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재도 놓을 수 없는 연구원들
비연구원의 안전까지 위협해

학생들 안전교육 참여율 높여야
법정이수율 넘는 전공 반도 안돼
 
지난해 10월 19일부터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에서는 해당 건물 실험실 근무자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에 감염되기 시작했다. 장장 9일이 지나서야 건국대는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해당 건물 폐쇄를 결정했다. 하지만 상황은 이미 악화돼 결국 55명의 폐렴 감염자가 발생했다.
 
  연구실 안전관리 문제가 타대의 문제만은 아니다. 2014년 2월 7일 기준으로 중앙대에는 서울캠에만 391개의 연구실이 있으며 안성캠 연구실까지 더하면 500개가 넘는 연구실이 있다. 특히 생명과학과가 연구하는 미생물 같은 경우 미세먼지를 타고 공기 중으로 전파될 위험이 있다. 연구실 안전관리는 연구원뿐만 아니라 구성원 모두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중앙대 연구실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최소한의 공간이 필요한 연구원들
  104관(수림과학관)은 자연대 학부생뿐만 아니라 대학원생들의 연구 공간이기도 하다. 현재 생명과학과의 실험실과 연구실이 집중적으로 위치한 지상 5,6층은 공간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생명과학과는 학문단위의 특성상 동물, 식물, 미생물 세포를 배양하고 실험할 별도의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생명과학과의 연구실과 실험실은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 대학원 이동욱 부총학생회장(생명과학과 석박사 3차)은 “연구실과 실험실의 분리가 이뤄지지 못해 실험기기와 시약들이 연구공간에 혼재해 있다”며 “연구원이 안전장비를 착용해도 고온, 기기 소음, 분말형 시약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한 좁은 공간으로 인해 인큐베이터와 현미경, 원심분리기 등 서로 떨어져 있어야 할 기기들이 가까이 위치해 있다.
 
  공간부족 문제는 재해 시에 더 큰 피해를 양산할 소지가 있다. 현재 수림과학관 연구실 앞 복도에는 연구 기자재 및 보관함들이 빽빽이 늘어서 있다. 연구 기자재들을 보관할 공간이 없어 불가피하게 복도에 놔두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재난 시 피난로를 막는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연구실 주변을 출입하는 비연구원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 이동욱 부총학생회장은 “복도에 나와 있는 실험기기 중 일부는 온도가 높아서 경미한 화상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에 따르면 화재나 지진과 같은 재해 상황 시 피난을 위해선 복도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행위는 금지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연구원들에게 할당된 별도의 휴게 공간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LMO(유전자변형생물체) 연구시설 설치·운영기준’에 따르면 연구원들은 실험구역 내 실험과 관련 없는 물품의 반입과 실험 가운을 입은 채 일반 구역에서의 통행이 금지돼있다.
 
  하지만 대학원생들은 이러한 준수사항을 이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연구원들의 생활 공간이 따로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연구원의 물품을 실험구역 내에 보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LMO 보관 및 폐기에 필요한 고압멸균기를 설치할 공간도 부족해 복도에 배치된 상황에서 연구원은 일반 구역을 자주 오갈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의식도 문제
  연구실안전 법정교육 대상에 포함되는 연구활동종사자는 대학생, 대학원생, 연구원 등이 모두 포함된다. 중앙대 연구활동종사자는 2015년 1학기 기준으로 총 9567명에 이른다. 현재 학부생에 대한 연구실 안전교육은 온라인을 통해 진행되고 있으며 해당하는 학생은 안전관리정보센터 사이트의 교육 수강 아이콘을 클릭해 안전교육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안전교육이 온라인으로만 진행되는 이유는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이다. 안전관리팀 유화준 팀장은 “연구실 안전교육 대상자만 약 1만 명이다”며 “모든 대상자에게 오프라인 교육을 시행하기엔 무리가 있어 불가피하게 온라인 교육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접근성이 높은 안전교육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참여는 저조한 상태다. 2015년 연구실안전 법정교육 이수결과에 따르면 중앙대의 2015년 평균이수율은 약 45.9%다. 이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연구실안전 법정교육 권고기준인 50%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연구실안전 법정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학문단위는 총 21개이며 이 중 11개 학문단위가 권고기준을 넘지 못한 상황이다. 단대별로는 생공대만이 모든 학부에서 권고기준을 충족시킨 상태다.
 
  대학원생의 교육 참여도 미비한 수준이다. 대학원생은 온라인 강의와는 별도로 특강 형태의 오프라인 강의도 들을 수 있다. 연구실 또는 실험실에 소속돼 연구개발과제를 직접 수행하거나 실험하는 ‘상시 연구활동종사자’에 해당하는 대학원생에게는 지난 여름방학부터 연 2회에 걸쳐 연구실 안전관리에 관한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오프라인 강의도 실시하고 있지만 참석률은 저조한 편이다. 유화준 팀장은 “상시 연구활동종사자인 대학원생은 600명에 이르지만 실제로 특강에 참여한 학생은 300명이 채 안 된다”며 “안전 관리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낮은 안전교육 이수율뿐 아니라 학생들의 부주의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연구실의 기본적인 안전 수칙조차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화학 폐기물의 경우 폐기물에 섞인 미생물이 공기 중으로 퍼질 가능성이 있어 화학 폐기물을 별도로 보관해 안전관리팀에 인계해야 한다. 하지만 화학 폐기물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수준은 높지 못한 상황이다.
 
  유화준 팀장은 “싱크대에 화학 폐기물을 무단 방류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안전관리팀에서 주 2회에 걸쳐 화학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지만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3년에는 한 학문단위에서 환경부에 신고하지 않은 채 수질오염물질을 배출한 것이 적발돼 과태료 60만원이 부과됐다. 
 
  중앙 정부조차 관리 못 하는 연구실 안전
  중앙 정부 차원의 연구실 안전관리도 실효성 있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구실 안전사고의 예방과 관리를 맡고 있는 ‘중앙연구안전지원센터’의 연구실 점검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으로 중앙연구안전지원센터의 점검 인원은 계약직 안전관리원 22명뿐이다. ‘연구실 안전법’에 의한 점검 대상기관은 4년제 대학 등을 포함해 4779개소다. 연구실은 약 8만9천 개소에 달한다. 단순 계산을 해보면 안전관리원 한 명당 연구실 4000개소 이상을 점검해야 하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연구실 안전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07년에서 2014년까지 ▲공공연구기관 ▲기업연구소 ▲대학 실험실 등에서 발생한 사고 총 965건 가운데 873건(90.5%)이 대학 실험실에서 발생했다. 연구실 안전사고가 2012년에는 108건, 2013년 112건, 2014년 175건이 발생했고 2015년에도 100건이 넘었다. 근 5년간 사흘에 한 번씩 연구실 안전사고가 벌어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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