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앙대 식구들에게는 참으로 다사다난한 해가 되고 있다. ‘학부 학사구조개편’ 파문에 이어 비슷한 형태를 지닌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 사업’은 중앙대라는 호수가 훈훈하고 잔잔하게 머무르지 못하게 한다. 언론에도 중앙대가 이렇게 자주 회자된 적이 있었나 싶다.
 
   이렇게 시끄러운데도 학생들의 태도는 말 그대로 동중정(動中靜)이다. 속으로 무엇인가 느끼고 있을지 모르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자신들의 목표에만 치중하고 있다. 여기저기 붙어있는 각종 대자보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눈빛도 그냥 무념하게 보일 뿐이다. 강의 중 슬쩍 학생들의 의중을 떠보려고 해도 그냥 ‘수업이나 진행하시길’ 바라는 눈빛이다.
 
  진부한 내용의 드라마나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 중에는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들은 자식들대로 서로의 관심사가 달라 결국 서로에게 무관심한 가족들이 자주 등장한다. 부모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을 한다는 명목 아래 밖에서의 실적에 매달리고, 자식들은 부모의 무관심 속에 스스로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우리 중앙대가 지금 그런 상황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피상적인 실적에 목을 매고 있다. 실적들은 질적인 부분이 모두 망각되어진 채 숫자로 꽉 채워져 있다. 진보정권에서는 실제로 국민의 삶의 질의 향상과 관계없이 GDP 대비 복지지출의 비율만 높이는데 집중했고, 보수정권은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나 삶의 안정과 관계없이 취업률만 높이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정부는 교육의 질과는 관계없는 반액등록금을 정책으로 채택하였고, 공대 중심으로 구조조정만 하면 취업률이 높아질 것처럼 대학에 강요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정부가 보여주기 위한 실적에만 스스로를 옭아맨 결과이다. 대학은 대학대로 정부가 내세운 실적에 발맞추지 못하면 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같은 방향의 실적을 내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실적주의적 대학운영에서 잊히고 있는 대상은 재학생들이다. 모든 실적은 다 미래를 향하고 있고 현재를 살아가는 대학생들은 불안감을 안고 자기 길은 자기가 개척해 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구조조정에 성공해서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재학생들을 위한 배움터의 질적 향상에는 얼마나 쓰이게 될지 큰 기대도 없다.
 
  드라마나 소설에 나오는 실적주의 가족들은 회사의 실적, 자신의 실적으로 열심히 돈을 벌어서 자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행복보다는 하드웨어적인 좋은 집, 자동차, 멋진 옷 등으로만 보상하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자식들과 부모는 서로 외로워지고 서로를 원망하면서 서로에게서 멀어져 간다.
 
  중앙대 동문을 모두 한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으려면, 현재의 재학생이 미래에 중앙대 가족을 이끌고 나갈 큰 버팀목이 되어주길 기대한다면 학생들에 대한 진정한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생각이 된다. 
조성한 교수
공공인재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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