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교내 영신관에 걸린 플래카드, ‘그대의 선택, 더할 나위 없었다!’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이는 2014년 tvN에서 방영한 ‘미생’이라는 드라마 속 주인공 비정규직 직원인 장그래를 두고 한 말을 변형한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중앙대학교를 선택한 신입생들에게는 입학을 환영하는 의미와 함께 ‘최선의 선택’을 했음을 새삼 일깨우는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학본부가 처한 상황에서 이런 ‘호언장담’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1991년 처음 흑석골 중앙대학교와 인연을 맺게 된 내가 다양한 대학생활의 경험을 맛보기 전인 그해 4월, 91학번 동기인 명지대학교 강경대학생은 등록금 인하를 외치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같은 해 10월 중앙대는 서울시립대, 인하대 등 6개 학교와 함께 교육부 이공계열 대학 평가에서 C급 판정을 받았다. ‘중앙대를 동양 최대의 사학으로 발전시키겠다’던 재단과 대학본부의 ‘호언장담’은 결과적으로 A급 학생들을 C급 학생으로 내몰았다.

 이러한 상황은 학생으로서의 학업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뒤로 한 채, 많은 학생들을 강의실이 아닌 ‘해방광장’(중앙도서관 뒤편)으로, 더 나아가 거리로 나가게 만들었다. 고통의 결실로서 대학 구성주체들이 C급 사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학발전계획 수립, 학교발전기금 조성 등을 포함하는 장단기 발전계획안을 모색하는 형식적인 절차를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중앙대학교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학부 졸업을 한지 어언 15년이 지나고 있지만 90년대 학내외 상황을 직접 경험한 내가 바라 본 모교의 모습은 ‘청룡의 비상’은 커녕 내 대학 시절과 별반 달라진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2008년 두산이라는 대기업이 모교를 인수하고부터 ‘키울 학문만 집중육성 한다’는 자본주의적 논리로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학과 통폐합, 학과 폐지, 교수업적평가 등을 단행하고 있다. 대학본부는 대학 구성원의 주체인 교수, 학생, 노조는 대화의 대상 자체로 취급하지 않는 분위기로 보인다. 최소한의 민주적인 절차와 내용은 학내에서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는 화석화된 용어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일방적인 ‘강요’만이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 대학의 구성주체들이 ‘청룡의 비상’을 위해 동일한 꿈을 꾸기 위해 노력할 시기이다. 꿈을 혼자 꾸면 단지 꿈이지만 대학의 주인들이 동일한 꿈을 꾸면 바로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본부와 교수, 학생, 노조 등 대학 구성주체들이 학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고, 야단법석을 떨 때이다. 재벌식의 일방적인 강요는 부작용만 남는다. 대학 내에서 민주적인 절차와 대화가 부활할 때 ‘그대의 선택, 더할 나위 없었다!’라는 말이 중앙대학교 신입생들에게 의미 있게 다가오지 않을까?

한종수 동문(역사학과 91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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