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테러 소식에 다들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을 겁니다. 급진 수니파 무장 세력인 IS에 의한 이번 테러로 130여명의 무고한 파리 시민이 희생되었는데요. 그로부터 일주일 뒤 말리에서는 알카에다 연계 세력으로 추정되는 이슬람 무장 단체가 호텔 인질극을 벌여 총 21명이 사망했습니다.
   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국제 사회가 모든 조치를 취해 IS를 격퇴하자는 내용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사실상 IS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죠. 이제 테러는 인류가 공동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가 되었습니다. 세계의 눈에서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테러에 대한 생각과 세계 시민으로서 우리가 갖춰야 할 태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테러의 아픔 딛고 예외 없는 평화를 꽃피워내길

예솔 : 안녕하세요. 세계의 눈 진행을 맡은 중대신문 여론부 차장 신예솔입니다. 정치국제학과 2학년이에요.
시옥 : 저는 올해 9월에 중국에서 온 원시옥입니다. 도시계획부동산학과 1학년이에요.
칸정 : 반갑습니다. 저는 베트남에서 온 람칸정이라고 해요. 신문방송학부 3학년입니다.
페일 : 안녕하세요. 저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온 르페일입니다. 무역물류학과 석사 1차 과정을 밟고 있어요.

에펠탑의 불빛이 꺼지다
: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가 일어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휩싸였는데요.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이번 테러로 중국인 한 명도 숨졌다고 들었어요. 무고하게 희생된 사람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뿐이에요.
: 저는 프랑스인 친구들이 많은 편이에요. 친한 친구의 어머니도 이번 테러가 일어난 곳 근처에서 살고 계시고요. 그래서인지 프랑스는 제가 머물고 있는 한국과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임에도 남의 일 같지가 않아요. 
: 저는 무슬림으로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파리 테러 소식을 듣고 2001년 미국에서 일어난 9.11테러가 생각났죠. 당시 테러 용의자로 이슬람 집단이 지목되며 전쟁이 일어났었는데 이번에도 중동을 대상으로 보복 전쟁이 일어나거나 무슬림들이 고통을 받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무분별한 증오는 또 하나의 테러
: 이번 테러의 배후가 이슬람의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인 ‘IS’로 밝혀진 상황에서 일반 무슬림에게도 불똥이 튈 우려가 있는데요. 실제로 미국에서는 반(反)이슬람 정서가 확산되며 이슬람 사원에 테러 협박이 이어지는가 하면, 무슬림의 집에 누군가가 총을 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 얼마 전 감동적인 동영상 한 편을 봤어요. 파리 광장에서 두 눈을 가린 남자가 ‘나는 무슬림입니다. 하지만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에요.’, ‘나는 당신을 믿습니다. 당신도 나를 믿나요? 만약 그렇다면, 나를 안아주세요.’라고 적은 종이와 함께 서 있었죠. 많은 사람이 주위로 몰려들어 그를 안아주었어요.
: 감동적이네요. 이번 일로 인해 무슬림 전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 같아요.
: 맞아요. 이슬람 신자가 마녀사냥 당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 그렇다면 IS를 바라보는 무슬림의 시각은 어떠한가요?
: 이슬람을 정확하게 아는 무슬림은 IS를 인정하지 않아요. IS는 신의 뜻이라 말하지만 실제 그들이 벌이는 행동은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 명시된 내용과는 정반대죠. 마음대로 만들어낸 규칙일 뿐이에요. 애초에 이슬람을 의심하고 잘 모르는 사람들이 IS에 가담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 IS는 잘못된 믿음을 행하고 있는 거군요.
: 그렇죠. 어느 종교가 살인을 허락하겠어요. 이슬람 또한 무엇보다 생명의 가치를 우선시해요. 무슬림으로서 이번 테러는 특히 마음이 아파요. 

곳곳에 드리워진 테러의 그림자 
: 국제 사회에서 테러는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테러가 일어나는 원인으로는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제 생각에 종교 분쟁이 주된 이유 같아요. 지난 1월 7일 프랑스에서 일어난 ‘샤를리 에브도 테러’도 프랑스 주간지가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만평을 실으면서 벌어진 일이었잖아요.
: 안타깝게도 종교가 화합이 아닌 분쟁의 원인이 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 같네요.
: 소수 민족 문제도 심각한 원인이에요. 2년 전쯤 중국에서도 소수 민족 갈등으로 인한 지하철 테러가 있었어요.
: 기사를 보니 지난 14일 중국 공항에서 위구르족 테러범 2명이 잡혔다고 하더라고요. 이들은 약 2개월 전 신장자치구 탄광에서 50여명을 죽인 폭탄 테러의 용의자였어요.
: 오, 그런 일이 일어난 줄은 몰랐어요. 한족 외에도 50여개가 넘는 소수 민족이 있다 보니 중국 정부도 일일이 관리하기 힘든 실정이에요.
: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는 1994년에 지하철 폭탄 테러가 있었어요. 그 사건 역시 민족 갈등을 빚고 있는 아르메니안 사람에 의한 것이었죠.
: 그렇다면 여러분은 혹시 테러의 위협을 느껴본 적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각국은 안전하다고 느끼시나요?
: 베트남은 테러의 위협이 크지 않은 것 같아요. 한국은 테러의 안전지대라고 생각하세요?
: 한국에서 테러가 일어날까봐 두려웠던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실제로 올해 국제 싱크탱크의 하나인 경제평화연구소(IEP)가 조사한 바로는 한국은 일본, 북한과 함께 테러의 영향이 전혀 미치지 않는 국가로 꼽혔어요.
르 : 한국에서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요. 종교 분쟁이나 민족 갈등이 심하지 않으니까요. 생활하기에 안전한 나라예요.
: 하지만 어디에나 잠재적인 불안은 존재하는 것 같아요. 테러의 안전지대가 있을까 싶어요.
: 맞아요. 저는 최근에 말레이시아에서 IS를 지지하는 집단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 불안하기도 해요.
: 중국인 인질 2명이 IS에 의해 살해되기도 했죠.
: 지난 20일 시진핑 주석은 IS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중국 국민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중국 정부는 그동안 테러 문제에 중립적인 태도를 보여 왔어요. 하지만 중국인 피해자가 발생한 만큼 계속 중립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봐요. 시진핑 주석의 경고는 중국인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였다고 생각해요.

모두의 평화를 위해
: 한편 파리 테러 바로 전날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IS의 자살 폭탄 테러로 최소 41명이 사망했다고 해요. 그간 멕시코, 나이지리아, 케냐 등 여러 중동 국가와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대규모 테러가 계속되었지만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죠. 최근 파리 테러를 계기로 서구 선진국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일어난 테러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어요.
: 동감이에요. 지난달 10일 터키 앙카라에서도 100여명이 사망한 폭탄 테러가 발생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었죠. 다른 지역과 달리 파리 테러에만 뜨겁게 반응하는 것이 의아해요. 생명은 만국 공통으로 중요한 가치인데 말이에요.
: 사실 애도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다고 생각해요. 다만 파리 테러와는 달리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은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어요. 알게 되었다면 똑같이 애도를 표했을 거예요. 혹시라도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저는 SNS를 통해 파리 테러를 처음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그동안 시리아, 레바논 등에서 일어난 테러 소식은 활발히 접하지 못했죠. SNS를 통해 많은 정보를 알게 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중동이나 아프리카 지역의 테러도 잘 알려진다면 좋을 텐데 안타까워요.
: 온도 차이가 나는 것 같기는 해요. 뉴스에서도 상대적으로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보도는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죠. 파리 테러에 대한 관심과 애도의 마음이 전세계로 확대되면 좋겠네요.
: 맞아요. 생명의 존엄함 앞에 지역은 중요하지 않죠.
: 세계 곳곳에서 테러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pray for Paris’를 넘어 ‘pray for the world’가 되기를 바라요.

“파리 테러 소식에 마음이 아픕니다. 이번 사태가 잘 해결되길 바라며 무엇보다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파리 테러가 무슬림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람칸정(신문방송학부 3, 베트남)

“테러로 인해 무고하게 희생된 모든 분들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테러로 인한 갈등이 더 큰 전쟁으로 번지지 않기를 바라며 평화를 제1의 가치로 삼길 바랍니다. 평화로운 세계를 원해요.”
 -원시옥(도시계획부동산학과 1, 중국)

“파리 테러 소식에 세계 시민으로서, 무슬림으로서 마음이 아픕니다. IS는 무슬림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이번 일로 인해 관심이 확대되어 세계 어느 곳에서도 테러로 고통받는 사람이 생기지 않길 바랍니다.”
 -르페일(무역물류학과 석사 1차, 아제르바이잔)

 

<파리 테러, 그 후>

파리 현지 인터뷰 : 박슬규(파리정치대학원 경영경제전공 석사 1차)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IS 무장 세력에 의한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테러가 발생한 이후 파리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현지에 있는 한국인 유학생을 취재해봤습니다. 

- 테러 발생 당시 무얼 하고 계셨나요.
“평소와 다름없는 금요일 저녁이었어요. 테러가 발생한 근방에서 친구들과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이동하려던 중이었습니다.”

- 소식을 듣고 많이 놀라셨을 텐데요. 당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같이 식사한 친구가 전화를 받더니 리퍼블릭 광장에서 총격이 일어났다고 말했어요. 저희가 이동하려던 곳이었죠.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어요. 대규모 테러일 줄은 몰랐는데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 것 같아 다들 대피했습니다.”

- 다행히 한국인 피해는 없다고 하는데요. 현지에 있는 한국인은 어떤 반응인지 궁금합니다.
“테러가 일어난 곳 바로 옆에 사는 누나는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어요. 테러 관련된 뉴스만 봐도 스트레스를 받고요. 귀국을 고민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크게 동요하지 않고 생활하는 한국 친구들도 많습니다.”

- 파리는 많이 진정된 상황인가요.
“네. 많이 진정된 것 같아요. 학교 수업도 평소와 다름없이 계속되고 있고요. 다만 아직도 사람들 사이에는 경직된 분위기가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이번 파리 테러와 관련해 한마디 해주신다면.
“다시는 무고한 시민이 죽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에요. 파리 테러 이후 SNS에 여러 가지 말이 나오고 있는데, 이번 테러와 관련해 섣부른 판단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한 이 사건 때문에 무슬림을 일반화하여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파리 테러와 더불어 시리아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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