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취업자 출석 인정 논란
교수 “원칙으로 회귀하자”
학생 “현실과 동떨어졌다”
 
지난 6일 중앙대 교수협의회(교협)는 전·현직 교협회장 및 대학평의원회 의장 7명 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교육부 장관님, 교육을 정상화하십시오’라는 제목의 성명서에는 학칙으로 제정된 ‘조기 취업자 출석 인정 방침’을 원칙에 맞도록 정상화하라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조기 취업자 출석 인정 방침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의 시행과 함께 개정됐습니다. 그간 학사를 마치기 전에 취업한 학생들의 출석 인정 여부는 교수의 재량에 맡겨졌는데요. 이러한 관행이 청탁금지법 제5조에 따라 부정청탁행위로 규정됐습니다. 청탁금지법 제5조 1항에 따라 ‘각급 학교의 입학·성적·수행평가 등의 업무에 관하여 법령을 위반하여 처리 조작 행위를 청탁’하고 교수의 재량권을 남용하는 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교육부는 각 대학에 조기 취업 학생의 출석을 인정하고 졸업을 보장하도록 자율적으로 학칙을 개정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중앙대도 지난해 11월 학칙을 개정해 조기 취업자의 출석을 인정하고 있죠.
 
  그러나 교협은 조기 취업자의 출석 인정이 교수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동시에 일명 ‘금수저 반칙’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성명서를 통해 지적했습니다. 고시 준비와 유학 준비 등을 이유로 가족기업 등에 위장 취업한 학생이 학교에 출석하지 않으면서 출석을 인정받는 상황을 가려낼 방법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교협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과 학사 일정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일을 선택했다면 과감하게 학업을 중단해야 원칙에 맞다고 했습니다. 대학에서부터 원칙이 지켜져야 사회 전체가 원칙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죠. 성명서에는 원칙을 지킨 예로 자신의 일을 위해 대학교를 중퇴한 스티븐 잡스와 타이거 우즈가 제시됐습니다.
 
  한 조기 취업학생은 취업 걱정이 없는 소위 ‘금수저’ 학생 때문에 조기취업자에 대한 출석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다수의 일반학생이 피해를 입는다며 우려했습니다. 취업보다 대학에서 배우는 지식이 가치 있게 여겨지는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취업을 포기하고 학사 일정을 온전히 마치는 일은 없을 거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죠.
 
  교협은 사회구조적인 측면에서 원칙이 지켜지고 있지 않다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교육부가 공문을 통해 기업의 채용 일정을 대학의 학사 일정에 맞추도록 하면 이러한 반칙도 발생하지 않으며 취업률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방효원 교수협의회장(의학부 교수)은 일부 불평등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조항을 학칙으로 제정해서는 안된다며 개정된 학칙 내용을 경계했습니다.
 
  하지만 조기 취업생 및 재학생들은 이 원칙에 마냥 공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통·번역 프리랜서로 일하며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있는 정수빈 학생(영어영문학과 4)은 “스티븐 잡스, 타이거 우즈 등의 예시가 대원칙에는 부합하나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며 “본인의 분야를 스스로 개척했던 그들과는 달리 대한민국에서는 학위 없이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방효원 회장은 조기 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주말 수업, 단기 집중 수업 실시 등 대안에 대한 논의도 없이 강제로 학칙을 제정한 것은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학생이 학교에 양해를 구하고 회사에 나가야만 하는 사회구조와 졸업하지 않은 학생에게 출근을 요구하는 기업의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죠. 방효원 회장은 “말도 안되는 규정으로 기업의 편의를 봐주는 학교와 이를 이용해 학생들에게 올가미를 씌우는 기업이 문제다”며 “원칙으로의 회귀가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본디 대학은 교수에게 수업의 자율권과 운영권을 보장해야합니다. 그러나 당장 주어진 취업의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양해를 구해야하는 학생들의 현실도 외면할 수 없죠. 인재를 놓치지 않으려는 기업의 입장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세 주체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은 정말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끊임없는 대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입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