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20대에게 영향을 미친 사건·사고는

중대신문 시사기획부는 2000년에서 2015년까지 일어난 사건·사고를 바탕으로 ‘대학생에게 가장 영향을 미친 사건·사고’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에 태어난 20대 대학생들은 두 번째 밀레니엄, 즉 2000년대 이후의 사건·사고를 직접 보고 느끼면서 자라왔기에 해당 시기에 일어난 일들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설문조사는 지난 24일부터 29일까지 6일간 구글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됐고, 총 300명이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남성은 157명(52.3%), 여성은 143명(47.7%)이 참여했고, 연령대는 88~90년생이 55명(18%), 91~93년생이 125명(42%), 94~97년생이 119명(40%)이었습니다. 미응답자는 1명이었습니다. 
 

 

▲ 사진출처 한겨레신문
 
 
설문조사결과 분석
  1987년 1월, 서울대에 재학 중이던 박종철 학생은 경찰에 불법으로 체포되어 폭행과 전기고문을 받고 사망했다. 공안당국은 사건을 은폐하려 했지만 박종철 학생을 고문한 사실이 드러났고 이는 6월 민주항쟁을 촉발하는 결정적 사건이 됐다. 이후 25년간 권세를 펼치던 군사정권은 권불십년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고 절차적으로 민주적인 정권이 처음 들어섰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역사를 바꾼 동력이 된 것이다.  
 
  현재 20대에게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나 6월 민주항쟁은 근현대사 속의 먼 이야기로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2002 한·일 월드컵이나 태안 기름 유출 등의 사건은 20대가 직접 겪으면서 스스로가 역사의 현장을 만들어 나갔다. 2002년 거리 응원을 하기 위해 서울시청 광장으로 나섰던 모습과 태안에서 기름이 유출됐을 때 학교 수업마저 빠지면서 자원봉사를 나갔던 모습을 통해서 말이다. 
 
  지금도 우리를 둘러싼 사회에서는 무수히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는 역사의 순간에 서 있다. 그래서 중대신문은 20대가 직접 보고 겪은 2000년 이후의 주요한 사건들의 영향력을 평가하고자 전국 대학생 남성 157명 여성 143명, 총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2000년 이후 정치, 사회, 경제 등 7개 분야의 사건에서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 하나를 선택하고 분야에 상관없이 가장 중요한 사건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어떤 사건이 20대의 모습에 가장 영향을 미쳤고 향후 미래를 이끌어갈 이들에게 영향을 줄지 알아보고자 한다. 

21C 20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세월호 참사
  중대신문은 2000년~2015년 사이 발생한 사건·사고 중 분야와 연도를 막론하고 ‘20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 무엇인지 물었다. 응답자의 10명 중 3명, 29.4%(67명)는 ‘세월호 참사’를 2000년 이후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뽑았다.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군 인근 해상에서 여객선이 침몰한 사건으로 당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해 탑승객 476명 중 295명이 사망, 9명이 실종됐다. 구조 당시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은 선장과 일부 승무원의 태도, 정부의 허술한 재난대응체계와 구조작업 등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는 성장과 발전만을 외치던 대한민국 사회의 어두운 민낯을 드러냈다. ‘관피아(관료+마피아)’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며 퇴직 관료들의 산하·유관기간 핵심보직 독식, 이에 따른 봐주기 식 일 처리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해양수산부(해수부)로부터 선박안전점검 등의 기능을 위임받은 산하·유관기관들에 해수부 퇴직관료들이 낙하산으로 내려간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전원 구조’라는 최악의 오보역사를 써 내려간 한국 언론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사망한 학생의 친구 인터뷰나 시신 인양 장면을 여과 없이 보도 하는 등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은 무자비한 보도행태는 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갈등과 반목은 꼬리에 꼬리를 이었다. 세월호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한 진상조사를 두고 정치권과 정부가 정쟁을 일삼으며 유가족들의 고통은 계속됐다. 가까스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특별법이 국회에 통과했지만 시행령을 두고 또다시 여야가 대치하면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은 요원하기만 하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4명, 세월호 참사는 아직 진행 중인 만큼 20대의 선택 비율도 높았다. 
 
  ‘국내 아이폰3Gs 첫 출시’는 11.4%(26명)가 선택해 두 번째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2009년과 2010년은 애플의 아이폰3Gs와 삼성전자의 갤럭시S가 출시되면서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급속히 진행된 시기였다. 스마트폰 이용률 및 활용도가 높은 20대답게 스마트폰 출시를 꼽은 영향력이 큰 사건으로 꼽은 비율이 높았다. 또한 스마트폰 대중화와 함께 국민 애플리케이션으로 떠오른 카카오톡 관련 보기가 3위를 기록했다. 설문에 응한 20대 응답자 중 7%(16명)가 ‘카카오톡 서비스 시작’을 자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뽑았다.    
 
정치-고 노무현 대통령의 영향력
  ‘노무현 대통령 서거’가 28.7%(86명)를 기록하며 응답에 응한 20대에게 정치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으로 선정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검찰의 박연차 정관계 로비 사건 수사가 자신의 가족·친인척까지 확대되자 유서를 남기고 안타깝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유의 사건으로 전 사회적 후폭풍이 일었다. 이외에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이 2%(6명),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2.7%(8명)를 차지하는 등 ‘노 전 대통령 이슈’가 33.4%(100명)에 달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대에 정치적으로 큰 영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분야에서는 대체적으로 대통령 관련 이슈가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은 14%(42명)를 차지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도 5.7%(17명)를 기록했다.
20대는 안보 문제에도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도 포격 도발’은 9%(27명), ‘천안함 침몰’은 4.7%(14명), ‘북한 핵 보유 선언’이 3.3%(10명)를 차지해 안보 위기와 관련된 사안은 총 17%(51명)를 기록했다.
 
  정치분야로 분류된 ‘세월호 특별법 통과’는 12%(36명)가 선택해 ‘노무현 대통령 서거’,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이어 세 번째를 차지했다. 
 
사회-세월호 참사
  세월호 참사는 사회분야에서도 36.7%(110명)를 기록해 압도적으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외에 높은 비율을 차지한 사건은 주로 대학생과 실질적으로 연관이 있는 사안이었다. 응답자의 7.3%(22명)는 대학등록금과 관련이 깊은 ‘국가장학금 도입’을, 5.3%(16명)는 2013년 대학생 사회의 대자보 열풍을 불러온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붙이기 운동을 선택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에 반대하면서 시작된 촛불집회도 설문에 응한 20대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사건이었다.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치열한 집회 현장, 집회와는 어울리지 않는 교복 입은 학생들이 유독 많았던 집회였다. 학생들의 집회 참여는 사회적으로 큰 화제가 됐고 학생들도 사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때 교복 입은 학생들이 바로 지금의 20대이다. 설문에 응한 20대의 6.6%(21명)가 ‘미국산 소고기 파동으로 인한 촛불 집회’를 사회적으로 영향을 받은 사건으로 선택했다. ‘세월호 참사’와 ‘국가장학금 도입’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치다.    
 
기업과경제 -한·미FTA 타결
  응답자의 18%(54명)는 2000년 이후 경제분야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사건으로 ‘한·미FTA 타결’을 꼽았다. 2007년 4월, 14개월간의 협상을 마친 한·미 양국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협상과정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스크린 쿼터 축소 등의 선결 조건과 산업 전반의 관세 철폐 등의 협상내용에 대해 찬·반 여론이 들끓었다.  
 
14%(42명)를 차지한 ‘오만원권 도입’이 두 번째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2009년 첫선을 보인 오만원권은 수표를 대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치적으로 금품수수 사건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됐다. 이외에도 현재 20대의 삶에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모바일 관련 기업인 ‘다음 카카오 출범’이 9.7%(29명)를, SPA 브랜드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유니클로 1호점 오픈’이 7.7%(23명)를 차지했다.  
 
문화-무한도전과 해리포터 
  문화분야는 다른 분야와 다르게 응답자들이 선택한 사건이 전반적으로 다양하게 분포돼있다. 우선 응답자의 16.3%(49명)는 2005년 방영을 시작으로 10년 동안 국민 예능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무한도전’에 문화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3.7%(41명)를 기록하며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한 ‘해리포터 시리즈’도 문화적으로 이들에게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1997년 출판된 소설 『해리포터』는 국내에서 2003년 이후 10년간 73만 부가 팔리면서 가장 많은 판매를 기록한 도서이다. 이외에 ‘싸이 강남스타일 유튜브 조회수 10억건 돌파’가 10%(30명), 오디션 프로그램 붐을 일으킨 ‘슈퍼스타K’가 7.7%(23명), 을의 서러움을 사실적으로 그려 인기를 끈 ‘드라마 미생’이 7%(21명)를 차지하며 20대에 많은 영향을 준 사건으로 나타났다.
  
국제-9.11테러의 악몽
2001년 9월 11일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비행기 2대가 충돌했다. 이슬람 단체인 ‘알 카에다’가 비행기를 납치해 미국의 심장부에 테러를 가한 것이다. 이로 인해 90여개국의 3,000여명이 사망했다. 14년이 지났음에도 28.7%(86명)의 응답자가 국제분야 중 9.11테러를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으로 선택했다. 9.11테러 이후 진행된 테러와의 전쟁에 따라 사망한 ‘후세인’과 ‘빈라덴’은 각각 2.3%(7명), 1.7%(5명)를 차지했으며 ‘미국 이라크 침공’은 1.3%(4명)을 기록하며 총 5.3%를 차지했다.  
 
  2011년 발생했던 ‘동일본대지진 및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22.3%(67명)를 얻으며 뒤를 이었다. 동일본대지진은 일본의 지진 관측 사상 최대인 리히터 규모 9.0을 기록해 1만 8천여명의 사망자를 기록했고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해 방사능이 누출됐다. 당시 원전 사고로 인해 일본 인접국인 한국도 방사능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외에도 ‘반기문 UN 사무총장 취임’이 16.7%(50명), ‘오바마 대통령 당선’이 14.7%(44명)로 뒤를 이었다. 
 
기술-카카오톡, 새로운 세상의 시작
  ‘카톡카톡’ 조용한 수업시간에도 20대는 쉴 새 없이 소통하고 있다. 입이 아니라 손을 이용해서 말이다. 카카오톡은 2010년 3월 첫 서비스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국내 이용자가 3,000만명에 달하는 모바일 메신저이다. 2000년 이후 기술적 변화에 대해 31.7%(95명)의 응답자들은 ‘카카오톡 서비스 시작’을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답했다. 또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인 SNS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현재 20대들이 많이 사용하는 ‘페이스북 한국어 서비스 시작’은 6.3%(19명)를, 페이스북 이전에 인기를 끌었던 ‘싸이월드 미니홈피 열풍’도 6%(18명)를 차지했다.  
 
  카카오톡과 같은 소프트웨어가 발달할 수 있었던 데는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중요한 기폭제 역할을 했다. ‘국내 아이폰3Gs 첫 출시’가 16.3%(49명)를 기록하며 두 번째로 많은 선택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폰3Gs출시 이후 잇따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출시됐고 대한민국 사회는 급속한 스마트폰 대중화를 경험했다. 
 
스포츠-꿈은 이뤄진다, 2002 월드컵 4강 진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은 드라마를 연출했다. 16강도 진출해보지 못했던 한국은 2002년 월드컵에서 우승 후보로 점쳐지던 이탈리아, 스페인을 꺾고 4강에 진출한 것이다. 이에 전 국민은 거리로 나와 대표팀을 응원했고 서울시청 광장에는 수십만명이 운집했다. 20대의 36%(108명)는 2000년 이후 스포츠 사건 중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을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으로 꼽았다. 이외에도 ‘김연아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이 20%(60명), ‘박지성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입단’이 11%(30명)를 차지하는 등 스포츠 스타의 활약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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