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은 중앙대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담는 코너입니다. 다양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유학생들끼리의 친목을 도모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습니다. 이번 주 주제는 ‘각국의 명절’인데요. 추석을 맞아 각국의 대표적인 명절을 알아보고 그들의 고유한 역사, 문화적 특징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각국의 생생한 명절 분위기와 함께 한국 명절에 대한 생각도 들어봤습니다.

 

예솔 : 미녀 세 분과 함께해서 그런지 오늘따라 분위기가 화사하네요. 저는 세계의 눈 진행을 맡은 중대신문 여론부 차장 신예솔입니다.
크 짜닛싸따 : 안녕하세요. 저는 태국에서 왔고요. 정치국제학과 2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열 : 중국에서 온 이열입니다. 중앙대 언어교육원에 다니고 있어요.
따 옥따마야 : 반가워요. 저는 인도네시아에서 온 디따라고 합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석사 1차예요.

역사와 문화를 품은 명절
: 오늘의 주제는 ‘각국의 명절’인데요. 한국은 주요 명절 중의 하나인 추석을 앞두고 있어요. 각국의 대표적인 명절은 어떤 것이 있나요?
: 지금 중국에서는 ‘중추절(中秋節)’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한국의 추석과 같은 개념인데 월병을 먹고 달구경을 하죠. 중국의 가장 큰 명절은 매년 음력 1월 1일에 해당하는 ‘춘절(春節)’이에요. 아랫사람은 웃어른들께 세배하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주죠. 가족끼리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하고 시간을 보내요.
: 한국의 명절 풍경과 비슷하네요.
: 이외에도 정월 대보름에 해당하는 ‘원소절(元宵節)’, 초나라 시인 굴원(屈原)을 기념하는 ‘단오절(端午節)’ 등 여러가지 명절이 있어요.
: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교 국가라서 대표적인 명절도 이슬람교와 깊은 관련이 있어요. 새벽부터 저녁까지 한 달 동안 금식하는 ‘라마단’ 기간이 끝나면 ‘르바란’이라고 하는 명절을 보내죠. 이때는 자신의 욕심으로 일어난 실수를 사과하는 기간이에요.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 ‘기분 나쁘게 해서 미안해’ 등의 의미죠.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잖아요. 그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거예요.
: 오, 서로 용서를 구한다니 뜻깊은 날이네요.
: 종교적인 의미도 있나요?
: 이슬람교가 아닌 많은 사람은 금식을 왜 하는지 궁금해하잖아요. 그 답을 드리자면 금욕적인 생활을 하면서 자신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기 위함이에요. 저는 대구에 살았을 때도 홀로 라마단을 실천했어요. 다들 한국에서는 아무도 모를 테니까 마음껏 음식을 먹으라고 했지만 신은 다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해서요.  
: 독실하시네요. 그런데 새벽부터 저녁까지 음식은 물론 물조차도 마시지 못한다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요.
: 전혀요. 믿기 힘들겠지만 오히려 몸이 더 좋아지는 느낌이에요. 금식 첫날은 정말 버틸 수 없을 것 같아도 둘째 날부터는 절제하는 삶에 몸도 적응하죠. 라마단 기간에는 신비한 모험을 하는 것 같아요.
: 왠지 라마단 기간에는 몸과 마음이 평화로울 것 같아요.
: 네. 이때는 화를 내고 싶어도 참아요. 그래서 사건, 사고도 적은 편이죠.
: 화낼 힘도 없지 않아요?
: 라마단 기간에 기력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 많긴 하죠.(하하) 저는 체력이 좋아서 그런지 사람들이 ‘너 금식하고 있는 거 맞아?’라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 그래도 밤이 되면 음식을 먹죠? 
: 그럴 수는 있지만 많이 먹지는 않아요. 일종의 유혹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라마단에 임하는 태도가 중요한 거예요. 신앙심을 시험하고 자아를 성찰하는 기간이기 때문이죠.
: 태국의 가장 큰 명절은 매년 4월 13일부터 15일까지인 ‘송끄란(Songkran)’이에요. 태국판 설날인 셈이죠. 불교 달력에 따라 한 해가 바뀌는 것을 기념하는 날이에요. 태국의 4월은 낮 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갈 정도로 더워서 너나 할 것 없이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이날을 즐겨요.
: 길을 가다가 모르는 사람에게 물벼락을 맞을 수도 있겠어요.
: 일단 밖에 나가면 물 맞을 각오를 해야 해요.(하하) 보통 ‘사왓디 비 마이’라고 하며 물을 뿌리는데 물을 맞아도 싫은 티를 내서는 안 돼요. 서로 물을 뿌리고 맞으면서 즐기는 것이 당연한 날이니까요.
: 태국의 송끄란은 전통적인 명절이라기보다는 신나는 축제 분위기 같아요.
: 원래 송끄란은 가족이나 지인들끼리 절에 가서 시주하고 스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보내곤 했어요. 지금은 그 모습이 많이 변했죠. 제 생각에는 과거의 전통적인 송끄란 모습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지금은 송끄란 때를 노려 여성의 몸매를 훔쳐보는 성범죄가 일어나기도 하거든요. 많은 인파 속에 물을 뿌리는 차가 다녀서 여러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고요. 송끄란의 의미가 단순히 모여서 술을 마시고 물놀이를 하는 날로 퇴색된 것 같아요.

귀한 명절의 흔한 풍경
: 그나저나 올해 귀성길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지난해에는 일찍 출발했는데도 길이 막혀서 종일 차 안에 갇혀 있었거든요.  
: 중국에서는 춘절 2개월 전에 미리 기차표를 사놔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2~3일 동안 입석으로 가야 하죠.
: 3일 동안 서서 가야 한다니.
: 그럴 바에야 아무 데도 가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아요.
: 중국 사람들은 힘들어도 명절에는 꼭 고향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명절만 되면 민족 대이동이 일어나죠. 나라가 넓다 보니 춘절에는 최소 일주일, 길게는 한 달 동안 연휴를 보내요.
: 인도네시아도 섬이 많아서 이동 시간이 길어요. 고향이 사는 곳과 다른 섬이라면 비행기로 이동해야 하죠. 보통 직장인들은 2주, 학생들은 한 달간 쉬어요.
: 부럽다. 태국에는 그렇게 긴 휴일이 없거든요. 
: 명절에는 옷과 음식 등 각종 생필품을 싸게 파는 할인 행사도 많이 해요.
: 중국은 명절 때 물가가 올라요. 추석 기차표도 미리 사놓는 게 싼 편이죠.
: 한국도 명절이 가까워질수록 선물이나 제사상에 필요한 고기, 과일 등의 가격이 상승해요.
: 태국의 송끄란 때는 오렌지 값이 가장 많이 올라요. 주로 제철 과일인 오렌지를 선물하거든요. 피하는 명절 선물은 두리안이에요. 두리안은 선물하면 관계가 깨진다는 속설이 있어서 절대 주고받지 않죠. 요즘은 명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서 명품 가방, 시계 등을 선물하는 추세에요.
: 인도네시아는 전통 과자나 초콜릿 세트를 주로 선물해요.
: 중국에서는 명절용 술 선물이 많아요. 백주 종류가 인기 있죠.
: 요동치는 물가나 주고받는 선물이 아닌 복장으로도 명절임을 체감할 수 있어요. 태국에서는 국왕의 생일에는 노란색, 왕비의 생일에는 하늘색 옷을 입어요.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그 날은 노란색, 하늘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죠. 한국에 어버이날이 있듯 태국에서는 왕과 왕비의 생일을 각각 아버지, 어머니의 날로 여겨요.
: 왕실에 대한 존경심이 대단한가 보네요.
: 태국 왕실은 나랏일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줘 많은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어요.
: 중국에서는 명절 동안 빨간색을 많이 찾아볼 수 있어요. 중국의 대표 색이죠.

명절, 안녕들 하십니까
: 명절이 마냥 좋은 날만은 아니죠. 한국에서는 친척들의 잔소리, 과도한 상차림 등으로 ‘명절 스트레스’를 받곤 해요.
: 저희도 똑같아요. 졸업하면 언제 취직하니, 취직하면 언제 결혼하니, 결혼하면 언제 아이 낳을 거니 등 끝없이 잔소리가 이어져요. 친척끼리 비교도 많이 하죠.
: 태국에서는 그런 말을 거의 하지 않아요. 명절인 만큼 기분이 상할 말을 대놓고 하지 않죠.
: 최근 중국에서는 명절 기간에 돈을 주고 가짜 애인을 고용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어요. 친척들의 잔소리가 그만큼 심하기 때문이죠.
: 그건 상상도 못했네요. 아,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는 며느리들을 위한 가짜 깁스 상품이 있어요. 시댁에 내려가서 음식, 청소 등 각종 일을 도맡아야 하기 때문이죠.
: 태국에서는 명절 준비를 다 같이 돕는 분위기에요. 여자가 요리하면 남자는 청소와 뒷정리를 하는 게 일반적이죠.
: 인도네시아도 태국처럼 여자가 음식을 만들면 청소는 남자가 해요. 조금 큰 아이들은 부모님을 돕기도 하죠.
: 중국은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가 좋은 편이라 한국 명절 때 흔히 발생하는 고부 갈등은 드문 일이에요. 평소에도 남자가 주로 집안일을 하는 분위기라 명절에는 남녀불문 다 같이 일하죠.

되짚어보는 명절의 의미
: 마지막으로 각자에게 명절은 어떤 의미인지 묻고 싶어요.
: ‘만두’?(하하) 중국에서는 춘절에 만두를 먹어요. 명절을 앞두고 온종일 만두를 만들어야 하죠. 만들기도 귀찮지만 남은 만두를 한 달 동안 지겹게 먹기도 해요. 만두와 함께하는 기간이죠.
: ‘설렘’이에요. 저는 가족들과 다 같이 모일 생각에 명절이 기다려져요.
: 인도네시아의 명절은 ‘자신을 이겨내는 기간’ 같아요. 금식을 실천한 후에 더욱 성숙해진 마음으로 조상님께 성묘를 가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의미가 있으니까요.  


이열(중앙대 언어교육원)
장위안도 반할만한 중국의 미녀.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인 그녀는 장차 방송 프로덕션을 세워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꿈이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은 ‘안녕하세요’라고.

밍크 짜닛싸따(정치국제학과 2)
요리의 기쁨을 아는 따뜻한 태국 여자. 직접 만든 음식을 남이 맛있게 먹어줄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마트에서 구한 재료로 태국 음식 돔얌꿍을 만들기도 했다고. 그녀가 한국에서 맛본 최고의 음식은 전주에서 먹은 피순대다.

디따 옥따마야(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석사 1차)
문학과 음악에 두루 능한 인도네시아 팔방미인. 중학교 때 직접 쓴 소설 『서울 하늘에 있는 카시오페아』를 출판했으며 대학생 때는 소규모 밴드 활동을 했다. 앞으로 목표는 자신의 이름을 딴 출판사를 설립하는 것. 기숙사에 살며 가끔 외로운 마음을 우쿨렐레로 달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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