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죠. 그렇기에 감정에 솔직한 동물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질 때가 많은데요. 이번주 ‘캠퍼스를 거닐며’에서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되어준 동물’을 주제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때로는 위로가 되고 때로는 평생 남을 추억이 되기도 하는 동물들. 그 사연 속으로 빠져볼까요?
 
 
 "문득 궁금하고 보고 싶어요"
장지우 학생(좌측 영어교육학과 4), 박혜영 학생(우측 영어교육학과 4)
 
-각별하게 아끼는 동물이 있나요?
지우 : “예전에 ‘슈’라는 고양이를 키운 적이 있었어요. 수능 보기 이틀 전에 남동생이 데려왔는데 그 고양이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되게 하얀 슈크림 같아서 슈라고 지었었는데…”
혜영 : “맞아. 슈 되게 귀여웠는데. 저는 초등학교 때 강아지를 키웠어요. 엄청 하얀 말티즈인데 코가 특이해 ‘코코’라고 이름 지었었죠.”
 
-키운 적이 있었다고요? 지금은 안 키우나요?
우 : “신입생 때 바빠서 집에 잘 못 들어갔었어요. 그러다 오랜만에 집에 갔는데 얘가 가출을 했다는 거예요. 원래 자주 나가서 2~3일 뒤에 들어오곤 했거든요. 이번에도 그런 줄 알았는데 결국 안 돌아왔어요.”
혜영 : “코코도 슈처럼 갑자기 사라졌어요. 공동주택인데 코코가 너무 짖어서 계속 키우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다른 집에 코코를 맡기게 됐죠. 어느날 맡긴 집에 코코를 보러 갔는데 잃어버렸다고 해서 어린 마음에 큰 충격을 받았어요.”
 
-함께했던 추억이 많았을 텐데….
혜영 : “다른 집에 코코를 맡기고 나서부터 일주일에 한두 번씩 만나러 갔었어요. 그때마다 코코가 대문에서부터 반가워하면서 달려와 안기고 했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아요.”
지우 : “슈와 같이 누워 있을 때가 가장 좋았어요. 흔히 고양이하면 애교도 없고 튕긴다고 하잖아요. 저희 슈도 그랬어요. 그러다 가끔씩 와서 제 머리를 잘근잘근 씹고 같이 뒹굴뒹굴했는데 그때가 엄청 좋았어요.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슈와 코코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요?
지우 : “슈는 고양이를 좋아할 수 있게 해준 존재예요. 제가 원래는 고양이를 무서워했었어요. 밤에 길고양이들 보면 눈이 번쩍거리고 하니까요. 그런데 슈를 키우면서 이제는 고양이가 무섭지 않고 좋아졌어요. 나중에 독립하게 되면 다시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요.”
혜영 : “문득 궁금한 친구? 가끔 보고 싶을 때가 있어요. 어디서 잘 살고는 있는지.”
 
-길에서 다른 동물을 볼 때마다 많이 생각나겠어요.
지우 : “맞아요. 동네에 고양이가 많아서 더 그랬어요. 지나가다가 고양이를 보고 ‘어? 쟤 슈 아니야? 슈야~’라고 불러보기도 했죠.”
혜영 : “저도 코코가 너무 보고 싶어서 작년에 지우랑 같이 유기견 봉사활동도 갔었어요.”
지우 : “이젠 오래 돼서 찾기 힘들겠지?”
혜영 : “그치. 사실 지금은 어디서 애 낳고 잘살고 있지 않을까 싶어.(웃음)”
 
 
  "동물이라는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존재예요"
정희원 학생(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2)
 
  -소중한 동물이 있나요?
  “브라질에서 살았을 때 동생이 강아지를 분양받아 왔어요. 브라질 사람들은 마당에서 개를 많이 키워서 동생이 부러워했거든요. 동생 덕분에 ‘송이’를 만나게 됐지만 어느새 제게 소중한 아이가 됐죠.”
 
  -이름이 송이인가요?
  “네, 눈송이처럼 희고 고와서 송이라고 지었어요.”
 
  -귀여운 이름이네요. 송이는 어떤 아이였나요?
  “제가 어머니께 혼나는 걸 본 이후로 얘가 저를 되게 무시하기 시작했어요. 거만한 표정으로 쳐다보면서 제가 주는 밥은 안 먹고 어머니가 주는 밥만 먹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동물처럼 보이지 않고 ‘진짜 사람처럼 행동 하는구나’ 라고 느꼈어요.”
 
  -진짜 사람처럼요?
  “네. 그래서 개를 키운다는 느낌이 딱히 없어요. 오히려 송이가 저에게 항상 눈치를 주고 그러거든요. 식탐이 없는 편이라 훈련도 잘 안 돼요. 송이 덕분에 저는 집안 서열 5위가 돼버렸죠.(웃음)”
 
  -얄밉진 않으세요?
  “오히려 그런 점이 더 좋은걸요. 송이가 집안 분위기를 딱 파악하고 저를 대하는 모습에서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고 느꼈죠.”
 
  -송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생물학적으로는 그냥 개지만. 저에게 송이는 개 이상이에요. 감정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존재, 동물이라는 단순한 말로 정의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존재죠.”
 
 
 
"그럼에도 너를 챙겨주는 이유는
사랑하기 때문이야"
이유진 학생(간호학과 2)
 
  -혹시 키우는 동물이 있나요?
  “저는 구피라는 물고기들을 키워요. 아는 분께 한 쌍을 얻어 왔는데. 지금은 새끼를 많이 낳아서 50마리 정도 됐어요.”
 
  -키우면서 언제 보람을 느끼나요?
  “구피가 새끼를 낳았을 때요! 암컷 구피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새끼들을 잡아먹어요. 그래서 암컷 중에 배가 빵빵한 애들은 따로 골라서 다른 어항에 옮겨놓죠. 구피가 푸킷푸킷 낳은 새끼를 종이컵으로 샥! 해서 구출하는데 구조대가 된 것 같아서 좋았어요. 생명을 구하는 뿌듯함이랄까요? 제가 간호학과라서 더 그런가 봐요.(웃음)”
 
  -구피와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실연을 당했을 때 많이 위로가 됐죠. 평소 같으면 밖에 나가서 놀거나 했을 텐데 집에만 있다 보니 구피를 돌보게 되더라고요. 구피들이 오르락내리락하는걸 보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그런 구피를 보면서 곡을 쓰기도 했어요.”
 
  -작곡을 하셨다고요?
  “네. 제가 작곡동아리를 하는데 구피를 보며 영감을 얻고 작곡한 곡이 있어요. ‘친구도 만나고 싶고 술도 마시고 싶지만 그럼에도 너를 챙겨주는 이유는 사랑하기 때문이야. 그런 내가 널 잘 챙겨줄 수 있을까?’라는 내용의 곡이에요. 걱정하는 마음이 생기는 건 사랑하기 때문이죠. 구피는 제게 사랑을 알려준 존재라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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