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비한 법률과
미온한 처벌
 
같은 목표를 향해
같이 가야
 
프랜차이즈(franchise)는 중세 프랑스어로 ‘자유를 주다(to free)’라는 뜻이다. 자유, 면제, 특권이라는 프랜차이즈의 개념은 현재까지 이어졌다.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은 가맹점주들은 브랜드 사용권을 얻어 자유롭게 사업을 펼쳐갈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 ‘자유’는 끊임없는 갑질 논란의 불명예로 얼룩지고 있다. 한국 법률은 가맹점을 을의 위치에서 구해낼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프랜차이즈 관련 현행 법률을 알아봤다.
  법률이 착취를 권한다
  ‘가맹본부가 가맹사업거래에서 계약내용이나 법령을 위반하여 고의 또는 과실로 가맹점사업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가맹점사업자는 가맹사업거래분정조정협의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하거나 가맹본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위 내용은 프랜차이즈의 분쟁조정 및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된 법령의 일부다. 해당 법령엔 가맹점주는 가맹본부에 손해배상청구 및 분쟁조정 신청이 ‘가능’하다는 소극적인 문구만 적혀있을 뿐 그에 대한 처벌의 수위나 제재 방식이 명확하지 않다.
 
  이런 법률에서 알 수 있듯 프랜차이즈 관련 법률의 문제점은 가맹본부의 갑질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제재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독립적인 사업을 하고 있는 개인 사업체이기 때문이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은 노사관계가 아니므로 양측 간에 발생한 갈등은 고용자와 노동자가 아닌 개인과 개인 사이의 갈등이기 때문에 강제성을 띤 처벌이 이뤄지기 어렵다.
 
  법의 강제성뿐만 아니라 처벌이 이뤄지더라도 현저히 낮은 제재 수위 역시 문제다. “가맹본부 입장에선 법을 지켰을 때보다 법을 지키지 않았을 때의 이익이 더 커요. 때문에 가맹본부는 굳이 법을 준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죠.” 프랜차이즈 법률 컨설팅 전문업체 맥세스법률원의 윤성만 대표는 가맹본부 갑질에 대한 소극적인 처벌 수위를 지적했다. 대기업 중심 경제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인 가맹본부를 상대로 공공연하게 일삼는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라는 것이다.
 
  실례로 피자 전문 프랜차이즈인 피자헛은 2003년부터 10여 년 동안 가맹점주들에게 ‘어드민피(Administration Fee)’라는 명목의 근거 없는 가맹금을 일방적으로 청구해 총 68억원을 부당 징수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검찰에 고발하지 않고 과징금 처분에 그쳤다. 그 결과 피자헛은 5억2600만원의 과징금을 지불했으나 이는 부당이익의 10%도 채 되지 않는 금액이다. 결국 소극적인 처벌이 가맹본부의 갑질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을’을 지키는 법
  법률의 미비함과 집행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법률적 대안이 등장했다. 지난 7월 국민의당 채이배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갑질 근절 4개 법안’이 그 대표다. 채이배 의원은 해당 법안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 가맹본부의 갑질을 억제하고 피해자를 구제하고자 했다. “현행 법률상 가맹계약관계에서의 ‘갑질’에 대한 과징금은 피해자에게 돌아가지 않고 국고로 전액 귀속돼요. 법률 개정을 통해 ‘갑’의 불법행위에 ‘을’이 금전적으로나마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고자 했죠.”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국회의원은 가맹점주의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맹점주협의회를 행정기관에 신고해 공식 교부증을 부여하는 등 공식적인 단체로 인정하는 법이 필요해요. 그를 통해 본부가 가맹점을 인식하고 판촉행사 비용을 가맹점과 사전 협의하도록 할 수 있죠.” 무분별한 갑질로부터 가맹점을 보호하기 위해선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동등한 지위가 법률로써 보장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프랜차이즈법률원 이윤재 대표는 법률 지식의 문턱을 낮출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인 가맹점주의 입장에선 법률 조언을 구하는 데 있어 재정적으로 부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정부에서 제도적으로 이런 분들을 도와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주면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지식적인 갑을 관계에서 벗어나 보다 대등한 위치에서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진정한 상생을 위해
  현행 가맹사업법 제14조의2에 따르면 가맹사업자들은 노동3권의 단체교섭권과 유사한 ‘단체구성권’을 가진다. 또한 가맹사업단체 가입을 이유로 가맹점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단체 가입을 저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가맹점 불시점검, 재계약 연장 거부 등 가맹본부는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가맹점주단체를 구성한 개별 가맹점들을 부당하게 차별하고 있어요. 이에 대한 처벌도 미비한 상황이죠.” 채이배 의원은 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은밀한 부당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강력한 법률을 통해 ‘가맹3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맹사업단체를 구성한 후에도 문제는 남아있다. 가맹사업법에 의하면 가맹점주들은 ‘협상요청권’을 통해 본부와의 소통 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요청권’일 뿐 본부 측에선 가맹사업자들의 협상 요청에 반드시 응해야 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가맹점주가 대화를 시도해도 본부가 이유 없이 거부하고 가맹점의 이야기를 무시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김해영 의원은 가맹점주의 권리를 위해 교섭의 실질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자본가와 노동자의 차이만큼이나 본부와 가맹점주 간의 힘의 차이는 굉장히 커요. 가맹점주 보호를 위해선 단체 구성권뿐만 아니라 교섭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이윤재 대표는 교섭권의 확실한 보장을 위해선 제도적인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업에서 장사를 하는 가맹점주와는 달리 가맹본부는 상대적으로 시간이나 자본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둘 사이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다. “교섭권이 보다 효과적으로 작용하려면 실질적으로 교섭을 이룰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해요. 국가가 양쪽의 입장을 공정하게 다룰 수 있는 장을 사전에 마련해야 하죠.” 법률로써 보장된 교섭의 장이 만들어져야만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다.
 
  김해영 의원은 본부와 가맹점의 상생을 위해서는 가맹점의 성장이 본부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상호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뢰는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신뢰 관계는 진솔한 대화를 통해 서로 같은 지향점을 향해 가고 있다는 인식이 심어졌을 때 가능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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