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앙대학교에 두 번 들어왔다. 1985년도에 학생으로, 2003년도엔 교수로.

  지금은 인공지능(AI)의 시대에 IT가 지배하는 세상이지만, 내가 입학했던 1985년도는 학교에 컴퓨터도 없던 시절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식품산업은 너무나 척박했다. 외식은 연례행사에서나 가능한 사치였다. 평생 먹고 살 직업으로 ‘식품공학’을 전공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던 시절이다.
 
  내가 ‘식품공학’에 입문한 지 32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식품산업의 위상은 실로 대단하다. 전통 제조업부터 유통과 외식까지 더해진 종합산업으로 변모했고, 그 규모는 160조 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음식과 관련한 괴담이 성행한다. ‘신토불이(身土不二)’ 운동 때문에 ‘원산지 거짓 표시’가 많고 ‘국내산은 프리미엄’이라는 인식으로 수입식품을 홀대한다. 사실 ‘슈퍼푸드’도 허황한 통념이다. 모든 영양소를 단번에 공급하는 음식은 어디에도 없다. ‘유기농’ 또한 건강에 이롭다고 생각하나 실제로는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이 우수한 음식이 아니다. 그런데도 유기농 식품을 구입하는 것은 자손을 위한 환경보호 농법으로 만든 것이라 환경기부금 개념으로 봐야 한다.
 
  반대로 그리 나쁠 것이 없는 데도 누명을 쓴 경우도 많다. 조미료 글루탐산나트륨(MSG), 우유, 육류, 밀가루, 설탕, 식품첨가물 등이 대표적이다. MSG가 유해하다는 속설은 1960년대 이른바 ‘중국음식점 증후군’이라는 가설에서 시작됐는데, 실제 MSG의 독성은 비타민C보다도 낮아 매우 안전한 물질이다. 천연 조미료를 출시한 업체가 시장을 선점하면서 “MSG는 합성·화학조미료라 위험하다”는 노이즈마케팅을 통해 누명을 씌운 것이다.
 
  또한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식품’을 ‘정크푸드’라 부르며 나쁘게 몰아간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소시지, 햄 등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처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붉은 고기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고기를 먹으면 암 발생 증가 등 악영향도 있다. 하지만 먹지 않으면 면역력이 떨어져 더 큰 피해를 낳을 수도 있다. 고기가 귀해 단백질과 영양 섭취가 부족했던 과거엔 사람의 수명이 훨씬 더 짧았다.
 
  식품(食品)의 ‘먹을 식(食)’ 자는 ‘사람 인(人)+좋을 량(良)’으로 ‘사람에게 좋은 것’을 말한다. 음식은 원래 나쁜 것이 아니다. 과하면 독(毒)이 되고 적절한 양과 방식으로 먹고 즐기면 모든 음식이 이로울 수 있다. 비만, 고혈압 등 ‘음식 유래 질환’을 음식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과식, 편식, 폭식 등 ‘나쁜 식습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돌이켜봐야 한다.
 
  세상살이도 음식과 마찬가지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것을 내놔야 한다. 완벽한 것이 없고 공짜도 없다. 만사는 과유불급(過猶不及)! 부족함이 지나침보다 나으니 항상 부족한 듯 먹고, 마시고, 욕심을 줄이면 풍요롭고 안락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상도 교수
식품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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