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31개 기업계 평판 데이터 조작
데이터 입력 시기 일정해 들통나
 
지난 6월 26일 본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한 ‘QS 사태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는 지난달 6일 ‘QS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보고서’를 공개했다. 이어 같은달 19일에는 303관(법학관) 2층 대강당에서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조사 결과 발표회를 진행했다. 중대신문에서 진상조사위가 발표한 조사 결과를 정리했다.

  이번 QS 사태는 ‘QS 세계대학평가(QS 평가)’의 평가 지표 중 ‘Employer Repu-tation(기업계 평판)’ 대리 입력이 발각돼 불거졌다. QS 평가는 기업계 평판을 포함해 총 6개 지표로 각 대학을 평가한다. 그중 기업계 평판은 총점 10%를 차지한다.
 
  기업계 평판 점수 산출은 각 대학이 ‘조사 대상 기업’ 400곳을 선정해 QS의 국내 대행사인 조선일보에 제출하면서 시작한다. 조선일보는 QS에 국내 대학이 제출한 기업 목록을 전달하고 QS는 이 중 무작위로 기업을 선정해 기업계 평판 설문조사 링크가 담긴 이메일을 발송한다. 이메일을 받은 기업은 링크를 통해 설문조사 페이지에 접속해 ‘인사 담당자로서 채용 경험에 비추어 가장 우수한 졸업생을 배출한 최대 10개 국내 대학 및 최대 30개 해외 대학’을 선정하고 이는 기업계 평판도 점수에 반영된다.
 
  다만 해당 설문조사 페이지에는 허점이 존재한다. 해당 링크만 알고 있으면 누구나 접속해 설문에 응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지에 접속해 기업명과 이메일 주소만 입력하면 별도의 인증절차 없이 설문조사에 참여할 수 있다. 평가팀 실무자는 이 점을 이용해 직접 설문조사에 응답한 것이다.
 
  이런 허점을 이용할 수 있었던 데는 기업과 대학 간의 ‘관행’도 한몫했다. 많은 기업은 바쁘다는 이유로 QS 설문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그래서 평가팀은 관행적으로 일부 기업으로부터 설문조사 페이지 링크를 받아 ‘대리 입력’해왔다. 진상조사위 조사결과, 평가팀은 기업계 평판 설문조사에 참여할만한 사람 4731명의 데이터를 축적해왔고 데이터에는 평가팀 직원의 지인 기업이 포함돼있기도 했다.
 
  진상조사위는 평가팀장과 실무자, 기획처장, 행정부총장, 총장 등을 비롯해 이번 사태와 관련된 인사를 면담 조사했다. 면담 조사에서 실무자는 자동입력프로그램을 통해 기업계 평판 설문조사를 중앙대에 유리한 쪽으로 대리 입력했다고 인정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앙대는 매년 QS 평가 기업계 평판 설문조사에서 100여 개 기업으로부터 ‘우수한 졸업생을 배출한 대학’으로 선택돼왔다. 평가팀은 그중 일부를 대리 입력해왔는데 진상조사위는 그간 몇 개 정도의 설문을 대리 입력해왔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부 설문을 대리 입력했지만 최근 중앙대 기업계 평판 점수가 상대적으로 하락했다. 이에 평가팀은 기업계 평판 점수를 늘리기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 이후 실무자는 심적 압박으로 400개의 설문조사를 대리 입력하기로 결심했다고 조사위원회가 밝혔다. 김성천 교수는 “대리 입력 개수를 400개로 늘리자는 결정은 실무자 개인 판단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실무자는 자동입력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진상조사위는 평가 지표 제출 당시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제안서 제출과 기타 대학평가 업무가 있는 등 과도한 업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많은 업무가 겹친 상황에서 QS 기업계 평판도 대리 입력을 400건이나 수동으로 끝마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실무자는 지인을 통해 자동입력프로그램을 받아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설문조사에 응답하도록 했다.
 
  실무자가 자동입력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자료 조작 개수는 늘어났다. 대리 입력하기로 한 400개 기업 데이터가 담긴 파일이 아니라 평가팀에 축적된 4731개 기업 데이터가 담긴 파일을 프로그램에 넣고 실행한 것이다. 진상조사위는 400개 기업 데이터 파일명과 전체 기업 데이터 파일명이 ‘_’ 한 글자 차이밖에 나지 않아 조작 파일이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자동입력프로그램으로 인해 중앙대에 유리한 설문 결과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했다. 갑작스레 중앙대에 유리한 응답이 큰 폭으로 증가하자 QS는 로그 기록을 확인했다. 확인 결과 각 설문조사 간의 응답시간은 단 0.1초 차이도 나지 않을 만큼 일정했다. 이후 QS는 지난 5월 ‘QS Conference’에 참석한 홍준현 국제처장(공공인재학부 교수)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위와 같은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발표에도 지난달 19일 발표회에 참석한 학내 구성원들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참석자들은 자동응답프로그램의 출처와 구매 비용 지출 여부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김성천 교수는 “자동응답프로그램 제공자를 묻는 말에 실무자는 중앙대 재학생도 교직원도 아니라고 답했다”며 “그 이상의 자세한 신상정보는 강제 조사권이 없어 추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방효원 교수협의회장(의학부 교수)은 자동응답프로그램을 제공받는데 비용이 지출되지는 않았는지, 비자금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비용이 처리되지는 않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김성천 교수는 평가팀 예산을 확인해본 결과 관련 흔적을 찾을 수 없었으며 비자금은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진상조사위가 합리적 의심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길용 교수(일본어문학전공)는 “진상조사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의지가 부족했다”며 “자동응답프로그램 제공을 도운 사람을 끝까지 알아내는 게 진상조사위의 의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