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 걸기’는 어떤 일이나 형상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거나 훼방을 놓는 행위를 뜻합니다. 이번학기 기획부는 불편함을 당연시하는 우리 사회에 딴지를 걸어보려 합니다. 여섯 번째 딴지는 바로 ‘동성혼’입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결혼을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 관계를 맺음’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남녀’만이 결혼을 원할까요? 결혼은 관계에 대한 사회적인 인정을 의미합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엔 결혼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권리들이 많죠. 그러나 법적으로 결혼이 불가능한 동성애자들은 모두가 누리는 권리에서 배제당하고 있는데요. 동성혼을, 그들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 딴지를 걸어봤습니다.
 
   미국의 동성혼 법제화가 이뤄진 첫날, 환호와 축복 속에 혼인 신고를 마친 동성커플
 
“동성애 반대하십니까?” “그럼요.” 대선 토론회 당시 동성애자를 공식적으로 부정한 문재인 후보의 말이다. 동성애자들은 “저의 존재를 반대하십니까?”라며 반발했지만 이에 대한 답변은 영외 내의 동성애를 반대한 것이라는 정정과 동성혼을 합법화할 생각은 없다는 부연으로 돌아왔다. 이후 문재인 대선후보는 대통령이 됐고 한 육군 대위에겐 영외 동성애를 이유로 징역 2년이 구형됐다.
 
  그리고 지난 17일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이었다. 성소수자들은 광화문으로 나와 ‘새로운 나라에 혐오가 설 자리는 없다!’고 외쳤다. ▲차별금지법 제정 ▲좥군형법좦 제92조 6항 폐지 ▲혼인할 권리와 다양한 가족구성권 보장을 새로운 나라에 요구하기 위함이다. 중대신문은 잠시나마 모든 사랑이 자유로울 수 있었던 광화문의 계단 한켠에서 ‘혼인할 권리와 다양한 가족구성권 보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광화문 도심 속에서 휘날리는 무지개 깃발
  ‘성소수자 혐오반대 시민 버스킹’에서 발언하는 동성애자
  "혼인할 권리와 다양한 가족구성권을 보장하라"
 
 
  끝없는 가시밭길을 걸어갑니다
  “제 원대한 꿈이 동성 결혼이에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오소리 운영위원은 두 달 전 동거를 시작한 4년 차 동성 커플이다. ‘꿈이 결혼이다’는 말은 익숙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는 이성애자의 관점일 뿐, 그 자리에 모인 많은 이들은 수도 없이 외쳐왔을 말이다. 동성 커플에게 법률혼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고 사실혼 관계로 인정받기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김조광수와 김승환의 결혼식을 보며 희망을 품는 동시에 좌절도 겪었다고 말했다. 김조광수와 김승환 부부는 동성 커플로서 혼인신고서 기각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5월 각하 결정을 받았다. “소송 중 심문 과정이 정말 서러우셨대요. 자신들이 사랑하는 관계임을 모두에게 입증해야만 했거든요. 가령 어디서 사랑을 나눴고 어떻게 만나는지에 대해 전부 진술해야하죠. 이성애자였다면 구청에 서류 한 장 제출할 일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사적인 삶까지 증명해야 하나요?”
 
  한편 파트너와의 결혼을 고려했던 직장인 왕페이 씨는 자신의 경험을 담담하게 전했다. 과거에 만났던 그의 파트너는 동성혼이 법제화된 국가의 국민 이었다. 이들 커플이 파트너의 국가에서 결혼하면 법적인 동성혼이 가능했다. 하지만 당시 그는 주변으로부터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제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어요. 가족들은 제 파트너에 대해 알고 싶어 했지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가족 간의 만남을 이루긴 쉽지 않았죠.” 한국 정서 속 결혼은 개인 간의 결합을 넘어 가족과 가족 간의 결합으로 여겨져 동성혼은 가족에게 더 깊은 이해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주변의 인정을 얻은 후에도 결혼은 어렵다. 동성 커플들은 예식장 대관을 거부당해 주로 카페를 대관하거나 지인의 식당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결혼식을 올린다. 신혼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이성 커플이 누리는 전세자금대출 등의 혜택은 꿈꿀 수조차 없다. 집이 마련돼 전입신고를 할 때도 배우자가 아닌 동거인으로 표기된다. 
 
  동거인과 배우자는 함께 산다는 것을 제외하곤 확연히 다르다. 양성애자이자 폴리아모리스트(다자연애주의자)인 리개 씨는 동성혼을 이루지 못해 서로가 서로의 법적 보호자가 될 수 없는 상황을 우려했다. “끔찍한 일이에요. 제 파트너는 심장이 안 좋아서 응급 상황이 종종 발생하는데 전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어요. 수술 동의서에 서명할 수 없고 결제 등을 대신해줄 수도 없으니까요.” 실제로 수술 동의서는 가족 관계에 있어야만 서명할 수 있어서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한 동성 커플은 해당하지 않는다.
 
  죽음 앞에서조차 당당할 수 없다. 연재현 씨는 파트너의 죽음으로 겪어야 하는 동성애자의 슬픔을 털어놨다. “파트너가 먼저 죽는다면 전 함께 살던 우리 집에서 쫓겨날지도 몰라요. 보험은 물론 유산도 받을 수 없겠죠. 심지어는 직장이나 학교에 장례휴가를 신청할 수도 없어요. 파트너는 저의 보호자도 가족도 아니니까요.” 동성애자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위로받을 권리조차도 누릴 수 없다.

  더도 말고 같게만 
  동성애자에게 각박한 현실과는 달리 이들의 꿈은 소박하고 아름답다. 40대 이성애자인 노동당 서울시당 정상훈 위원장은 네덜란드에서 여성 커플과 딸 두 명으로 이뤄진 가족의 집에 초대받았던 경험을 얘기했다. “육아 고민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웃음이 끊이지 않는 저녁 풍경은 여타 가족들과 다를 바 없었어요. 굳이 차이를 꼽자면 아이들이 모두에게 ‘mom’이라 부를 뿐이었죠.” 그는 이 동성 커플 가정의 따뜻한 평화로움은 모든 형태의 가족이 응당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에선 이러한 행복을 이성애를 기반으로 구성된 가족만이 누릴 수 있다. 오소리 운영위원은 ‘동성혼이 합법화되지 않은 현 상황은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성애 커플에게 주어지는 권리가 동성애 커플에겐 주어지지 않아요. 그렇지만 국민의 권리는 성애와는 관계없이 보장돼야 하잖아요. 현존하는 제도로부터 무고한 국민을 배제하는 건 개인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죠.”
 
  동성애자인 심기용 씨 또한 목소리를 높였다. “동성혼에 대한 반대는 ‘성소수자가 제도의 영역까지 들어와야 하냐’는 생각에서 기인해요. 자신과 다른 성애를 가진 사람들이 숨어 살기를 바라는 마음일 테죠. 그렇다면 동성애자의 존재 자체가 싫다는 말 아닌가요? 이건 차별이자 혐오일 뿐이에요.” 그가 느꼈던 차별과 혐오는 동성애자들의 일상 속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실제로 대다수의 동성애자는 사회가 자신을 ‘이등 시민’, ‘나라로부터 내팽개쳐진 존재’로 치부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랑이 있기에 꿈을 꿔요
  홀로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는 리개 씨에게 파트너가 다가왔다. 만나자마자 사랑스럽게 포옹을 나누는 다정한 커플이었다. 때마침 스피커에선 “사랑스럽기만 우리의 사랑을 이토록 투쟁적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현실이 마음 아프다”는 사회자의 멘트가 흘러나왔다.
 
  다음으로 연재현 씨가 발언대에 올랐다.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자신을 드러낸다는 그는 자유로워보였다. “제 애인은 어린아이를 너무 좋아해요. 당연히 함께 결혼도 하고 싶고 아이도 기르고 싶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법률혼을 하지 않은 사람이 아이를 입양하긴 너무도 어려워요. 이성애자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을 결혼과 양육의 자유가 제겐 너무나 간절합니다.”
 
  여기 당신 곁에 동성 간의 사랑은 엄연히 존재한다. 사랑하는 이와 가정을 이루고 싶은 마음은 무엇보다 자연스럽다. 그러나 발언대에서 내려온 연재현 씨는 자신의 결혼에 대해 ‘지금은 가질 수 없는 꿈’이라고 답했다. 사랑하는 이와의 결혼을 원하는 당연한 그에게서 여전한 현실은 꿈을 꿀 기회조차 앗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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