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탐구생활: 나 홀로편
 
 
                                     
 
  내 맘대로 즐기며 
  나에게만 집중하는
  의미 있는 ‘라운징’
 
   “솔직히 이해가 안 간다. 가만히 혼자 있는데 왜 돈을 써야 하나?” 지난 2013년에 방영된  KBS ‘남자의 자격’에서 ‘나 홀로 라운징’을 체험해보라는 미션이 주어지자 한 출연자가 보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나 홀로 라운징은 우리의 일상에서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혼자 카페에 앉아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듯 말이다. 그중에서도 20대들의 나 홀로 라운징 현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20대 남녀 1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내 멋대로 즐길 수 있다
  20대는 나 홀로 라운징을 얼마나 즐기고 있을까. 약 86.6%(110명)의 응답자가 ‘평소 여가 및 취미 생활을 혼자서 즐기는 편이다’고 답했다. 설문조사의 한 응답자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많은 생각도 하고 휴식을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학생이 혼자서 여가 생활을 즐기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주로 어떤 여가 및 취미 생활을 혼자서 즐기느냐(중복응답)’는 질문에는 ‘영화 보기’라는 응답이 약 66.4%(73명)로 가장 많았다. 김기현 학생(진주보건대 간호학부) 또한 평소 혼자 영화를 즐겨본다.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다른 친구들과 세부사항을 조율할 필요 없이 온전히 자신이 원하는 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편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아요.”
 
 
  그 뒤를 이은 응답은 ‘산책하기’와 ‘카페 가기’로 각각 약 40.9%(45명), 약 39.1%(43명)였다. 평소 혼자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김진우 학생(연극전공 1)은 다른 친구들과 어울릴 때와는 또 다른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혼자 산책하면서 여러 사람이랑 갈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을 봤던 것 같아요. 똑같은 풍경인데도 말이죠.”
 
  반면 가장 적은 수의 응답자가 선택한 것은 ‘여행하기’로 약 13.6%(15명)였다. 홍지수 학생(건국대 부동산학과)은 지난해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50일간 홀로 스페인 여행을 다녀왔다. 혼자 여행을 떠난다는 그의 말에 주변 친구들은 ‘겁도 없다’,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친구들의 우려에도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모두 다 해보고 돌아왔어요. 한번은 근교 도시로 가는 열차 안에서 즉흥적으로 계획을 바꾸기도 했죠. 곧바로 반대 방향의 열차를 타고 다른 도시를 둘러보기도 했어요.”
 
   ‘나 혼자’의 의미
  그렇다면 20대가 나 홀로 라운징을 즐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응답자의 약 42.7%(47명)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 뒤를 이은 답변은 ‘혼자 하는 것이 더 즐겁고 편해서’로 약 31.8%(35명)였다. 20대가 나 홀로 라운징을 즐기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아깝거나 즐겁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오롯이 나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나를 위해서만 즐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잖아요.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성찰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과정을 겪으며 더욱 성장하는 것 같아요.” 유병학 학생(연극전공 2)은 나 홀로 라운징을 단순한 오락 시간으로만 보지 않았다.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며 반성할 수 있는 자기 계발의 시간으로 본 것이다.
 
 
  홍지수 학생은 오히려 나 홀로 라운징을 통해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낯선 사람과 만나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자연스레 많아진다는 것이다. “호스텔에서 머무르는 동안 다른 사람들과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도 있죠. 또 마음이 잘 맞는 사람과 동행할 수도 있잖아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만큼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려고 해요. 일상에 지쳐있는 저 자신을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강효진 학생(사회학과 2)은 나 홀로 라운징이 일종의 재충전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과 같은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아져 쉽게 피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옆에 있었더라면…
  혼자만의 시간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  여가 및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더라도 옆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없다는 것은 이따금 공허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설문조사의 한 응답자 또한 “나 홀로 라운징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며 “하지만 때때로 대화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조금 우울해진다”고 말했다.
 
 
  여가 및 취미 생활을 다 함께 즐긴다고 답한 응답자의 약 64.7%(11명)가 그 이유로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를 꼽았다. 하지만 나 홀로 라운징을 충분히 즐기고 있는 이들 또한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고 추억을 곱씹어 볼 친구를 필요로 했다. 홍지수 학생은 여행의 추억을 공유하면서 두고두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와 함께하지 못한 것을 단점으로 꼽기도 했다. “혼자 여행을 다니며 정말 행복했어요. 그런데 이 행복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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