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몇 주간 양캠은 선거 유세로 시끌했다. 서울캠 총학생회(총학) 및 각 단위 선거가 대부분 마무리됐다. 새로 선출된 학생 대표자들은 새로운 한해를 준비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안성캠은 이번주 중 대표자들이 탄생해 새로운 캠퍼스 풍경의 밑그림을 그릴 것이다.

  각 단위 후보자는 모두 그들만의 공약을 내세워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했다. 지난 3주간 선거기획으로 지면을 꾸리며 양캠 총학과 각 단위 후보자의 공약을 숱하게 들여다봤다. 후보자들의 공약과 인터뷰 등에는 마치 짠 듯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가 있었다. ‘소통’이다.

  양캠 총학 후보자를 포함한 다수의 후보자는 소통에 집착하는 듯 보였다. 의미 없는 겉치레로 드러났지만 대통령 또한 대국민담화를 소통이라는 단어로 마무리했다. 소통이라는 말이 대표자에게 어떤 의미이기에 그들은 이토록 소통을 부르짖는가.

  많은 후보자가 소통을 전면에 내세울수록 왠지 모를 허무에 빠지게 된다. 대표자가 소통을 약속하는 순간 소통은 불통의 가능성을 얻는다. 학생 대표자에게 학생과의 소통은 ‘당위’지 ‘선택’이 아니다. 후보자가 소통을 공약에 내놓으면서 소통은 선택이 된다. 약속하지 않았다면 소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당위를 실현하겠다는 말에는 힘이 실리지 않는다.

  애초에 대표자에게 소통은 선택의 범주에 속하는 개념이 아니다. 대표자라는 이름 자체에 소통의 개념이 담겨있다. 사전에서는 대표를 ‘전체의 상태나 성질을 어느 하나로 잘 나타냄 또는 그런 것’으로 정의한다. 대표자는 이미 집단의 목소리를 스스로 깨닫고 있어야 한다. 구성원의 목소리를 하나하나 들어야만 그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이미 그 대표자에게는 대표성이 없다.

  소통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구태여 소통을 약속하지 말라는 의미다. 자신이 대표자의 자격을 온전히 갖췄다고 생각한다면 이미 그에게 여론이 체화돼 있어야 한다. 체화된 여론은 곧 행동으로 발현된다.

  선거 기간 동안 각 단위 후보자들은 갖가지 소통 창구를 제시했다. SNS나 커뮤니티 사이트 개설을 통한 온라인 창구부터 야외에 자유롭게 학생의 의견을 적을 수 있는 게시판을 설치하겠다는 오프라인 소통 공간까지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소통의 창을 열겠다고 공언했다.

  그들이 제시한 소통 매체는 모두 언어를 매개로 한다. ‘말’을 모으겠다는 것이다. 말의 수집만으로는 구성원의 소통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지 못한다. 소통의 성공 여부는 결국 행동에서 결정된다. 대표자가 체화된 여론을 행동으로 실현했을 때 비로소 소통은 완성된다.

  새로 선출된 각 단위 대표자들은 구성원으로부터 정당하게 대표의 자격을 부여받았다. 진정 대표자의 자격을 갖췄다면 말보다는 공약의 실현, 즉 행동으로 그 자격을 증명해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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