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살롱은 쿠키(Cookie)와 살롱(Salon)의 합성어로 쿠키를 먹으면서 학생들과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도 해보고 친구도 사귀어보자는 의도로 기획됐습니다. 이번주 주제는 ‘끼리끼리문화’입니다. 여러분은 끼리끼리 모여 다니며 서로 차이를 두는 것, 쉽게 말하자면 소위 ‘패거리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패거리 문화에 익숙할 겁니다. 서로를 구분하고 차이를 두는 것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익숙한 일이니까요. 물론 비슷한 사람들끼리 다니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죠. 모이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사회적인 불평등에서 기인하는 태생적 차이에 의해 집단이 나눠지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신분 증명이 되어버린 끼리끼리 문화, 대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번 들어봤습니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
서로 배척하고소외시켜서 문제

우삼: 오늘은 단출하네요. 자기소개부터 하고 시작할까요?
가현: 저는 사진전공 13학번 박가현이고 지금 휴학 중입니다.
덕현: 저는 국어국문학과 13학번 김덕현입니다.
심우삼: 중대신문 시사기획부 부장 심우삼입니다.
채은: 시사기획부 차장을 맡고 있는 노채은입니다.
심: 그러면 한국의 ‘끼리끼리 문화’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내가 경험한 끼리끼리 문화
김: 저는 끼리끼리 문화를 고등학교 때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저는 저희 지역에서 제일 좋은 교육재단의 사립고를 나왔거든요. 그러다 보니 시의원 아들, 대학교수 아들, 택시회사 사장 아들 등 배경이 좋은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 친구들은 일단 공부도 잘하고 아무래도 배경이 비슷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들끼리 어울리게 되더라고요. 그게 ‘나는 공부도 잘하고 집안도 좋으니까 너희하고 달라’하고 억지로 나눈 것은 아니었지만 자라나면서 겪은 환경에 의해 무리가 자연스럽게 나누어졌던 것이죠.
노: 저희 고등학교는 ‘심화반’이라고 해서 공부 잘하는 애들만 따로 공부하는 자습실을 운영했어요. 학교가 자리도 등수 순으로 앉혀서 저흰 시험 한번 치를 때마다 자리를 바꿔 앉아야 했죠. 그 와중에 항상 부동의 자리를 지키는 ‘앞 라인의 아이들’이 있었어요. 그러면 그 부동의 앞 라인 아이들끼리 카르텔이 형성되는 거죠. 걔네들끼리 어울려 다니고 공부하고 정보도 교류하고…. 성적으로 무리가 형성되더라고요.
김: ‘어떤 사람이 나랑 맞는 사람인가’하는 문제가 중요해요. 예를 들어 만약 나와 전혀 다른 사람과 사귀려면 그 사람한테 적응하고 친해지는데 필요한 감정적, 경제적 비용이 크단 말이에요. 반면에 나랑 같은 처지에 있는 비슷한 사람이랑 어울리면 투자해야 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죠. 한 번도 일을 안 해본 사람하고 맨날 일하는 사람하고는 대화 주제가 같을 수 없다는 얘기에요. 굳이 내가 ‘쟤는 가난하니까 쟤랑 놀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나랑 얘기가 더 잘 통하는 다른 친구가 있는데 굳이 저 아이랑 친해지려고 노력해야 하는 그런 경험을 할 필요는 없잖아요.
심: 채은 씨는 어느 라인에 있었어요?
노: 저는 부동의 앞 라인 바로 뒤에 줄?(웃음) 부동의 라인 뒤에 있지만 그래도 그 라인 밖으론 나가진 않는 학생이었죠.
일동: 하하하.
김: 사실 대학 와서도 그런 끼리끼리 문화는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너는 논술로 왔고 나는 정시로 왔지’라는 말들 하잖아요. 같은 대학을 오긴 했지만 ‘나는 너하고는 다른 사람이야’라는 차별적인 의식을 은연중에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노: 고등학교는 1학년 때부터 3학년 때까지 가족보다 오랜 시간을 친구들하고 공유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랑 잘 맞는 친구들을 알아갈 기회가 많았는데 대학은 아무래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니까 외적인 모습이나 요소들을 더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심: 맞아요. 고등학교 때와 달리 대학에 오면 그 사람을 자세히 알 기회가 줄어들잖아요. 그러니까 그 사람의 겉모습으로 판단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쟤는 수능을 몇 등급 받고 들어왔고 평소에 어떻게 하고 다니고….’ 단순히 외적인 것으로 패거리를 나누는 것 같아요.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는데 뭐가 문제야
심: 사실 끼리끼리 어울려 다니는 것 자체는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에 나쁘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문제는 해당 집단이 다른 집단을 소외하거나 차별하면서 생기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나는 부자야. 그러니까 부자랑만 놀아야 돼’, ‘나는 가난해. 그러니까 가난한 애들하고만 놀아야 돼’라고 의식하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외부의 여건들이 사람들을 갈라놓는다는 거죠. 사회 구조나 소득의 불평등 자체가 점점 더 사람들을 파편화 시킨다고 해야 하나. 그러다 보니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포용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것에는 어색해하고 수직적인 문화는 점점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노: 우리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 거의 ‘나와 타인을 구분하고 구별 짓는 방법’이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이미 구별된 상황에서 우리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내 세력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일 거고요. 이 때문에 집단적인 이기주의로 치닫는 것이 문제인 것 같아요.
김: 어떤 집단에 스트레스가 가해졌을 때 결국 그 집단에서 제일 약하거나 소외당하는 사람들에게 모든 스트레스가 가해질 수밖에 없어요. 소위 말하는 하부구조로의 ‘내리 갈굼’인 거죠. 이런 구조가 낳는 또 다른 문제는 무의식중에 내가 막대해도 저항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고 ‘쟤는 나보다 아래야’하고 단정 짓게 된다는 거예요. 결국 나중에는 ‘쟤는 사람들한테 무시당하는 앤데 나도 쟤랑 같이 다니면 같은 취급을 받게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하게 되죠.
박: 차별적인 인식은 학교뿐만 아니라 학과 차원에서도 존재하는 것 같아요. 학과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이랄까요?
노: 맞아요. 순수학문을 공부하는 친구들에겐 ‘쟤네는 인기학과 가고 싶었는데 성적이 안 돼서 점수 맞춰 대학 온 애들이잖아’라는 편견이 있더라고요. 정말 순수학문을 공부하고 싶어 온 친구들도 분명히 있는데 말이에요.
심: 이번에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에 관해서 중앙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인문대가 유독 많은 비난을 받아요. ‘왜 사람들이 인문대만 가지고 그러지’하고 생각을 해봤는데 은연중에 깔려있는 ‘인문대는 인기학과들에 비해 입학 성적이 낮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견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 의식에 ‘인문대가 학사구조 개편을 반대해서 학교 발전까지 저해하네’하는 어마 무시한 생각이 더해지니 인문대생에게 향하는 반감이 더 심해지는 것이겠죠.
김: 만약에 학사구조 개편에 반대하는 글을 의대생이 올렸다면 ‘당신 때문에 학교 발전이 저해되잖아’라는 말은 할 수 있어도 ‘의대생 주제에 나대지 마’라는 말은 나올 수가 없었겠죠. 내가 어떤 의견을 내면 누군가는 당연히 반대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반대의 이유가 ‘너는 지방대 나왔잖아’, ‘넌 인문대잖아’라는 식의 개인적인 사람의 특성이 돼서는 안 되잖아요. 그런 특성을 비난하며 논의에서 배제시키는 것이 지금 한국 사회에서 당연시돼버린 패거리 문화의 문제라는 거예요. 이런 식이라면 절대 건설적인 발전이 있을 수 없겠죠.
심: 정치판만 살펴봐도 ‘친박’, ‘비박’, ‘탈박’ 등 한 정당 안에서 별의별 구분이 다 나오잖아요. ‘패거리 정치’가 우리나라 기성 정치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는 거예요. 우리는 이런 정치판에 대해 패거리 정치를 한다고 비난하죠. 하지만 패거리 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한국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하네요.

무리가 다르다고 우열을 가릴 수 있는건 아니야
심: 사실 끼리끼리 모이는 게 나쁜 개념은 아니지만 경제적 능력이나 학력같이 외적인 가치 때문에 사람들이 나눠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서로를 무시하거나 경멸하거나 소외시키는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단 말이에요. 그럼 이걸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노: 결국 교육의 문제인 것 같아요.
김: 다들 학교에서 장애인 체험활동 같은 거 해보지 않나요? 한 번도 시력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하는 얘기가 징징거림으로 들릴 수 있어요. 속된 말로 ‘어떻게 건물마다 점자판을 설치해? 그게 다 얼만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수도 있다는 거죠. 그런데 한 번이라도 이런 걸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분명히 입장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심: 우리는 너무 경쟁에 익숙해져서 이기고 지는 것 밖에 모르잖아요. 우리 스스로를 등수로밖에 표현할 수 없으니까 ‘내가 쟤보다 높은 사람이야’ 아니면 ‘낮은 사람이야’로 자기 자신을 규정하게 되고 그 때문에 서로를 무시하는 감정도 생기는 거죠. 그런 경쟁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해 자기 자신을 잘 알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시에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교육이 필요하고요.
노: 핀란드 같은 나라는 학교에서 아예 등수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학생들 전체의 학업성취도가 얼마나 상승했는지, 하락했는지만 공개해서 서로 서로 협동할 수 있게끔 가르친대요. ‘함께 잘 살자’를 가르치지 ‘누가 더 낫고 누가 더 높은 지’나 ‘넌 잘난 애야’라는 인식을 가르치지는 않는다는 말이죠.
심: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들도 시행돼야 할 것 같아요. 지금 너무 차이가 크니까 못 어울리는 부분도 있잖아요.
노: 더 좋은 삶을 위해 대학을 가려는 건데 대학을 가기 위해 좋지 않은 가치들을 배우고 좋지 않은 삶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네요.

우리들이 느끼는 한국의 패거리 문화란
노: 한국식 패거리 문화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김: 불평등이라고 생각해요. 내 의지로 속해진 것들이 아닌 것들로 평가를 받기 때문이죠. 만약에 내가 성적을 낮게 받았어요. 그럼 ‘저 아이는 학업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구나’라고 판단할 수 있겠죠? 그건 사실에 가까우니까 이해할 수 있어요. 근데 ‘쟤는 지방에서 태어났으니까’라는 말로 설명하면 그건 불평등하다는 거죠. 지방에서 태어난 것은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닌데 원하지도 않고 하지도 않은 걸 갖고 평가를 받아요. 문제는 그런 것으로 너무나 많은 것들이 결정돼 버린다는 사실이에요. 거기에 나는 한마디 항의도 할 수 없으니 더 심각한 괴리를 겪게 되는 것이죠.
심: 저도 비슷하게 생각해요. 패거리라는 게 내가 마음 맞는 사람들하고 같이 뚝딱뚝딱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내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는데 신분처럼 패거리가 만들어지고 있으니까요.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니고 내가 원한 것도 아닌데 그걸로 내 인생이 결정되는 것 같아요. 사회가 많이 바뀌어야 한국식 패거리 문화도 좋은 방향으로 바뀌지 않을까요.
노: 저는 ‘잘못됐다고 생각하면서 나도 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남들 보고 뭐라고 하기보다는 나부터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우선적으로 드네요.

쿠키밖살롱
1. 끼리끼리 몰려다니는 문화 어떻게 생각해?
 
당연히 끼리끼리 다니는 거지. 다 같이 다닐 수는 없잖아!
현실주의자 24살 여자
 
나는 문제라고 생각해. 자기 스스로 완전함을 느끼지 못해서 어떤 무리 안에 들어감으로써 자기 정체성이나 안정감을 찾으려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완성된 26살
 
여자니들끼리 그러는 건 상관없는데 나 혼자 다니는데 신경 ㄴㄴ
아이 돈 케어 24살 남자
 
2.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넌 어떤 무리와 어울렸던 것 같아?
 
나랑 비슷한 사람. 가치관이든 취미든 흥미든. 물론 가장 비슷해야 하는 것은 가치관인 듯.
도플갱어를 찾아요 24살 여자
 
주로 나사 빠진 애들 찾아서 어울리거나 안되면 솔플했어.
드라이버 24살
 
남자사실 난 끼리끼리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이 무리랑도 친하고 저 무리랑도 친하고 두루두루 친하게 지냈던 편이야.
사교력왕 22살 남자
 
3.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패거리 정치(친박, 친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친박, 친노는 패거리 문화가 아니야. 대중의 정치의식이 높지 못해서 정책보다는 인물 위주의 정치문화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나뉜거지. 
아니 땐 굴뚝 24살 남자
 
너무 한국적이야. 생각이 아니라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잖아. 
엄석대 극혐 26살남자
 
국민들 모두가 친박, 친노로 갈리는 게 아닌데 지들 밥그릇 싸움할 시간에 제대로 정치나 해줬으면 해.
국민이 먼저다 25살 남자
 
4. 이전에는 관심사와 성격 등으로 무리가 나뉘었다면 이제 성적이나 학벌, 경제 수준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무리가 나뉘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어.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개인의 성격 문제부터 사회적인 분위기까지 고려되어야 해서…. 해결은 진짜 어렵지 않을까 싶어.
답은 없어 24살
 
여자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 자연스러운거지. 하지만 저것만이 모이는 기준이 되는 현상을 막으려면 어렸을 때부터 가치관 형성이나 도덕관념 등 올바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아.
페스탈 로치 23살 남자
 
성적이나 학벌, 경제 수준에 따라 무리가 나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봐. 하루에 만원 쓰기 힘든 애와 십만 원씩 펑펑 쓰는 애가 같이 놀기엔 현실적으로 힘들잖아.
유유상종 26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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