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서울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도시화는 급격하게 진행됐다. 도시가 집중적으로 개발되면서 회색빛 콘크리트는 도시를 집어삼켰다. 전체 인구의 91%가 거주하는 도시는 그렇게 자연을 배제한 공간이 됐다. 다행히도 최근 단단한 콘크리트 틈 사이로 푸른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바로 ‘도시농업’이란 이름으로 말이다. 
 
  소수의 사람이 취미로 진행하던 도시농업은 이제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는 사업이 됐다. 2012년 ‘도시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시작으로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제1차 도시농업 육성 5개년 계획’까지. 도시농업에 공공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도봉구는 일찍이 도시농업에 주목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2011년부터 ▲유휴지를 활용한 도시 텃밭 조성 및 주민 분양 ▲친환경 도시농업 주민 교육 ▲도시농업 체험 행사 등을 추진했고 2012년을 ‘도시농업 도약의 해’로 지정해 도시농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했다. 도봉구 환경정책과 이광재 주무관은 “구청에서 텃밭을 총괄해 구민들에게 분양해준다”며 “삭막한 도시에 사는 구민들에게 쉴 공간을 마련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직접 생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도봉구 도시농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도봉구는 ‘쌍문동 친환경 나눔 텃밭’을 비롯해 3만7384㎡(약 1만1309평)의 텃밭을 보유하게 됐다.
 
▲ 화창한 주말이면 텃밭을 가꾸려는 가족들이 건물 옥상에 오른다. 사진제공 도봉구청
  특히 도시 텃밭을 3개의 분야로 나눴는데 건물 옥상에 설치하는 ‘옥상 텃밭’, 실내에서 관리하는 ‘상자 텃밭’, 그리고 사회복지시설에서 치료프로그램으로 활용되는 ‘싱싱 텃밭’이 있다. 옥상 텃밭의 경우 초기엔 구내 공공시설에만 조성했으나 최근에는 유치원이나 학교, 양로원 등의 시설에도 조성되고 있다. 이광재 주무관은 “도시농업은 단순한 도시 환경 개선에 그치지 않고 수풀을 보기 어려운 도시에 거주하는 학생이나 노인에게 유익한 농촌 경험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은 캠퍼스 안에서도 일고 있다. 성공회대 ‘옥상 텃밭 협동조합 지렁이(지렁이)’는 학교 건물 옥상과 농구장 옆에 유휴지로 남아 있는 공간을 활용해 쌈채소를 기르고 고구마를 심었다. ‘지렁이’ 활동의 총 기획을 맡은 서은송 학생(성공회대 사회과학부)은 “모든 것을 소비하는 현시대의 사회 구조에서 벗어나 직접 생산하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며 “학교에서 사용하지 않는 땅을 이용해서 쉽게 기를 수 있는 작물들을 재배했다”고 말했다.
 
  ‘지렁이’에서 기른 작물은 상추같은 쌈 채소와 고구마. “쌈채소는 정말 물만 주면 잘 자랐는데 고구마는 흙도 솎아내야 하고 관리하기 힘들었어요.” 서은송 학생은 재배하기 힘든 고구마를 얻기 위해 ‘도시농업전문가 과정’을 거친 강사를 학교로 초빙해 제초제나 비료 없이 작물을 재배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수확한 농작물은 텃밭을 관리한 친구들, 학교 방호원, 교수 등 주위 사람들과 고스란히 나눴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재배한 농작물을 먹고 싶었던 서은송 학생은 텃밭을 관리하며 주변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기회도 얻었다고 말했다.
 
▲ 캠퍼스 유휴 공간을 이용해 채소를 기르는 학생들. 사진제공 성공회대 ‘옥상 텃밭 협동조합 지렁이

 

  도시농업이 활성화되는 이유에 대해 이형숙 교수(가천대 조경학과)는 “도시 주민의 여가 생활이 다양해지고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며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커뮤니티 가든’이 활성화됐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관심으로 활성화된 도시농업은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유대감이 부족한 도시에서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을 돕는 역할도 하게 된 것이다. 
 
  다만 도시농업에 참여하기에 앞서 주의할 점이 있다. 주인이 없는 유휴지에 텃밭을 가꾸다 보니 관리에 소홀하게 돼 자칫 책임 소재를 다투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김영민 교수(서울시립대 조경학과)는 “공공자산이 소수의 취미로 사용되는 도시농업은 관리가 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공간 사용의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공공자산을 사용하는 만큼 각별한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시농업을 향한 움직임은 어느새 서울을 빠져나와 인천, 대구, 부산 등 광역시를 포함한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이제는 빼곡한 건물과 도로가 가득한 도시에서도 새싹이 자라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삭막한 도시 안에도 비로소 녹색의 새 생명이 기지개를 켤 장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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