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광화문은 백만의 촛불로 일렁였다. 대학별로도 많은 학생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러나 촛불 물결 위로 높이 나부끼는 수많은 깃발 중 ‘중앙대학교 총학생회(총학)’는 찾아볼 수 없었다.
 
  양캠 총학이 구심점의 역할을 하지 못했기에 학생들은 자발적인 방식으로 집회를 준비했다. 집회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몇 개 단대와 전공단위에 소속된 학생들은 개인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조각조각 난 중앙대는 혼잡한 인파 속에 뿔뿔이 흩어졌다.
 
  학생들은 이번 시국에 대해 ‘중앙대’의 이름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참여할 권리를 박탈당했다. 양캠 총학이 아무런 입장도 행동도 취하지 않음으로써 집회에 참여했던 10개 학문단위 약 300명 이상의 학생들을 포함하는 중앙대 학생사회의 정체성에 혼란이 생긴 것이다.
 
  이는 명백히 총학의 직무유기다. 서울캠 총학생회칙 제2조(목적)에 따르면 총학은 ‘의와 참’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고 회원의 민주 시민적 자질을 함양하여 대학 문화를 고양하고 나아가 사회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과연 총학이 이번 사태에 대해 침묵한 일이 ‘민주 시민적 자질을 함양하고 사회발전에 기여’했는지 의문이다.
 
  늦었지만 양캠 총학은 오는 집회를 준비해야 한다. 의혈이 한강을 넘으면 역사가 바뀐다는 말이 있다. 총학이 앞으론 집회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하니, 오는 26일엔 학생들이 중앙대 의혈의 이름으로 모일 수 있길 바란다.
 
  잊지 말라. 아직 총학의 임기는 끝난 게 아니다. 총학은 중앙대 학생사회를 대표하면서도 학생 개개인이 ‘중앙대 학생’으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명분이자 구심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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