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진정한 의미는 극장 밖에서 시작한다. 영화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까지 투사해 우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비평부문 수상자 정유진 학생(국어국문학과 4)은 왜곡을 품은 영화를 경계하고 ‘진짜’ 현실을 그리는 영화를 찾고 있었다. ‘영화를 통해서 불합리한 것을 참고 넘어가는 게 더 이상 용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일깨울 수 있다’는 켄 로치의 말처럼 그는 영화를 통해 싸늘하게 변해버린 사회 속 인간의 윤리의식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영상비평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영화에 관심이 많아요. 가끔 어떤 영화는 글로 잘 정리해서 기억해 두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 글로 이 영화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렇게 영상비평을 시작하게 됐죠.”

  -기억해두고 싶은 영화란 무엇인가.
  “요즘엔 인간의 도덕의식에 관심이 있어요.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도리가 ‘현실주의적 판단’이라는 면책 문구 아래 차갑게 짓밟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인간다운’ 삶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에 관심이 가요.”

  -<언노운 걸>도 그런 의미에서 선택하게 됐나.
  “네, 맞아요. 자신의 병원 앞에서 사체로 발견된 흑인 소녀의 신원을 찾아 나서는 제니를 주변 사람들은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며 몰아세워요. 죽은 소녀를 애도하는 마음은 최소한의 도리인데도 말이죠. 이 영화는 그런 모습을 통해서 우리가 지켜야 할 절대적 가치를 생각하게 해요.”

  -영화와 현실을 깊이 연결 짓는 것 같다.
  “영화가 말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는 결국 영화 안에 있는 현실이라고 생각해요. 현실은 전혀 다른데 낭만적인 위안을 던져주면서 판타지를 주입하는 영화들이 있어요. 그러한 영화들은 사회의 부조리를 포장하고 숨기죠. 그래서 저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다르덴 형제와 켄 로치 감독의 작품을 좋아해요. 그들의 영화는 우리 현실을 낭만적으로 은폐하지 않거든요.”

  -그들의 영화는 어떤가.
  “다르덴 형제는 카메라조차 윤리적이라고 생각해요. 사회적 약자인 등장인물을 향한 동정을 호소하지도 않고 그들을 낭만적으로 보여주려 하지도 않죠.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복지시스템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줘요. 우리의 현실을 끊임없이 의식하게 하죠.”

  -영상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많아 보인다.
  “아니에요. 아직 한참 부족해요.(웃음) 원래는 서사만 따라가면서 영화를 봤는데 <영상서사론> 수업을 배우면서 영상용어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을 배웠어요. 영화의 형식이라는 게 줄거리만큼 감독이 철저하게 고안해낸 작품이더라고요. 전문적인 걸 배우고 나니까 확실히 감독의 의도도 더 잘 보였죠. 그래서 영상 표현 양식을 더 배우려고 한창 찾아보는 중이에요.”

  -특별히 선호하는 영화 장르는 있나.
  “아직 제가 확고하게 어떤 장르만 고집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닌 것 같아요.(웃음) 비상업적인 예술영화부터 상업적인 영화까지 다양하게 즐겨 보고 있죠.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더라고요. 그리고 아직은 고루고루 학습해야 할 단계라서 다양하게 접하고 있습니다.”

  -영상비평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람마다 영상을 보는 시각은 달라요. 영상에 개입된 이차적인 시각을 이야기하고 이를 함께 공유한다는 게 정말 재밌어요. 하나의 영상이지만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여러 사람이 의미를 계속 생산해내는 게 매력적이죠.”

  -좋아하는 분야에서 당선된 소감이 어떤가.
  “정말 놀랐어요. 그래서 당선 소식을 듣곤 재차 물어봤죠.(웃음) 이제껏 제 글을 형식에 맞춰 쓴 다음에 누군가에게 보여준 일이 거의 없었어요. 부끄럽고 자신도 없었거든요.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이 길을 계속 가도 된다는 답을 얻은 것 같아 너무 기쁘네요. 앞으로 영화 기자나 평론가가 돼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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