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모션으로 날아오는 총알을 주인공이 멋지게 피하는 장면을 보신 적 있나요? 이는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으로 일명 ‘불렛타임’이라 불리며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하지만 영화 <매트릭스>의 선풍적인 인기는 그 환상적인 액션씬 때문만은 아닙니다. ‘가상현실’에 대한 철학적 담론 또한 담겨있기 때문이죠.
 
  영화 <매트릭스>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평범하게 1999년의 삶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대다수의 사람들이 인지하는 세계는 기계들이 만든 ‘매트릭스’라는 가상현실에 불과하죠. 평범하게 ‘매트릭스’를 살아가던 ‘네오’는 기계에 대항하는 반란군 ‘모피어스’를 통해 자신의 세계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영화는 이를 통해 가상현실과 현실 간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바로 가상현실과 현실과의 구분 가능성이죠. 이는 가상현실에서 벗어나 현실로 향하는 네오에게 모피어스가 던지는 질문에서도 드러납니다. “너무나 현실 같은 꿈을 꾸어본 적이 있나? 만약 그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 그럴 경우 꿈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어떻게 구분하겠나?”
 
  이 질문은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던지는 질문이지만 영화가 관객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상현실이 존재할 때, 과연 현실과 구별할 수 있을까요? 영화는 이에 대한 직접적인 답을 내려주진 않습니다. 하지만 정신과 육체와의 관계를 통해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은근히 암시하죠.
 
  ‘매트릭스’는 가상현실이고 ‘모피어스’와 ‘네오’를 비롯한 반란군들은 이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트릭스’에서 죽으면 현실에서도 죽죠. 영화는 이를 정신이 죽으면 육체 또한 죽는다고 표현하는데요. 인간은 정신이 느끼는 감각과 육체의 감각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정신이 육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곧 우리가 인지하는 세상이 ‘정신’이 감각하는 세상이란 것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가상임을 알고 있더라도 우리가 그것을 현실로 느낀다면 우리의 정신과 육체는 그것을 ‘실재’라고 인지한다는 것이죠. 물론 아직 ‘매트릭스’와 같은 가상현실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영화가 그려내는 가상현실이 우리에게 고민해볼 거리를 안겨준다는 것은 분명하죠.
 
  1999년, 영화 <매트릭스>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이를 SF영화로 분류했습니다. 말 그대로 판타지라는 거죠. 하지만 VR 기술이 활성화 되고 있는 지금 ‘매트릭스’를 환상 속 이야기로 치부할 수만은 없게 됐습니다.
 
  영화 속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빨간 알약과 파란 알약을 내밉니다. 빨간 알약을 선택하면 비참한 현실의 삶을, 파란 알약을 선택하면 평범한 가상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죠. 여기서 네오는 비록 참담할지라도 현실에서 살아갈 것을 선택합니다. 우리가 이러한 선택의 기로에 설 날도 머지않았을지 모릅니다. 영화 <매트릭스>를 보며 한번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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