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개강호에서 찾아뵀던 홍주환 기자입니다. 내년 7월 완공 예정인 310관(100주년기념관 및 경영경제관)의 건축허가 조건에 따라 205관(학생회관),206관(학생문화관)이 철거될 계획인데요. 이에 따라 205,206관에 위치해 있는 학내기구들에 대한 공간 배정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학내 자치언론인 ‘중앙문화’와 ‘녹지’의 향후 거취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대학본부 측은 이들을 대변할 담당 부서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중앙문화와 녹지가 학내에서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지난 2010년, 중앙문화와 녹지는 대학본부로부터 독립하면서 교지편집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이들은 더 이상 학칙에 명시된 공식 학내기구가 아닌 것이죠. 이에 따라 대학본부는 중앙문화와 녹지에 대한 행정적 지원을 중단했고 동시에 편집과 제작 과정에도 일체 관여할 수 없게 됐습니다.
 
 예산도 교비로 지원받지 않고 별도의 기타납입금을 통해 마련하는 방식으로 변경됐습니다. 등록금 납부
시 학생들이 자율 납부한 ‘중앙문화와 녹지비’가 이들의 예산이 된 것이죠. 이에 따라 예산 규모는 전보다 줄었지만 발행에 차질이 생길 정도는 아니라고 합니다. 중앙문화 안태진 편집장(사회학과 3)은 “이전과 다르게 편집장과 편집위원의 장학금을 지급하지는 못하지만 아직까지 발행에 문제는 없다”고 말했죠.
 
 기타납입금으로 걷힌 돈은 현재 서울캠 학생지원팀을 거쳐 중앙문화와 녹지에 지급되고 있습니다. 학생지원팀은 예산 지급 전에 이들의 직전학기 예산 사용내역을 확인하고 있죠. 서울캠 학생지원팀 김남원 팀장은 “중앙문화와 녹지의 예산은 학생들이 납부한 돈이므로 사용내역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학생지원팀 측은 중앙문화와 녹지에 대한 예산 지급 방식이 곧 바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학생지원팀을 거쳐 전달되던 예산이 이제는 곧바로 중앙문화와 녹지에 전달된다는 것입니다. 김남원 팀장은 “예산 지급 방식이 변경됨에 따라 학생지원팀이 담당했던 예산 사용내역 확인 절차도 없어질 것이다”며 “중앙문화, 녹지는 공식 학내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학생지원팀에서 예산 사용내역을 더 이상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중앙문화와 녹지의 예산 사용내역은 어떻게 확인해야 할까요? 중앙문화와 녹지는 서울캠 총학생회가 그 역할을 하길 바라고 있죠. 녹지 한주희 편집장(사회학과 3)은 “지금도 독자간담회와 지면을 통해 예산 사용내역을 공개하고는 있다”며 “하지만 중앙문화, 녹지의 예산은 학생들의 돈이기 때문에 총학생회가 예산 사용내역을 심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습니다.
 
 학생지원팀의 예산 사용내역 확인 절차가 사라짐에 따라 중앙문화와 녹지는 대학본부로부터 재정적으로도 완전히 독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대학본부가 이들을 교지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중앙문화와 녹지에 대한 학칙도 없어 지위가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명목상으로 보자면 중앙문화와 녹지는 중앙대의 교지가 아니죠. 김남원 팀장은 “2010년에 중앙문화와 녹지가 독립하면서 공식적으로 교지는 폐간됐다”며 “대학본부가 발행하지 않는 것은 중앙대의 교지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중앙문화와 녹지 측은 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안태진 편집장은 “교지인지를 결정짓는 요소가 대학본부의 발행 여부뿐만은 아니다”며 “중앙문화에는 지난 1953년부터 이어져 온 중앙대의 교지로서의 오랜 역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중앙문화와 녹지를 학칙에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편집과 예산 책정, 공간 배정 등에서 안정성을 보장받기 위해선 이들에 대한 학칙 상의 조항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보신대로 학내 자치언론이 딛고 있는 땅은 그리 튼튼하지 않은 듯합니다. 중앙문화와 녹지는 그 존재마저 대학본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있죠. 비록 대학본부와의 갈등 끝에 독립했지만 이들은 아직도 중앙대의 언론 생태계를 형성하는 하나의 영역입니다. 학내 자치언론의 지반 단단해지기 위해 중앙문화와 녹지에 대한 대책이 속히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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