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소통을 고민해야

소통 요점은 학생과 순서

“중앙대가 소프트웨어 중심대학(SW 중심대학)에 선정되도록 학생 여러분이 함께 기도해주시고 힘을 모아주셨으면 합니다.” 학칙 개정(안) 관련 논의를 위해 지난 13,15일에 각각 열린 융합공학부와 컴퓨터공학부 긴급 학생총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학본부 측의 말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SW 중심대학에 선정되면 향후 4년간 66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고 이는 2018학년도에 신설되는 소프트웨어학부에 투자된다. 대학본부의 설명에 의하면 전임교수 확충뿐만 아니라 공간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교비 47억원의 추가 지원 계획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맞는 말이자 잘못된 말이었다. 긴급 학생총회는 대학본부가 학생들에게 소통 부재에 대해 사과하고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대학본부는 기획처장과 교무처장뿐만 아니라 총장이 직접 나와 학생들과 질의응답을 하면서 소통하고자 했다. 하지만 소통의 요점은 ‘학생’이 아닌 ‘SW 중심대학’이었고 소통의 순서 역시 ‘거꾸로’ 됐다. 결국 학생을 위한 소통이 아닌 SW 중심대학을 위한 소통이었다.

  소통 부재를 향한 질의와 비판이 터져 나오자 대학본부는 고개를 숙였다. 무조건적으로 죄송하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본부의 입장에는 언제나 ‘SW 중심대학’과 ‘앞으로는 절대’이라는 말이 뒤를 이었다. SW 중심대학에 선정돼야만 학생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SW 중심대학 선정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대학본부를 이해해달라고.

  이런 대학본부의 소통 방식에 학생들은 고개를 저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건 소통이 아닌 강요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왔다. 학생을 위한 소통이 아닌 SW 중심대학을 위한 소통으로 느껴지고 소통의 시점도 한발 늦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긴급 학생총회에서는 대학본부 관계자의 말 한마디에 학생들의 탄식이 터져 나오고 황당한 표정이 새어 나오기도 했다.

  긴급 학생총회에서 정말 소통은 존재했던 걸까. 물론 소통은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소통은 없었다. 더욱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소통은 사라졌다. 가장 중요한 소통의 요점과 순서가 잘못됐다. 대학본부의 소통은 소통할 소(疏)가 아닌 사라질 소(消)로 표현될 ‘소통(消通)’일 뿐이었다.

  대학본부는 이번 긴급 학생총회를 통해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그리고 진정한 소통의 전제조건이 무엇일지 깊게 고민해야 한다. 소통의 요점은 행정과 사업이 아닌, 바로 ‘학생’이다. 사업 선정을 위해 학생에게 호소할 것이 아니라 학생과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소통 순서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학칙을 개정하고 소통의 장을 갖는 것이 아니라 소통의 장을 거친 후 학칙을 개정해야 한다.

  다음 학생총회에는 ‘긴급’이란 말이 없었으면 한다. 그리고 “학생 여러분 학칙 개정을 위해 함께 논의해봅시다”라는 대학본부의 말을 기자의 기사에 한 번쯤 실어봤으면 좋겠다. 물론 대학본부와 학생의 합의로 개정된 학칙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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