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정준 기자 
장담컨대 한국사를 들으신다면 촉촉한 삶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한국사는 우리 인식 속에 암기과목이라는 고정관념으로 남아있죠. 필수교양인 <한국사>를 생각하면 막막한 학생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 학생들이 한국사를 어려워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교수님이 계십니다. 일명 갓미라라고 불리는 한미라 교수님이죠. 넘치는 사랑을 갖고 학생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한미라 교수님(다빈치교양대학)을 만나봤습니다.

-먼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필수교양인 <한국사>를 강의하고 있어요. 고조선부터 현대까지 전반적인 역사의 흐름을 가르치죠. 현재는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7개 반을 개설해서 강의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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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아요.
  “5000년이 넘는 시간을 한 학기에 배우기는 어려운 일이에요. 여러분의 대학 생활을 한 문장으로 얘기하라는 것과 같죠.(웃음) 당대 분위기와 핵심 사건을 짚어주기 위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하는 편이예요. 조선 초기라면 계유정난과 관련된 영화를 보여주기도 하고 조선 중기라면 영화 광해를 보여주는 등 시대의 포인트를 짚어 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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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한국사 강의라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런가요?(웃음) 처음에는 수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학생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지 알 것 같아요. 박사과정까지 주구장창 역사만 공부해서 그런지 초반에는 오히려 쉽게 설명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게다가 강단에 서기 전에는 기상청, 박물관 등에서 일했기 때문에 학생을 대하는 게 어색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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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에서도 일하셨나요?
  “기상청의 국립기상과학원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어요. 부서별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는데 저는 역사팀에서 장기기후복원을 연구했죠. 앞으로의 장기적인 기후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과거를 되짚어보는 일이에요. 그러던 중 중앙대에서 기회가 찾아와 학교로 자리를 옮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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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강단에 섰을 때 어떤 기분이셨나요?
  “20122학기부터 강의를 시작했으니까 벌써 5년째 학생들을 만났네요. 처음으로 강단에 섰을 때를 잊을 수가 없어요. 당시 아시아문화학부와 사범대의 합반 수업을 맡았는데 설레서 잠도 안 오더라고요. 학생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떨리기도 했지만 내가 배웠던 중앙대에서 후배들을 가르친다는 설렘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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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강단에 서고 싶으셨던 건가요?
  “역사를 가르치는 건 항상 꿈꿔왔던 일이에요. 하지만 강단에 설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죠. 마음 한편에는 항상 학생들과 함께 하는 삶을 그려왔어요. 그런 와중에 모교에서 강의할 기회가 왔고 지금까지 강단에 설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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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에서 강의하게 돼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학사부터 박사까지 중앙대에서 마쳤어요. 학생들이 제자이기도 하지만 후배들이잖아요. 애정이 있을 수밖에 없죠. 강단에 서는데 지도교수님의 영향이 컸어요. 그 지도교수님이 다빈치교양대학장을 맡은 박경하 교수님이시죠. 제자들에게 애정이 대단히 많으세요. 저도 박경하 교수님 같은 선생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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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미라라는 애칭도 있다고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학생들과 남다른 친밀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수업에도 조금 일찍 가고, 수업에 있는 모든 학생의 이름을 외우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데면데면하게 한 학기를 끝내는 건 슬프잖아요. 틈나는 시간에 10초라도 눈을 맞춰야죠. 아마도 갓미라라는 별명은 학생들과 가까워지려는 노력 덕분에 붙여진 게 아닐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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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교원 수상을 5번이나 하셨어요.
  “학생들에게 정말 고맙죠. 학생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을 좋게 봐준 것 같아요. 한국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학생들에게 어떤 점이 어려운지 자주 물어봐요. 한국사는 배우고 잊어버리는 과목이 아니에요. 배움을 바탕으로 현대 삶에 적용하고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죠. 그래서 수업에 팀플을 도입했어요. 지식을 일방적으로 주입하지 않고 학생들이 직접 찾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요. 그런데 호불호가 갈리더라고요.(웃음) 제 능력이 부족하지만 학생들에게 더 쉽게, 더 다양한 지식을 나눠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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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세요. 힘에 부치진 않나요?
  “당연히 저도 사람인지라 아침부터 계속된 연강에 지칠 때도 있죠. 그런데 힘들어 보이면 이제는 학생들이 먼저 아프냐고 물어봐 줘요. 조별 과제 평가표에 힘내세요’, ‘사랑합니다’, ‘정말 재밌어요라고 적어서 제출해주기도 하죠. 이런 말을 들으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몰라요.”
 
-지난 5년 동안 가장 기억나는 수업이 있나요?
  “모든 수업이 다 기억에 남아요. 그래도 꼽아보자면 지난 2014년에 함께했던 정치국제학과와 공공인재학부 합반이 기억에 남네요. 보통 한 반에 지각이나 결석을 하는 학생이 몇 명씩은 있기 마련인데 이 반은 한 학기 내내 지각과 결석이 한 명도 없었어요. 그런데 중앙대는 의무적으로 학생들에게 C,D 학점을 주게 돼 있잖아요. 모두 열심히 했는데 누군가에겐 C,D학점을 줘야 한다는 게 너무 스트레스이기도 했고 미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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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을 생각하시는 마음이 참 따뜻하세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수업 마지막 시간에 항상 말하는 게 있어요. 한국사가 옛날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죠. 과거의 이야기는 현재의 삶과 연결돼 있어요. 옛 사건들을 거울삼아 보면 지금 우리의 삶을 다시금 들여다볼 수 있죠. 앞으로 한국사 강의에서 만나게 된다면, 우리같이 좋은 수업을 만들어 나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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