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송경동 지음, 창비


 
한결같은 자세로,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해온 시인이 있다.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곁에도,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시위 현장에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외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곁에도 그는 늘 있었다. 송경동의 세 번째 시집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가 얼마 전 출간되었다. 한국 사회의 뜨거운 현장에 늘 함께했던 시인이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라는 선언을 하기까지 어떤 시간을 살아왔는지를 이번 시집은 고스란히 보여준다.

  “피눈물 없이는 바라볼 수 없는 시절들이 모여 지상에선 존재할 수 없었던 아름다운 사람들의 클럽 하나가 만들”어진 사연을 들려주는 「허공클럽」, “돌려 말하지 마라/온 사회가 세월호였다/자본과 권력은 이미 우리의 모든 삶에서/평형수를 덜어냈다 정규직 일자리를 덜어내고/비정규직이라는 불안정성을 주입했다/사회의 모든 곳에서 ‘안전’의 자리를 덜어내고/그곳에 ‘무한이윤’이라는 탐욕을 채워넣었다”며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민낯을 고발한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이제 한시라도 빨리/나를 만나고 싶다는 이들은/대한민국의 경찰과 검사들뿐”인 현실 앞에서 “2011년 희망버스 주동으로/1심에서 실형 2년을 선고받고/간신히 보석으로 살아나온 날”, “애창곡을 이선희의 <인연>으로” 바꾸게 된 웃지 못 할 사연을 들려주는 「여섯통의 소환장」 등 그의 시를 읽는 일은 내 안의 부끄러움과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 
 
  온몸으로 길을 내는 거리의 시인, 송경동. 「시인과 죄수」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상 받는 자리는/내 자리가 아닌 듯 종일 부끄러운데/벌 받는 자리는 혼자여도/한없이 뿌듯하고 떳떳해지니” “어떤 위대한 시보다/더 넓고 큰 죄 짓기를 마다하지 않기를”.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시인을 잡아 가두는 수상한 시절이다. 봄은 아직도 멀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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