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전공 향한 낙인 느낀다"
대부분 타 계열과의 연계 추구

지난달 말 각종 언론은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 사업’ 선정 대학의 수시모집 경쟁률이 상승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결과적으로 PRIME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은 이공계열을 확대하고 인문·사회계열의 정원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학문단위 구조를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인문계열 학문단위는 늘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실제 인문대생이 학교생활에서 느끼는 시선이나 압박감이다. 사회적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그들은 이미 자신의 생활 속 깊은 곳에서 인문학 전공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받고 각자의 고민을 갖고 있었다. 중대신문에서는 지난 29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 ‘인문계열을 향한 시선’ 설문조사를 통해 그 실태를 알아봤다. 설문조사에는 총 256명의 대학(원)생이 참여했다.

  인문학 전공을 향한 부정적 시선
  대다수 인문계열 학생들은 인문계열 학문단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인문계열 학생으로서 인문학을 전공하는 것을 무시하는 시선을 느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인문계열 학생 응답자 64명 중 44명(68.8%)이 ‘있다’고 답했다. ‘없다’와 ‘모르겠다’에는 각각 11명(17.2%), 9명(14.1%)이 답했다.

  ‘사회적으로 인문계열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가’에 대한 주관식 질문에는 총 51개의 답변 중 49개에서 ‘취업에서 불리한 학과’ ‘필요하지만 실용성 없는 계륵과 같은 존재’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과’ 등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비인문계열 학생들이 갖고 있는 인문계열 학생들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인문계열 학생 응답자 총 192명 중 153명(79.7%)은 한국 사회가 인문계열 학문단위를 ‘지성인을 양성하는 곳’이라기보다 ‘취업이 잘 안 되는 학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답했다. ‘지성인을 양성하는 곳’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5명(13%)에 그쳤다.

  84.3%, 타 계열과의 연계 원해
  인문계열 학생 응답자 중 23명(35.9%)은 현재 인문계열 외 학문단위를 복수·부 전공하거나 융합전공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복수·부·융합전공 및 전과를 고려하고 있거나 고려한 경험이 있었던 학생은 31명(48.4%)이다. 인문계열 학생 응답자 중 약 54명(84.3%)은 인문계열 외 학문단위 공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다른 단대의 학문단위를 공부하고 싶은 이유로는 ‘인문계열 전공만으로는 취업이 힘들다는 사회적 편견·통념 때문’이 37명(68.5%)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비인문계 학생 응답자 총 192명 중 1명(0.5%)만이 복수·부·융합전공의 방식으로 인문계열 학문단위를 선택했다고 답했다. 인문계열 학문단위로 복수·부·융합전공 혹은 전과를 고려해본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엔 ‘고려해본 적이 없다’고 답한 학생이 과반을 넘는 115명(59.9%)이었다.

  인문학의 가치엔 공감…
  인문계열 학생들이 전공을 선택한 주된 이유는 ‘흥미’였다. 인문계열 응답자 중 31명(48.4%)은 자신의 전공 선택 이유로 ‘흥미를 느끼는 과목이기에 자의로 선택했다’를 꼽았다. ‘진로 또는 흥미와 무관하게 성적과 부합해서’라고 응답한 학생은 26명(40.6%)으로 뒤를 이었다.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선택했다’고 응답한 학생은 6명(9.4%)으로 가장 적었다.

  다수의 인문계열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이 내적 소양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인식했다. ‘자신의 전공이 삶에 어떤 이로움을 주나(중복응답 가능)’라는 질문에 ‘지식과 사유의 폭을 넓혀준다’와 ‘나의 삶을 풍부하게 한다’가 각각 62.5%, 46.9%로 1,2위를 차지했다.

  비인문계열 학생들도 인문학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었다. 비인문계열 응답자 중 169명(88%)은 ‘인문학적 소양이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답했다. 비인문계 학생이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주된 이유로는 ‘통찰력과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 ‘올바른 사고와 가치관을 갖기 위해’ 등의 답변이 있었다. 그밖에 ‘인간의 근원을 알기 위해’, ‘학문·예술·창작의 기본이 되는 학문이기 때문에’ 등 학문의 본질적인 가치에 주목한 답변과 ‘의사소통 능력 함양’, ‘구직 면접과 실무에서의 유용성’ 등 실용적 측면에 대한 답변도 있었다.

  인문학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
  인문계열 교수와 비인문계열 교수의 인문학을 향한 다양한 시선도 있다. 인문학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인문계열 학문단위에 대해선 부정적 시선이 우세한 현실에 대해 유권종 교수(철학과)는 “인문학은 애초부터 삶에 대한 안목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문이지 취업에 직결된 학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인문계열을 위한 사회적 기반이 부족함을 지적한 이도 있었다. 중앙대 이공계열 소속의 한 교수는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학문을 추구하는 것 자체는 전혀 문제가 아니다”며 “기성세대들이 다양한 학문을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지 못한 점이 문제다”고 말했다.

  인문계열 학생이 실용 지식도 갖춰야 한다는 데는 인문·이공계열 교수의 의견이 일치했다. 오세훈 교수(기계공학부)는 “인문계열 학생들도 산업의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인문계열 학생들이 경영·공학 등 실용적 요소를 가진 학문도 익힐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권종 교수도 “취업을 목표한다면 인문학 외에도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문계열 학문단위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유권종 교수는 “인문학 교육 시스템을 학생 자율적·실용 지향적으로 변모시켜야 한다”며 “인문학 지식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대학이 PBL(Problem Based Learning)과 같은 자율적인 학습 시스템을 도입하고 인문계열 학생이 기업·사회단체와 협업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세훈 교수는 “소수정예의 고급 인문학 연구 인력을 키워야 한다”며 “다만 그 외 인력은 과감하게 사회 수요에 부합하는 실용학문과의 융복합을 추구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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