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허술하고 부족하지만, 열정을 가득 담아 만들었습니다.
귀엽고, 예쁘게 봐주세요. 여고생이잖아요.
- 『19세 여고생』 중에서 -
 
『19세 여고생』은 인위적으로 꾸미지 않은 풋풋한 여고생의 모습들로 채워진 얇은 사진집이다. 1권 ‘봄과 여름 사이’에는 등교에서 하교까지의 여고생의 하루를, 2권 ‘빛나는 이유’에는 미성숙하기에 빛나는 여고생을 담았다. 이 책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된 독립출판물로 원래 목표액인 40만원의 460%인 약 180만원의 후원을 얻어낼 만큼 큰 호응을 얻었다. 뷰 파인더로 바라본 여고생들의 학교생활은 어땠는지 『19세 여고생』의 저자 성벼리 학생(사진전공 1)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 책을 좋아하던 소녀는 직접 책의 저자가 되었다.
 
-『19세 여고생』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중학교 때부터 꾸준히 찍은 사진이 하드 디스크에 쌓여있는 것을 보다가 문득 ‘나만 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사진을 선보이고 공감을 이끌어내고 싶었죠. 독자들이 책을 보면서 사진을 찍을 당시의 제 생각과 감정을 그대로 느꼈으면 했어요. 한편으로는 19살의 감정을 영원히 남기고 싶기도 했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10대를 추억하고 마무리 짓는 의미가 담겨있기도 하고요.

-『19세 여고생』을 만들기 전부터 독립출판에 관심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우연히 트위터를 통해 독립출판을 처음 접했어요. 그 후에 온라인으로 운영하는 독립출판 전문 서점을 구경하기도 하고 시간이 나면 직접 서점에 놀러 가기도 했죠. 정말 소장하고 싶은 책은 직접 구매도 했어요. 고등학생이라 돈이 없어 얇은 사진집으로 만족해야 했지만요.

-그 관심이 이 책의 독립출판까지 이어진 것인가요.
독립출판은 출판사를 통해 나온 책과 달리 정해진 틀이 없고 대중적인 주제가 아니어도 되기 때문에 매력적이었어요. 일반적인 책은 출판사의 검수과정을 거친 후에 나오잖아요. 그에 비해 독립출판은 형식과 표현 방식, 그리고 검열에 대한 제약이 적은 편이에요. 여건상 많은 물량을 제작하기는 어렵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자기표현을 마음껏 할 수 있어요.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닐 수도 있지만 상업적인 의도가 거의 없었다는 점 역시 좋았어요. 책을 판매해 수익을 내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고등학생의 입장에서는 큰 부담 없이 책을 제작하고 판매할 수 있었다는 점이 더 좋았죠. 일개 고등학생도 책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으니까요.

-책을 만들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아요.
고3이라는 환경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죠. 사진집 제작과 공부 어느 하나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으니까요. 독립출판을 하면 공부에 방해된다며 부모님은 책 만드는 것을 반대했고 저도 출판보다는 공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나마 1권은 고3 초반인 3월에 준비를 시작해 약간의 여유가 있었지만 2권은 6월 모의고사가 끝난 직후에서야 만들기 시작했죠.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 오타 확인도 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다행히 생각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지만 더 만들 수는 없었죠. 인쇄하고 배송하는 일까지 모두 제가 도맡아야 했는데 시간이 부족했어요.

-부모님의 지원 없이 책을 발간했다고 들었어요.
서점에서 종종 개인 출판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책을 판매할 수 있도록 북마켓을 여는데 기회가 닿아 셀러로 참여하게 됐죠. 그때는 자금난으로 20권 정도 밖에 준비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죠. 책을 본 사람들이 ‘이 책은 왜 서점에 재고가 더 없냐’라고 물어볼 정도였으니까요. 돈이 없어서 한 번에 많은 양을 인쇄할 수 없다는 대답에 북마켓을 찾은 독립출판 관계자분들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을 소개해줬어요.

-크라우드 펀딩으로 후원받은 경로가 궁금해요.
크라우드 펀딩을 신청한 모든 사람들이 후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텀블벅 측에서 허가해줘야 펀딩 프로젝트를 정식으로 론칭할 수 있기 때문이죠. 계획서와 예산안을 제출하면 텀블벅 측에서 프로젝트를 검토한 후 홈페이지에 게시해주는 방식이에요. 처음에는 서점 당 10권쯤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해 인쇄 비용으로 40만원 정도를 생각했어요. 그런데 후원이 이뤄진 한 달 동안 생각보다 많은 액수인 180만원 정도를 모을 수 있었죠.

-사람들이 『19세 여고생』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는 이유가 무엇인 것 같나요.
먼저 ‘19세 여고생’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는 것 같아요. 여고생이라는 소재가 특색 있게 보인 것이죠. 또한 19세라는 나이가 전문적으로 책을 만들기에는 다소 어린 감이 있잖아요. 이런 요소들을 사람들이 재밌게 느꼈던 것 같아요. 또한 여성들에게는 여고생 시절에 대한 공감을, 남성들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지금 여기. 너와 나는
하루하루가 반짝이는, 우리가 평생 그리워할
오늘에 서 있다.
- 『19세 여고생』 중에서 -
 
-본인에게 이 책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이 책은 제가 사진을 찍는데 있어 전환점이 됐어요. 고3 성벼리에게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은 일이었죠. 고등학교 때 사진을 잘 찍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제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책을 만들고 난 후에는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것을 보며 자신감을 얻었죠. 사진전공에 진학해도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다시 가지게 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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