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와 함께한지 6개월, 박남혁씨에게 자전거는 집만큼 편하다. 사진제공 박남혁씨
 
   
 “무전여행? 민폐여행 아니야?” 무전여행에 대한 대학생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부정적이었다. 흉흉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지금 같은 시대에 무전여행객을 어떻게 믿고 도와주겠느냐는 인식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요즘처럼 살기 힘든 시대에 돈 없고 배고픈 여행객을 챙길 여력이 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러나 주위 사람들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빈손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돈 한 푼 없이 세상으로 나간 이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늘도 꿈을 찾아 페달을 밟는다

 ‘집이 달린 자전거’라는 조금은 특이한 자전거를 타고 지난 6월 무전여행을 시작한 박남혁씨(24)의 여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의 여행은 처음부터 무전이었다. 한 자전거 점포 사장이 자신이 젊을 때 무전여행을 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 싶다며 집이 달린 특수 자전거를 선뜻 만들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만드는 3개월 동안 그는 숙식을 제공받으며 자전거 점포 일을 도왔다. 그렇게 완성된 자전거를 타고 대구를 출발한 그가 현재 머물고 있는 곳은 제주도. 도착할 때까지 사용한 자비는 0원이다. 제주도로 가는 배편은 버스킹을 하면서 천원, 2천원씩 모은 돈으로 해결했다.

 그의 여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밥을 굶는 것은 이미 일상이 된 지 오래. 그러나 박남혁씨는 매끼를 먹겠다는 것은 욕심이라고 말한다. “배고픔을 못 참으면 무전여행은 포기해야죠.” 배가 고파 쓰러질 것 같을 때는 주변 사람들이 먼저 다가와 줬다. 운이 좋을 때는 아침까지 챙겨주시는 분도 있었다. 그는 그때 아직 인정이 남아있음을 느꼈다.

 이런 그도 무전여행이 민폐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분들이 대가를 바라고 도와주는 것이 아니기도 하거니와 도움을 줄 방법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민폐가 마냥 민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민폐를 끼친다는 사실보다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맺었다는 것이 중요하죠.” 그렇기에 그는 더 열심히 사람에게 다가가려 하고 그들의 인생과 생각을 들으려 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 이번 여행이라고 말하는 그의 여정은 아직 종착점에 이르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종착점이 없을지도 모른다. 지난 6개월간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생각의 폭을 넓혔지만 고민에 대한 해답은 찾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 해답을 찾는데 목메지 않겠다는 박남혁씨. 그는 단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 조금 힘들어도 계속해서 페달을 밟을 수 있는 이유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준 무전여행

 송동우 학생(신문방송학부 3)은 여행을 떠나기 전 무전여행에 대해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 돈 없는 여행객들을 도와줄지가 의문이었고 도움을 받는다 해도 즐거움보다는 불편함이 클 것 같았다. 그러나 여행은 그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 이유는 바로 여행 중 만난 사람들이었다.

 여행하면서 주로 머물렀던 곳은 마을회관. 텐트를 가지고 다녔지만 벌레와 무더위로 인해 밖에서 자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건 아니다 싶어 잠을 청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시골의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자연스레 밥 먹었느냐는 질문과 함께 잘 차려진 밥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누군가에겐 식은 반찬으로 차려진 초라한 밥상일지 몰라도 그에겐 그 어떤 밥상보다 진수성찬으로 다가왔다.

 그는 여행을 통해 세상이 각박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불어 자신을 아무 이유 없이 도와주는 사람들을 보며 그동안 다른 사람을 돌아볼 여유를 가지지 않았던 자신의 삶을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다만 일주일이란 짧은 시간이 아쉬웠다. 기회가 된다면 또 한 번 빈손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송동우씨. “떠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문제 될 게 없죠.”

 무전여행, 추억을 선물해드립니다

 여행자를 향한 도움의 손길이 없었다면 무전여행은 결코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생전 처음 보는 여행객에게 도움을 주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 무전여행객에게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해줬던 천안시의 ‘새로난 교회’ 김윤지 사모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윤지 사모는 “누군지도 모르는 무전 여행객을 받아들인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도움을 준 사람들은 오히려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곤 한다. 잠시나마 젊은 시절의 추억에 젖어들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전주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최은식씨(가명)는 무전여행객을 도와주면서 배낭여행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었다. 그는 “젊은 친구들과 이야기하니 나 역시 젊어진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무전여행은 도움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주고 심지어 잊고 있던 기억을 되살려 주기도 한다. 무전여행을 하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해보는 건 어떨까? 도움의 손길을 맞잡아 줄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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