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긍정? 열정? 포기하지 않는 끈기? 어느 노 철학자는 인생 최고의 가치를 ‘친절함’이라 말했습니다. 기자도 매주 친절함을 기대합니다. 기획한 기사와 관련된 전문가들에게 연락하고 답장을 기다리죠. 사실 그분들은 학보사 기자에게 답할 의무나 책임이 없습니다. 누군가의 ‘친절함’을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선 이런 생각이 떠오르곤 합니다. ‘이번 주에 좀 더 착하게 살 걸 그랬나 봐. 그럼 한 사람이라도 더 내게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취재에 응할 수 없어서 미안하다는 답변도 반갑습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보내주신 긴긴 답변을 받으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죠. 아직 세상엔 마음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에 위로받는 느낌이랄까요? 어쩌면 그분들은 학자로서 사회에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나눠야 한다는 소명감으로 하신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낯선 상대에게 시간을 내고 노력을 기울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하나의 취재를 끝낼 때마다 저는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대가 없이 베푼 친절이 이처럼 소중하다니, ‘감사하다 정말.’

  자연스레 다짐하곤 합니다. 나의 친절도 한결 나아가기를 말이죠. 감사한 분들이 많아질수록 나도 이 친절을 누군가에게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습니다. 이 친절과 감사함이 어딘가에서 계속 이어지길 소망하면서요. 누군가의 친절함을 자주 느끼고, 그 친절에 감사하게 되면서 고민하게 됐습니다. 친절함이란 무엇일까.

  마르크스는 ‘인간 본질은 현실에서의 사회적 관계들의 앙상블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만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죠. 결국 인간 사회는 사람 간의 관계 맺음으로 구성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태도입니다. 상대방을 배제하거나, 부정하여 동일시하는 방법으론 아름다운 앙상블을 완성할 수가 없죠. 서로 다른 소리가 각자의 노래를 연주하고 하나의 음악으로 조화를 이룰 때야 비로소 완성되니까요. 여기서 친절이 중요한 이유는 성공적인 앙상블을 위한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친절은 낯선 타자에 대한 ‘관심’과 사회적 관계에 대한 ‘책임’을 기본으로 합니다. 상대의 존재를 인정(認定)해야 인정(人情)이 생기고 이해로 나아갑니다. 이해는 ‘잘 알아서 받아들임’이라는 정의를 가지고 있죠. 상대를 알아가려는 관심과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사회적 관계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낯선 상대를 ‘열린’ 마음으로 대하는 친절이야말로 ‘받아들임’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겁니다.

  학술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때론 어렵고 생소한 주제를 기사로 작성해야 했습니다.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학술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늘 고민했습니다. 기자는 독자에게 더 친절한 기사를 드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또한 기자 생활에서 받은 친절을 잃지 않고 베풀 것을 다짐하죠. 내가 받은 친절의 힘이 얼마나 큰지 느끼고, 고민해 본 사람으로서 오늘도 당신에게 작은 친절을 드리겠습니다.
 
서보미 기자
학술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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