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다시 또 봄이다. 봄은 많은 이들이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계절이다. 재학생들에게 봄이 다음 학년을 시작하는 계절이라면 신입생들에게 봄은 새로운 사회를 맞이하는 설레고 기대되는 계절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신입생 중 일부는 그렇게 설레고 기대 가득한 봄을 맞이하지 못하는 듯하다. 연일 각종 채널을 통해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의 성희롱·성폭행과 같은 인권침해 사건들이 알려진다. 친목이라는 이름과 전통이라는 미명 아래 노골적이고 자극적으로 이루어지는 언행과 그를 웃어넘기는 재학생, 방관하는 주최 측의 삼위일체는 대학생을 지성인으로 표현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 정도다. 비록 중앙대는 이 같은 사례가 적발되지 않았다만 그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성범죄는 권력관계 속에서 강자가 약자에게 행하는 각종 성적인 희롱 또는 폭력을 의미한다. 이 같은 범죄는 가해자의 내면에 자신은 강자이며 언제라도 약자를 짓밟을 수 있다는 우월적인 사고방식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행해질 수 없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저서 성의 역사에서 권력은 가정·일터 등 위계의 사회에서 부모와 자녀, 의사와 환자, 교사와 학생, 군주와 신하 등 세력 관계가 맺어지는 모든 경우에 나타난다. 근대의 권력은 생사여탈의 권리가 아니며 인간의 육체와 삶을 관심과 통제의 대상으로 삼는다.’라고 말했다. 성숙하지 못한 의식은 선배와 후배의 관계를 상하 관계로 정의하여 위계질서를 만들고 관계에서 권력을 생성하고 있다.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못한 성인인 20대의 대학생활은 다양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해 나아가며 가치관, 인생관 등을 확립해 스스로 사회적 위치를 정립하는 시기이다. 이러한 시기에 대학 내의 비정상적인 권력구도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성적인 문제들의 영향을 받은 왜곡된 성 의식은 성 역할의 혼돈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 이는 곧바로 행동으로 옮겨질 수 있어 이를 간과할 때에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 시기에 놓인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역지사지의 자세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성의식을 함양하여 올바른 가치관과 규범을 확립할 수 있도록 각종 교육과 제도 등을 통해 뒷받침하는 것이다.
대학 내 성 의식 문제는 아직도 멀고 험한 기로에 놓여있다. 최근에 언급되는 성희롱·성폭력 문제들이 이러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할 수 있을 것이다. 20대 대학생들의 위치는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기로임에도 이런 사건·사고들은 우리의 미성숙함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제보다 훨씬 성숙한 오늘을 맞이해야 한다. 우리가 맞이한 오늘은 오늘보다 성숙한 내일을 만들 기회이다.
 
  봄, 다시 또 봄이다. 설렘이 가득한 이 계절에 누군가는 침묵의 눈물을 흘리고 있지 않은지 주변을 둘러보자.
신민정 학생
안성캠 총여학생회장
(음악예술전공 3)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