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의 주제가를 따라 부르곤 했던 어린 날의 추억처럼 누구나 한 번쯤은 좋아하는 만화영화나 캐릭터가 있었을 것이다. 우상이었던 만화 속 영웅들은 추억 속에 묻히고 열심히 모았던 인형들은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20대가 돼서도 어린 시절의 순수한 마음을 지닌 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주위에서 ‘다 커서 뭐하냐?’는 핀잔을 받기도 하지만 어른에게도 동심은 존재하는 법이다. 그들의 소중한 컬렉션을 살펴봤다.
 
  이유가 뭐냐고요? 귀엽잖아요!
  “도라에몽이 그려져 있는 물건은 모두 사는 편이에요. 인형하고 피규어는 기본이고 잠옷, 지갑, 물병까지 있어요. 요즘엔 도라에몽 캐릭터가 그려진 화장품도 나와서 정말 행복해요.” 어린 시절부터 만화 <도라에몽>을 즐겨봤다는 김문희 학생(사회학과 2)은 만화 속 캐릭터인 도라에몽에 열광한다. 도라에몽이 주머니 속에서 끊임없이 도구를 꺼내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멋져 보였던 것이다. 특별한 영웅적 면모 없이 때론 어리숙한 고양이로 그려진 모습이 그에겐 더욱 친근하게 여겨졌다.
 
  “나노 블록을 일주일에 많게는 세 개까지 만드는 것 같아요. 시간을 딱히 정해놓지 않고 손이 심심할 때마다 하거든요. 블록을 맞추다 보면 집중력이 높아지기도 하죠.” 박은진 학생(사회학과 2)은 나노 블록을 구매할 때 항상 한 쌍으로 구매한다. ‘혼자 놓여 있으면 외로워 보인다’고 말하는 그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는 장난감을 세트로 모으기 위해 때론 친구에게 같은 메뉴를 권하기도 했다.   
 
  체험할 수 있는 키덜트 문화는 말 그대로 손으로 직접 만드는 데에서 느끼는 매력이 컸다. RC 모형 항공기, 드론 등을 조종 및 제작하는 동아리 ‘SACC’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우성 학생(성균관대 기계공학부)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 키덜트 문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즐기고 있었다. “시중에 파는 모형 비행기는 이미 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잖아요. 하지만 제가 직접 만들면 제가 원하는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죠. 제작부터 조종까지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어렸을 적부터 기계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는 자신만의 모형 비행기를 만들며 취미를 즐기기도 하고 전공 분야 지식을 쌓기도 한다.
 
 
  “혼자 유선 조종 비행기 모형을 만드는 건 짧게는 2,3주면 거뜬해요. 발사나무 판을 사서 직접 칼로 잘라 뼈대를 만들어요. 그리곤 유선형 날개 모양을 잡아가면서 완성하죠.” 임성현 학생(경기대 건축학과)은 모형 비행기 제작 과정에 대해선 그 어느 답변보다 상세히 설명했다. 이렇듯 조립을 좋아하던 그가 문을 두드린 곳은 직접 비행기 모형을 제작하여 대회에 참가하기는 동아리 ‘조선날틀’이었다. 어느덧 동아리의 회장직까지 맡게 된 그에게 비행기 모형을 제작하고 조종하는 것은 말 그대로 ‘취향 저격’이었다. 때로는 팀을 꾸려 좀 더 까다로운 무선 조종 비행기 모형을 제작하기도 하며 재미를 느낀다고 덧붙였다.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다 큰 어른이 뭐 한다고 장난감 사는 데 돈을 써!’ 스스로 키덜트 문화를 즐길지라도 주변에서 비난한다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레고를 좋아하는 이유선 학생(인하대 아동학과)은 어머니에게 종종 핀잔을 듣곤 했다.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오빠랑 함께 모아왔던 레고를 버리셨죠. 지금도 레고를 사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세요. 제가 주말마다 레고를 하는 것을 보곤 항상 갖다버릴 궁리를 하고 계시죠.” 하지만 그는 레고가 주는 매력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보고 싶고 가고 싶은 곳들을 직접 만들며 자신만의 장난감 세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몇몇 친구들은 나노 블록 사 모으는 걸 ‘돈 낭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함혜인 학생(신문방송학부 3)은 미니언, 스펀지밥, 쿵푸 팬더 등을 비롯한 캐릭터 나노 블록을 즐겨 모은다. 그의 책상에 진열해 놓은 나노 블록만 해도 벌써 13개에 이르렀다. 나노 블록을 해본 친구들과는 공감대가 형성되긴 하지만 때론 ‘왜 돈을 주고 사느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좋아하는 캐릭터 나노 블록을 완성하는 재미와 수집하며 느끼는 뿌듯함을 포기할 순 없다는 그는 다른 사람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너 동아리 활동 열심히 하던데 뭐 하고 다니냐?”, “건담 프라모델? 그거 ‘오타쿠’들이나 하는 거 아냐?” 임헌주 학생(명지대 신소재공학과)이 친구들에게 들었던 말이다. 만화 캐릭터나 피규어 등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 때문에 난감했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관심 분야와 관련된 연구도 진행한다는 점을 자세히 이야기하자 친구들도 차츰 그 선입견을 깼다고 한다.
 
 
  쉽고, 빠르게! 
  프라모델 조립, 드론 등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누리기엔 낯설고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다. 그와 관련된 전문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하진 않을까 혹은 취미 생활로 삼기엔 너무 비싸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체험형 키덜트 취미를 가진 학생들은 하나같이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오유진 학생(성균관대 기계공학부)은 드론도 다양한 종류가 있으니 차근차근 도전해 보라고 조언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드론도 있어요. 꼭 야외가 아니라 실내에서도 날릴 수 있죠. 관련 지식이나 조종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 누구나 쉽게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수 있을 거예요.”
 
  임헌주 학생은 프라모델 조립보다 쉬운 종이 모형 제작을 추천했다. “플라스틱 프라모델은 제작 중에 망가질 위험이 커서 시도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요. 반면에 종이 모형은 종이접기하듯이 오리고 붙이기만 하면 되니까 간단하죠.” 또한 그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온라인상에선 불과 몇백원밖에 안하는 저렴한 종이 모형도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모든 레고를 살 필요는 없어요. ‘블럭쟁이’와 같은 장난감 카페에서 다양한 종류를 접해볼 수 있거든요. 그중에서도 소장하고 싶은 것들만 사는 편이죠.” 이유선 학생은 레고를 즐길 수 있는 장난감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그는 돈을 들여 구입하지 않더라도 보드게임, 레고, 나노 블록 등을 만들고 놀 수 있는 카페들을 이용해보기를 추천했다. 이곳은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시리즈의 레고를 즐길 수 있어 블록 마니아들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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