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국가는 법에 의해 통치된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법치국가는 선거를 진행하며 선거 전반이 법에 의해 진행되도록 한다. 제대로 된 법치국가라면 명확한 선거법을 갖고 있어 이를 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안에 대한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중앙대는 어떨까. ‘서울캠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선거시행세칙)’을 파헤쳐봤다. 
 
 

징계와 관련된 조항 부족
공직선거법에 비해
구체성 떨어져

 

재선거,
전자투표제에 대한
새로운 규정 설치 필요

 
  지난해 ‘제58대 서울캠 총학생회 선거’를 통해 선거시행세칙의 결함이 발견됐다. 선거시행세칙은 선거 도중 발생한 문제를 판단하는 명확한 근거가 되지 못했고 그 결과 ‘서울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관위)’의 선거 진행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이에 중대신문은 ‘제58대 서울캠 총학생회 재선거’에 앞서 선거시행세칙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알아보기 위해 선거시행세칙과 「공직선거법」을 비교 분석해봤다.
 
  징계에 대한 조항들 미비해
  선거시행세칙 4장 20조에 따르면 중선관위는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부정이나 세칙 위반, ‘후보자 룰 미팅(룰 미팅)’ 규정 위반에 대해 제재 혹은 징계를 가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선거시행세칙 상엔 징계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구체적인 조항이 부족해 징계 여부와 수위가 대부분 중선관위의 판단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중선관위는 선거시행세칙 7장(징계)에 속하지 않은 조항을 들어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당시 총학 선거에 출마했던 기호 2번 ‘함께바꿈’ 선거운동본부(선본)은 향응 제공 건으로 징계를 받았다. 중선관위는 유권자에게 향응을 제공한 것은 선거시행세칙을 위반한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중선관위가 징계 근거로 제시한 선거시행세칙 1장(총강) 2조의 내용은 ‘학생회를 민주적이고 공정한 것으로 하기 위해 선거에 필요한 제반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였다. 향응 제공에 의한 징계와 바로 직결되는 조항은 없었던 것이다.
 
  반면 「공직선거법」엔 ▲언론인 당선인 ▲유권자 ▲투표참관인 ▲대담토론회의 주최 측등을 대상으로 한 ‘금품·향응 기타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의사의 표시 또는 그 제공의 약속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또한 향응을 제공한 후보자에 대한 처벌 기준도 향응의 대상에 따라 개별적으로 마련된 상태다.
 
  또한 선거시행세칙 상엔 선거운동기간 전에 진행됐던 각종 행사 및 활동을 사전선거운동으로 정의할 기준도 없다. 하지만 지난해 중선관위는 함께바꿈 선본이 9월 학내단체인 ‘의혈하다’의 활동 중 실시한 설문자료를 선거 선전물의 근거자료로 활용한 것을 사전선거라 판단해 징계 처분했다. 당시 중선관위는 징계처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의혈하다’로 활동한 대다수의 학생들이 함께바꿈 선본의 선거운동원으로 참여했다는 것 등을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현 선거시행세칙엔 선거운동원의 대다수를 한 조직의 구성원으로 채우는 것을 사전선거운동으로 판단할 만한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선거시행세칙엔 사전선거운동에 대해 징계 할 수 있다는 규정만이 있다. 선거시행세칙 12조(선거운동기간) 2항엔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 사전선거운동에 대해선 중선관위의 판단에 따라 경고 조치한다’고 명시돼 있다.
 
  반면 「공직선거법」 254조엔 선거운동기간 전에 ‘각종 인쇄물, 방송·신문·뉴스통신·잡지, 좌담회·토론회·향우회, 정보통신, 사조직의 설치’ 등을 통해 진행한 선거운동을 사전선거운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87조 2항은 선거 후보자 혹은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의 선거운동을 위해 사조직 및 기타 단체를 설립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징계 처분에 대한 의결 규정도 구체적이지 않다. 선거시행세칙 7장 35조(임의적 징계)와 36조(필요적 징계)는 룰 미팅 규정을 어길 시 중선관위가 후보자에게 가하는 징계의 여부에 대한 규정이다. 임의적 징계는 룰 미팅 규정 각 조항에 ‘징계를 할 수 있다’ 또는 ‘경고 1회를 줄 수 있다’ 등으로 명시된 경우와 기타 중선관위가 징계 사항으로 결정한 것으로 중선관위의 재량으로 내릴 수 있는 징계를 의미한다. 필요적 징계는 룰 미팅 규정 각 조항에 ‘징계를 한다’ 또는 ‘경고 1회를 준다’ 등으로 규정된 것으로 징계의 결정이 중선관위의 임의적 재량으로 처분할 수 없는 징계다.
 
  세부조항 없어 룰 미팅에 의존해
  현행 선거시행세칙엔 총학 선거의 전반적인 과정에 대한 조항이 없어 이를 룰 미팅을 통해 정한다. 룰 미팅은 후보자 등록이 마감되면 선거에 참여한 후보자와 중선관위가 만나 선거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이는 선거와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이 표준화되지 않은 규정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해 총학 선거 당시 룰미팅에서는 ▲선전물의 규격 및 수량 ▲선전물의 부착 장소 ▲SNS 선거운동 ▲선거운동원 ▲선거 유세의 장소 및 일시 ▲정책 자료집 규격 등 선거와 관련된 대부분의 사항이 결정됐다. 또한 각 후보자는 룰 미팅에 기재된 사항을 어길 시엔 징계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총학 선거에서 양 선본에 내려진 징계 7건 중 5건은 룰 미팅 규정 위반으로 내려졌다.
 
  또한 룰 미팅의 위상과 역할 등에 대한 선거시행세칙 상의 규정도 미비했다. 선거시행세칙 제9조는 룰 미팅에서 후보자들이 ▲등록구비 서류 확인 및 최종 등록 결정 ▲선거시행세칙 검토 ▲기타 선거에 필요한 제반의 사항에 대해 논의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을 뿐 룰 미팅에서 결정되는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조항은 없었다.
 
  반면 「공직선거법」에는 예비후보자의 홍보 및 선거운동과 관련된 세부적인 사항이 담겨있다. 대표적으로 ▲선거 공보물의 규격 및 내용(65조) ▲선거 공약서의 규격 및 내용(66조) ▲신문·방송광고의 제한 횟수(69·70조)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운동(82조의 4) 등이 있다.
 
  신설 조항들도 필요해 보여
  현재의 선거시행세칙 9장(개표) 53조 3항은 ‘전체 투표율이 50%가 안 될 경우 재선거를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2항에 의거하면 ‘전체적으로 5% 이상의 오차가 발생할 때에는 투표 자체가 무효’처리 돼 재선거를 실시할 수 있다. 이처럼 현행 선거시행세칙엔 재선거에 관한 기존 조항은 존재한다. 하지만 현행의 재선거 실시 사유를 벗어나는 사건이 지난해에 발생해 혼란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 총학 선거에서 함께바꿈 선본이 후보자 자격을 박탈당한 이후 단선으로 선거를 치렀던 기호 1번 ‘사이다 선본’에 대한 찬성률이 50% 미만이었던 것이다. 사이다 선본은 총학에 당선되지 못 했고 선거 무산 및 재선거 여부를 놓고 중선관위는 혼선을 빚었다. 당시 해당 경우에 대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중선관위는 별도의 회의를 거쳐 선거 무산 및 재선거를 결정했다.
 
  전자투표제의 특수성에 맞춘 신설 규정도 필요하다. 총학선거는 지난 2011년 전자투표제가 도입된 이후 줄곧 전자투표제로 이뤄졌지만 전자투표제의 특수성에 맞춘 규정은 아직까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선거시행세칙 8장(투표)은 ▲투표일과 투표시간 ▲투표용지, 투표구 및 투표소 ▲투표자의 자격 ▲투표절차 ▲투표소에서의 질서 등 투표 과정과 관련된 9개의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전자투표에 대해 명시해 따로 규정을 둔 것은 41조가 전부다. 해당 규정은 전자투표 시 유권자가 투표소에서 투표를 수행하기 위해 따라야 하는 절차에 관한 것이다.
 
  9장(개표)에도 전자투표제에 맞춘 규정이 필요하다. 특히 종이투표제와 전자투표제에서의 개표 방식이 다름에도 51조(개표절차)에 기재된 개표절차는 종이투표제와 관련된 것뿐이다. 9장 51조에 따르면 개표절차는 ▲투표인 수 공고 ▲투표함 개봉 ▲개표 ▲개표참관인의 재확인 및 득표의 검산 등의 순으로 이뤄진다.
 
  ‘기권표’에 대한 조항도 신설되지 않은 상태다. 전자투표 방식에서 유권자는 터치스크린을 통해 투표를 하며 후보자란 혹은 기권란을 선택할 수 있고 기권표를 선택한 유권자 수는 총 투표율로 집계된다. 이처럼 기권표는 총학 투표의 성사 여부를 좌우하는 총 투표율에 포함되지만 기권표의 효력에 대한 규정은 아직 신설되지 않은 상태다.
 
  세칙 개정 전학대회 통해 가능해
  이러한 문제점에도 ‘서울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세칙 개정 없이 재선거를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재선거를 치르기 전 ‘서울캠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를 열기는 어렵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행 선거시행세칙과 ‘서울캠 총학생회칙(총학생회칙)’에 의거하더라도 현재 전학대회를 개최하는 것엔 아무런 제약이 없다. 전학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권한은 총학생회장에게 있지만 그 권한을 비상대책위원장이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총학생회칙 17장(비상대책위원장) 74조에 의해 비상대책위원장은 총학생회장과 동일한 업무를 할 수 있다. 또한 총학생회칙 16장(비상대책위원회) 71조에 따르면 비대위는 ‘서울캠 중앙운영위원회’와 같은 업무와 권한을 갖게 된다고 명시돼 있으며 그에 따라 전학대회의 소집도 요구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