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일상은 어떠신가요? 수업을 듣고 동기들과 어울리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가지는 않으신지요. 하지만 그 하루를 돌아보면 미처 보지 못 했던 수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이번학기 중대신문 심층기획부는 바쁜 일상에 치여 마주치지 못 했던 모습을 조명하려 합니다. 두 면의 지면으로 ‘일상의 이면’을 보는 것이죠.
새롭게 시작하는 월요일, 오늘도 학생들은 수업을 들으러 강의실로 향합니다. 수업을 듣는 그들의 손은 항상 바쁩니다. 교수의 말을 기록하기 위해 노트북 타자를 치거나 필기하느라 말이죠. 반면 그들의 입은 너무나도 조용합니다. 3학점 짜리의 수업에서도 질문 1,2개가 겨우 나올까 말까 하죠. 많은 양의 수업을 온전히 이해할 만큼 대학생들이 똑똑한 것일까요? 왜 그들은 수업 중 입을 열지 않는 것인지, 일상의 이면을 통해 만나보시죠.
 
 

질문 없는 강의 실태 현황
 

교수의 말을 한 자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손은 바쁘다
누군가가 질문하면 내 손은 쉬고 귀는 닫는다
궁금한 내용이 있어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 입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는 말했다. 질문은 인간이 세계를 탐구하기 위한 원초적인 행위라고. 그의 말처럼 무언가 알기 위해서 질문은 필연적이다. 그래서 이제 막 세상을 알기 시작한 아이들은 끊임없이 질문한다. 하지만 정작 대학생들은 입보다 손이 바쁘다. 궁금한 점이 생기더라도 혹여나 자신의 무지를 드러낼까 봐 걱정하며 질문 내용을 생각하고 따지다 질문할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강의 중 질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대학생 1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대학생과 유학생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도 진행했다.
 
 
침묵이 흐르는 대학 강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 대학생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조용히 선생님의 수업을 경청한 버릇은 대학생 때까지 이어졌다. 응답자 104명 중 3.9%(5명)만이 한 수업 중 3회 이상의 질문을 한다고 답했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질문은 찾기 힘든 실정이었다.
 
  “질문을 해야 하는 수업보다는 교수의 말을 그대로 적는 방식의 수업이 아무래도 더 편하죠. 전자를 위해서는 능동적으로 생각해야 하고 긴장도 되지만, 후자는 아무 생각 없이 받아 적으면 되잖아요.” 유기현 학생(사회학과 2)은 수업을 들을 때 질문보다 필기가 익숙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선호하는 수업방식으로 ‘교수의 말을 받아 적는 방식’을 선택한 응답자가 42.5%(47명)로 가장 많았다.
 
  유채현 학생(사과대·가명)도 모든 학생이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주입식 교육’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지각도 항상 하는 사람만 하듯이 질문도 하는 사람만 하기 때문이다. “질의응답이 참여를 유도하는 수업방식이라고 하지만 제가 보기엔 전혀 아닌 것 같아요. 말하기를 좋아하는 몇몇 학생들만 질문하기 때문이죠.” 소수의 학생만 질문할 바에야 다수의 학생이 수업을 듣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질문 좀 그만!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104명 중 과반수가 넘는 54.8%(57명)가 강의 중 질의응답 시간이 길어져 짜증 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중복응답) ‘수업시간이 길어져서’가 63.2%(36명)로 가장 많았다. 이해주 학생(경영경제대·가명)도 질문으로 인해 강의 시간이 초과되는 것이 가장 불만이라고 토로한다. “보통 교수들이 수업 끝나고 궁금한 점이 있냐고 물어보는데, 그때 질문을 해서 수업이 길어지죠. 그 학생 하나 때문에 수업이 제시간에 안 끝나면 짜증이 나요.”

  다음으로는 ‘불필요한 질문이라서’와 ‘수업을 지체해서’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31.6%(18명)로 뒤를 이었다. 평소 수업시간에 질문을 잘 한다는 이혜인 학생(프랑스어문학전공 2)도 ‘불필요한 질문’은 답답하다고 말한다. “수업내용과 관련 없이 개인적으로 몰라서 질문하는 애들 있잖아요. 충분히 혼자서 공부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 수 있는 내용인데 말이죠. 사적인 질문을 남발하면 왜 저러나 싶기도 해요.”

  나가야 할 진도를 질의응답 시간으로 나가지 못해 불만을 제기하는 학생도 있었다. 유채현 학생은 길어진 질의응답 때문에 수업이 끊겨 짜증이 났다고 토로했다. “질문은 수업이 끝난 후 따로 해도 되지 않나요? 강의시간은 한정돼 있는데 질문을 길게 하면 진도를 못 나가잖아요.” 설문의 한 응답자는 “강의 중 질문이 많아져 수업의 흐름이 끊겼다”며 “질문으로 인해 정해진 진도를 나가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편 유기현 학생은 자신이 모르는 내용이 아니라면 다른 학생의 질문에 귀 기울여지지 않는다는 의견을 표출했다. 저마다 다른 배경을 가지고 태어난 학생들은 궁금한 내용도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모르는 영역이 다르잖아요. 제가 궁금하지 않은 질문에 굳이 집중할 필요가 있을까요?”
 

나에게 돌아온 불평의 화살
  하지만 질문을 싫어하는 학생들도 질문의 필요성에는 동의했다. 응답자 104명 중 1명을 제외한 99%(103명)가 강의 중 질의응답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중복응답) 69.9%(72명)가 ‘미처 몰랐던 부분을 알 수 있어서’를 꼽았다. 설문의 한 응답자는 “내가 안다고 생각한 부분도 다른 사람의 질문을 통해 새롭게 이해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교수가 질문을 받고 더 자세히 설명을 해줘서 이해하기 수월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는 ‘수업의 미흡한 부분을 채울 수 있어서’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61.2%(63명)로 집계됐다. 임형빈 학생(무역학과 4)은 질문을 통해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수도 수업을 하면서 놓치는 부분들이 있죠. 이에 대해 학생들이 질문을 하며 수업의 피드백이 이뤄진다면 더 좋은 수업이 되지 않을까요?”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업 중 궁금한 점이 생기더라도 질문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강의 중 궁금한 점이 있었지만 질문하기 꺼려진 적이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 104명 중 81.7%(85명)가 ‘있다’고 대답했다. 임형빈 학생은 수업 중 질문을 하고 싶어도 걱정이 앞선다는 고충을 밝혔다. “제 질문이 남들이 보기엔 생뚱맞을 수 있잖아요. 사람들이 제 질문에 대해 뭐라고 할까봐 눈치 보인 적이 있었죠. 질문을 하려고 하면 괜히 수업과 관련 없을까 봐 주저하게 돼요.”

  유채현 학생은 수업 중 정적을 끊고 질문하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전공수업 대부분이 교수의 말을 필기하는 방식이라 수업 분위기가 조용하기 때문이다. “수업 도중에 궁금한 점이 생겨도 절대 질문하지 않아요. 다들 교수의 말에 집중하고 있는데 제가 질문을 하면 수업이 끊길까 봐요. 저에게 시선이 집중되면 질문하기 부담스럽기도 하죠.” 질문을 향한 불만은 결국 그들에게 불편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었다.
 

무엇이 그들의 입을 열 수 있나
  학생들은 질문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안세인 학생(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1)은 대규모가 아닌 소규모로 수업이 이뤄진다면 더 적극적으로 질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학생 수가 많을수록 시선이 잘 느껴지기 때문에 질문하기 부담스러워요. 이와 달리 소규모 강의의 경우에는 사람이 적은 만큼 부담도 적죠.” 타인의 시선을 덜 의식할 수 있는 소규모 강의가 질문의 부담을 덜어주는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수정 학생(경희대 언론정보학과)은 미리 학생들과 토론을 하며 자신의 의견을 검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내 질문을 다른 학생들이 틀렸다고 생각할까 봐 눈치 보일 때가 있죠. 하지만 질문하기 전에 미리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시선의 부담이나 걱정이 줄어들어 질문하기 편할 것 같아요.” 사전에 자신의 생각을 타인과 공유하며 질문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아제르바이잔에서 온 니자트 학생(일반대학원 정치국제학과 석사2차)은 교수 중심으로 진행되는 한국의 수업 분위기에 질문하기 어렵다는 고충을 털어놨다. “한국에 왔을 때 질문하지 않는 학생들을 보고 놀랐어요. 교수님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내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질문이 적은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다소 엉뚱한 질문을 하더라도 교수가 피드백을 해주며 자신감을 키워주는데 말이죠.” 질문하면 눈칫밥 먹는 분위기에서, 어쩌면 학생들은 ‘침묵이 금’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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