동아리나 노래 동아리에겐 무대에 서는 게 하나의 추억이 되니까요.
승현: 대학 간 초대 가수 라인업 경쟁이 과열되는 현상도 문제에요. 다른 학교에 비해 라인업이 부실하면 학생들이 많이 떠나잖아요. 그럼 재학생들을 한마음으로 모으자는 축제의 취지가 무색해지죠.
사회자: 이외에도 더 나은 축제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승현: 저는 축제 홍보 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수막과 SNS만으로는 한계가 있거든요. 게다가 요즘엔 학생들이 활발하게 참여하는 커뮤니티도 없잖아요. 모든 대학생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매체가 만들어져서 어떤 행사가 언제 열리는지 정보를 제공하면 좋겠어요.
슬이: 학생들의 참여도 중요하겠죠. 공연 외에도 학생 참여가 가능한 퀴즈대회는 어떨까요?
사회자: 대학마다 특색 있는 축제를 여는 게 관건인 것 같아요. 서강대는 넓은 잔디밭을 활용해 텐트를 치기도 했고 건국대는 호수가 넓어서 보트를 띄우기도 했잖아요.
승현: 그런 특색 있는 프로그램이 가능한 학교는 정말 부러워요. 청룡탕에 배를 띄울 수는 없으니까요.(웃음)
 
  뜨겁지 않아도 괜찮아
사회자: 고쳐나가야 할 점이 많네요. 그런데 축제는 무조건 열정적이어야 하나요? 저같이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더 피곤해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요?
슬이: 맞아요. 꼭 축제를 즐겨야만 하는 건지 의문이 들어요. 학업과 진로 문제를 생각하면 축제를 즐길 여유가 없기도 하고요.
승현: 꼭 즐겨야 한다고 강요할 수는 없죠. 그래도 대학축제가 다른 대학과의 연결고리가 되기도 하잖아요. 축제 때 더 열린 마음가짐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게 되고요. 결국엔 자신이 즐기려고 노력하는 만큼 얻어가는 게 많은 행사라고 생각해요.
하승: 축제가 소속감과 연대감을 주는 건 맞아요. 다만 연대감을 고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줄어들어서 안타까워요.
승현: 저는 축제 때 나눠주는 기념품도 소속감을 줄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중앙대에서는 올해 축제 기념 티셔츠가 인기를 끌었잖아요. 학생식당에 갔더니 ‘청월야화’ 티셔츠를 입고 있는 사람들이 학식을 먹고 있더라고요. 제 친구는 강남의 영어학원에서도 그 티셔츠를 입은 사람을 봤대요.(웃음) 그런 걸 보면 같은 학교 사람이라 괜히 더 친근하게 느껴지거든요.
사회자: 그러네요. 축제가 꼭 거창할 필요는 없죠. 소소한 선물이 축제의 순간으로 다가올 수 있으니 말이에요. 모두가 각자의 방법으로 즐길 수 있는 축제를 그려보며 이만 좌담회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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