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대학 축제의 주점 포스터
 
대학가에 퍼지는 ‘19금’
학생 구성원의 논의 필요

 ‘얼굴이 예쁘다고 여자가 아냐. 마음만 예뻐서도 여자가 아냐. 난 하나가 더 있어.’ 엉덩이가 커야 여자로 보인다는 직설적인 가사가 담긴 노래 박진영의 ‘어머님이 누구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음원차트 1위를 휩쓴 것은 물론 음악 평론가들에게도 솔직한 표현이라며 호평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 노래를 듣고 눈살이 찌푸려졌다면 당신은 ‘성(性)’이 상품화 되는 현실이 불편한 것이다. 노골적인 성 상품화가 불편한 학생들이 205관(학생회관) 2층 성평등위원회실에 모여 오픈 세미나를 진행했다.
 
주점 호객행위를 바라보는 시선
 ‘자고갈래’, ‘야간병동’, ‘Fantastic Maids’. 이 선정적인 문구들은 다름 아닌 대학 축제의 주점 포스터 제목이다. 꽉 달라붙는 의상이나 코스튬을 입고 호객행위를 하는 여대생들도 축제기간에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매출을 높이기 위해 대학생들은 쉽게 성을 이용한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비판적인 의식 없이 자극에 반응하기 때문에 성이라는 소재는 실제로 시장에서 잘 ‘팔린다’.
 대학가에 퍼지는 선정적인 주점 홍보에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는 학생에게 ‘민감하게 군다’는 경계의 눈초리만 보낼 뿐이다. 왜 대학생들은 성이 상품화되는 현실에 무감각해진 것일까. 가장 큰 원인으로 미디어를 들 수 있다. 미디어에서는 여성의 이상적인 몸을 선전하며 여성의 몸을 자연스럽게 상품화 한다. 여자 아이돌 시장에서는 노출이 하나의 전략일 정도다.
‘몸에 대한 표현의 자유’로 보는 것 역시 성 상품화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흐리는 원인 중 하나다. 지난해 숙명여대 총학생회는 축제가 시작되기 전 노출의상은 물론 ‘오빠’, ‘자기’ 등으로 손님을 부르는 호객행위도 금지했다. 이에 여러 외부매체와 SNS 상에서는 ‘자기 결정권’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강한 질책과 비난을 가했다.
 
성 상품화와 개성 표현, 그 애매한 사이
 과연 여성은 몸에 대한 표현에 있어서 자유로울까? 여성과 남성의 권력구조에서 남성은 보는 주체이고 여성은 보이는 대상이다. 예쁜 여성과 멋진 남성이 지나갈 때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도 ‘예쁜 여성’에 우선적으로 눈길이 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여성이 남성의 시선을 내면화했음을 보여준다. 시선에 종속된 여성은 자신의 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스스로 남성의 시선을 끊임없이 인식하게 된다. 남성에게 더 잘 보이기 위해 여성은 늘 화장을 고치고 옷장을 뒤지느라 바쁘다.
 불균등한 남녀 권력구조에서 여성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엉덩이나 가슴 등 자신의 신체 일부를 부각하는 것은 자기표현이 아니다. 이는 신체의 물상화(物象化)며 인간을 인격체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 본다는 점에서 문제다. 여성의 신체 일부를 대상화하며 하나의 상품이나 기호로 보는 것으로 여성의 몸을 몸이 아닌 ‘물건’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성 상품화를 쉽게 넘길 수 없는 이유
 성 상품화의 근본적인 문제는 여성의 몸에 대한 폭력 지배의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점에 있다. 불평등한 남녀의 권력구조 속, 여성의 신체가 상품화 되는 순간 여성은 남성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대상’으로 놓이게 된다. 성 상품화는 남녀의 불평등한 권력구조의 원인인 동시에 결과로 나타나 여성의 몸을 지배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진다. 선정적인 대학 주점 마케팅을 단순한 섹드립이나 재치로 가볍게 넘기기엔 위험성이 크다.
 다른 하나는 몸에 대한 여성의 자기 주체성이 침해된다는 점이다. 주체적 시선이 남성에게 있기 때문에 여성은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더 야한 옷을 입게 되고 더 화려한 화장을 한다. 여성 자신이 능동적으로 가꾸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시장에서 ‘잘 팔리기’ 위해 몸을 꾸미게 된다.

해결의 실마리는 ‘학생’에 있다
 숙명여대 총학생회의 선정성 규제처럼 강제만이 능사가 아니다. 공감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강제는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 숙명여대의 경우 구성원이 여자이기 때문에 여성의 성 상품화에 대해 쉽게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은 남녀공학으로 남녀 간 공감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규제는 오히려 남녀를 대립구도로 나누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가장 좋은 대안은 학생회 차원에서 성 상품화에 대한 논의를 통해 문제를 자각하고 해결해나가는 노력이다. 독일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가 ‘공론장’ 개념을 제시했듯이 수평적인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의논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지배이데올로기 체제가 사람들의 생활세계에 침투해 공론장을 마비시키고, 일방향적으로 뜻을 관철시키기 전에 성 상품화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이른바 ‘대학 내 공론장’이 조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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