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름다워 훔치고픈 노래가 여기 있다. 진은영의 시를 처음 읽었을 때 나는 그녀의 언어가 빛을 머금고 있다고 느꼈다. 첫 시집의 표제시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에서 혁명을 “눈 감을 때만 보이는 별들의 회오리/가로등 밑에서는 투명하게 보이는 잎맥의 길”로, 시를 “일부러 뜯어본 주소 불명의 아름다운 편지/너는 그곳에 살지 않는다”로 표현한 것을 보며 그녀의 시가 궁금했다.

  진은영의 시에 종종 홀리던 나는 시인을 직접 만나 본 후에야 비로소 그녀의 언어가 지닌 매력이 인간 진은영에게서 우러나오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조곤조곤 말하는, 여리지만 깊고 맑은 눈빛을 지닌 시인. 매혹의 빛은 그녀에게서 조용히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세 번째 시집 좬훔쳐가는 노래좭에 와서 시인은 “여고 졸업하고 6개월간 9급 공무원”(<나의 아름다운 세탁소>)을 하다가 철학도가 되고 시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고백한다. 그녀에게 시는 “나의 상처들에서” “멀리 있으니까” 좋은 “그 머나먼” 매혹이었다. 멀리 있어서 “앨리스”와 “폴”과 “시인들의 달”(<그 머나먼>)을 좋아했던 시인은 이제 그 아름다움의 힘으로 이 땅의 아픔을 노래한다. “금지된 일터로부터 망명한 당신” “스물한살의 용접공 아가씨”에게 “먼 후일/더 높은 곳에 오르게 될 것”(<Bucket List-시인 김남주가 김진숙에게>)임을 알려주고, “나라도,/법도, 무너진 집들도 씌어진 적 없었던 옛적에” “사람이 사람을 죽였”(<오래된 이야기>)던 이야기로 오늘을 환기한다. 그런 시인의 모습이야말로 “세상의 모든 물통을 짊어진 흰 나귀”(<전생>) 같다. “내 병을 대신 앓고 있는 병자들에 대해” 오늘도 시인은 “할 말이 있다”(<고백>).
 
※정정합니다. 1870호 신문 지면에 <훔쳐가는 노래>가 아닌 <흘러가는 노래>로 잘못 표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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