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Vision,
선순환 구조 확립의 기회


지난 10년간 급진적인 발전을 추구한 대학본부는 과거부터 이어져 온 대학운영의 흐름을 뒤바꾸려 했다. 그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 간 의견 차이가 발생했다. 서로는 서로를 온전히 설득해내지 못했다. 학내 구성원 간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대학의 각 주체는 점차 소통의 창을 좁혀갔고 그로 인한 오해와 불신은 중앙대의 발전을 향한 발걸음을 더디게 했다.

  소통 창구가 막힌 상태에서도 대학본부는 ‘개혁’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대학이 순조롭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순환 구조가 정립돼야 한다. 대학본부는 개혁을 명목으로 그동안 이어져 온 중앙대의 순환 구조에 손을 댔다. 취지는 좋았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순환 구조는 새로워지지 못하고 그대로 막혀버렸다. 그로 인한 학내 구성원의 피로는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제는 가로막힌 순환의 맥을 다잡아야 한다.

  지난 몇 년간 중앙대의 자연스러운 순환 구조는 이리저리 가로막혔다. 학문 단위 구조조정으로 일부 학과가 통합되거나 심지어 사라졌다. 구조조정의 풍파를 그대로 맞은 전공단위는 영문도 모른 채 그들이 이어온 자연스러운 순환의 흐름을 빼앗겼다.

  미완의 상태로 시작된 광역화 모집 역시 마찬가지다. 섣불리 도입한 학사제도는 16학번 광역화 모집 학생의 대학생활을 완전히 헤집어 버렸다. 광역화 모집은 해당 학생에게만 혼란을 준 게 아니다. 결국 광역화 모집의 문제를 인정한 대학본부가 16학번 광역화 모집 학생의 희망 전공 진입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각 전공단위도 순환의 고리가 끊겼다. 일부 전공단위에는 소위 ‘전공 쏠림 현상’이 발생해 갑작스레 늘어난 학생 수를 감당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공대의 경우 26명의 학생이 희망 전공 진입에 실패하면서 가전공과 본전공을 다르게 배정받았다. 희망 전공 진입에 실패한 학생들은 1년을 몸담았던 전공을 떠나 생소한 학생들과 남은 대학생활을 보내야 한다. 낯선 학생을 맞이해야 하는 전공의 기존 학생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광역화 모집이 야기한 전공 내 이질감 문제는 전공단위의 안정적인 운영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순환의 다른 말은 반복이다. 한 학기가 끝나면 누군가는 떠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면 누군가 찾아오는 그런 반복. 하나의 계획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는 그런 반복. 학교는 다양한 반복이 서로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문제없이 순환한다.

  반면 결코 반복해서는 안 될 일도 있다. 과거의 잘못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 케케묵은 계획을 되돌려서는 안 되며 계획은 반드시 새로워야 한다. 지나간 실수와 낡은 계획은 반복의 고리를 끊어내야만 한다.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라면 반복해야 할 것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을 분명히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인식은 창학 10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중앙대에 꼭 필요하다.

  마침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 대학본부가 중앙대의 새로운 30년을 책임질 New Vision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 그대로 새로운 미래를 그려낼 New Vision을 통해 중앙대는 과거를 딛고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 New Vision에 담기는 내용에 따라 중앙대는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가지게 된다. 반복해서는 안 될 잘못의 굴레를 끊어내기에 좋은 시기를 맞은 것이다.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구성원 간 신뢰 회복이다. 박해철 행정부총장은 특별 인터뷰에서 “중앙대가 상호 존중을 통해 서로 신뢰하는 조직으로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소통을 통한 신뢰 회복을 직접 언급했다. 아무쪼록 New Vision이 학내 구성원 모두의 의견을 담아 중앙대 선순환 구조 확립의 기점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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